"태풍 제가 한번 맞아볼까요" 유튜버들 '태풍 체험'에 비판 봇물
태풍 등 재난상황…유튜브서 콘텐츠로 활용돼
유튜버들의 도 넘은 행동, 청소년 모방 위험도
전문가 "경쟁사회로 인한 폐해"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마이삭' 실시간 상황입니다.", "비바람이 몰아쳐서 눈을 뜰 수가 없어요."
태풍 바비와 마이삭에 이어 하이선까지 잇따라 한반도를 덮친 가운데 일부 유튜버들이 이른바 '태풍 체험'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들은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는데도 불구하고 안전 장비 없이 해변가 등 위험한 장소로 찾아가 태풍 상황을 생중계하는 등 재난 상황임에도 위험천만한 행동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유튜버들의 이 같은 행동이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전문가는 유튜버들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더욱 자극적인 소재를 찾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태풍 하이선으로 인해 경북 울진에서 트랙터를 타고 다리를 건너던 60대 주민이 하천 급류에 휩쓸렸고, 부산에서는 강풍에 날아온 간판에 맞은 시민이 부상을 입었다.
그런가 하면 강원 삼척시에서는 40대 남성이 석회석 채굴 후 철수하다 배수로에 빠져 실종됐고, 경남 거제와 충남 공주에서도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태풍 하이선의 영향으로 2명이 실종되고 5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외에도 태풍의 영향으로 이재민 78명이 발생하고, 시설피해가 785건 접수되는 등 피해가 컸다.
문제는 이 같은 재난 상황을 악용해 일부 유튜버와 BJ 등이 자극적인 콘텐츠를 생산한다는 데 있다. 최근 유튜브에는 '태풍 마이삭 실시간 상황', '강풍 체험 리얼리티', '태풍 위력 체감하기' 등의 제목이 달린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을 게재한 유튜버들은 별도의 안전 장비를 갖추지 않은 채 외부로 나가 태풍 상황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줬다.
한 유튜버는 태풍 마이삭이 한반도를 강타한 지난 2일 "마이삭을 체험해 보겠다"며 우비만을 입고 외부로 나갔다. 이 과정에서 유튜버의 온몸이 휘청거릴 만큼 강한 비바람이 불었으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비바람이 굉장히 몰아친다"는 말과 함께 계속해서 태풍 상황을 중계했다.
또 다른 방송인 역시 해변가 근처에서 "바람이 얼마나 강한지 우산을 펼쳐서 버텨보겠다"고 말하며 온몸을 휘청댔고, 이외에도 일부 유튜버들은 해일 위험이 있는 바닷가 근처에서 높은 파도를 실시간 중계하는 등의 위험한 행동을 했다.
유튜버들의 위험천만한 행동에 누리꾼들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한 재난 상황에서 단지 콘텐츠 생산만을 위해 위험한 행동을 강행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는 지적이다.
직장인 김모(27)씨는 "태풍으로 신호등이나 가로등도 쓰러지고, 인명피해까지 났는데 저런 장난을 치는 것이 이해가 잘 안 된다"면서 "태풍으로 간판들도 떨어지고 있지 않나. 날아오는 간판에 부딪히기라도 하면 어떡하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태풍도 재난이다. 제발 집에 좀 가만히 있으면 안 되냐"며 "유튜버들의 도 넘은 행동으로 인해 다른 이들이 피해 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유튜버들이 자극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은 광고수익과 연관된다. 유튜브에는 영상 재생 전이나 중간, 말미 등 여러 방식으로 광고가 붙는다. 영상의 길이나 독자 수 등에 따라 광고 수익은 다르지만, 일부 상위 유튜버를 제외하고 우리나라 유튜버 대부분은 조회 수 1000회당 1달러(약 1180원) 미만을 받는다.
종합하면 유튜버들은 결국 조회 수를 늘려 수익을 얻기 위해 자극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유튜브상에서 자극적인 콘텐츠가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호기심이 강한 10대가 이 같은 영상을 지속해서 시청할 경우, 유튜버들의 행동을 모방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청소년이 유튜브를 통해 유해 콘텐츠를 시청하는 경우는 적지 않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조사한 '2017 사이버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초·중·고 조사대상 학생 4,500명 중 26.3%는 유튜브를 통해 유해 영상물을 시청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유해 영상 시청을 경험한 학생에게 어떤 제약 경험했는지 묻자 '별다른 제약 없었다'라고 답한 비율은 44%에 달했다. 즉 학생 10명 중 4명은 별다른 제재 없이 유해 영상물을 시청했다는 뜻이다.
고등학생 2학년생인 이모(17)씨도 "반에서 유튜브를 안 보는 친구들이 없다. 나도 시간 날 때마다 유튜브를 챙겨본다"면서 "유튜버들도 연예인과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유튜버들이 하는 말투나 행동들이 학교 내에서 유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극적인 콘텐츠인 걸 알면서도 재밌어서 보는 영상들도 있다"면서 "공중파나 TV 방송에서는 할 수 없는 걸 유튜브에서는 별다른 제재 없이 할 수 있으니까 재밌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유튜브 시장에서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유튜버들이 더욱 자극적인 콘텐츠를 찾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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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유튜버들은 조회 수가 많을수록 만족감과 쾌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에 자신이 굉장한 사람이 된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면서 "또 유튜버들이 늘어나면서 남들과 다른 더 독특한 소재를 찾으려는 이들이 늘어났다. 유튜버들이 조회 수를 늘리기 위해 뭐든 하다 보니 무리해서 다른 사람이 하지 않은 콘텐츠를 찍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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