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기업, 코로나 불안에 일단 대출받아 쌓아두기
저금리에 부동산·주식 외 마땅한 투자처 없다는 점도 문제

전문가들 "이미 부작용 시작돼 버티는 수밖에…해결 어려워"
대출 사후관리·감독 필요하단 지적도

코로나 위기에 돌지않는 돈, 뾰족한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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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시중에서 더 이상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된다. 가장 큰 원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경기침체는 이미 시작된 만큼 가계ㆍ기업이 돈을 쌓아만 두고 쓰지 않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금리가 제로(0) 수준으로 떨어지며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점이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수익을 좇을 수밖에 없는데, 주식이나 부동산만한 투자처가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주식ㆍ부동산 역시 실물 거래가 아닌 금융거래이기 때문에 금융계정에 돈이 묶여 있을 수밖에 없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곧바로 쓸 수 있는 현금을 뜻하는 협의통화(M1) 증가율은 지난 6월 처음으로 20%대를 돌파한 21.3%를 기록했다. M1은 민간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과 당좌예금, 보통예금 등 예금은행 요구불예금의 합계로,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을 뜻한다. 광의통화(M2) 증가율도 지난 6월 기준 9.9%로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M2는 M1에 예금은행의 저축성예금, 거주자외화예금까지 포함시킨 개념이다. 한은은 M2보다 M1 증가율이 더 가파르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기업과 가계가 대출을 받더라도 쓰질 않고, 통장에 넣어둔 채 버티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한은 고위관계자는 "시장에서 돈이 돌지 않는 현상은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면서 나타난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며 "이런 부작용은 어느 정도 인정하되 추세선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지 눈여겨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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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문가들은 이미 기준금리를 실효하한에 가깝게 내린 만큼 부작용은 예견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과거 통화정책을 필요한 곳에만 쏘는 조준사격에 비교할 수 있었다면, 최근 양적완화(QE)는 기관총으로 돈을 갈겨버린 후 몇 발이 과녁에 맞기를 기대하는 건데, 과녁에서 벗어난 돈들이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쏠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이어 "금융심화현상(현금을 중심으로 작동하던 경제시스템이 신용 중심으로 변화)이 너무 심화됐기 때문에 통화유통속도가 떨어진다고 설명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국내총생산(GDP) 대비 금융산업의 상대적인 크기를 봐도 지금의 화폐유통속도를 금융심화현상으로만 설명하기엔 역부족"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미 풀려버린 돈을 생산성 있는 곳으로 유도하기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는 실물경제와 자산가격 괴리가 더 커지고, 투자와 성장률이 회복되지 않는 '유동성 함정'이 심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따라서 은행을 통한 대출이 생산성이 있는 적정한 곳, 또는 정말 어려운 곳으로 향하고 있는지 관리ㆍ감독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경수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코로나19와 같은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선 창의적인 통화정책과 신용공급이 필요하다"며 "신용을 공급한 후 적정한 곳에 쓰이고 있는지 관리감독이 필요하며, 금융중개지원대출과 같은 경우에도 은행에만 맡겨두지 말고 사후감독을 더 철저히 해 핀셋 지원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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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안 교수는 "금융감독원을 통해 거시건전성 규제를 하는 방법을 학자들이 제시하긴 하지만, 정부나 감독기관이 나서서 대출을 막거나 '필요한 곳에만 대출해준다'는 방식이 통할지는 의문"이라며 "당분간은 재정으로 버티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어보인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며 소비를 유도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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