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초강력 태풍에도 '전국축구대회' 유치·강행한 경주시의 속내
광양시 대회 포기하자 축구협회 권유로 주낙영 시장 '덥석'
유소년대회 '영구 개최' 포석 해석…대회 취소 청원까지 등장
[아시아경제 영남취재본부 박동욱 기자] 태풍 '마이삭'의 물폭탄이 예고된 2일 낮 경주시내 위치한 알천체육공원 잔디구장. 전국 최고의 천연 잔디구장을 자랑하는 이곳에 지방 곳곳을 대표하는 고교 축구팀이 다 모였다.
사람이 제대로 걸을 수 없다는 초속 47m 이상 강풍이 예보된 가운데 이곳 경주시내 한복판에서 전국고교 24개팀이 이날부터 10일까지 9일간 그야말로 혈전을 벌이게 된다.
이번 경주 고교축구대회가 이같은 악천후 속에 강행된 것은 오는 16일까지 전국대회의 성적이 기록돼야 대학수시 모집에서 입상 팀 선수들이 피해를 입지 않게 된다는 사정 때문이다. 전국 규모 대회가 3월 이후 줄줄이 취소되면서 고교 3년 선수들은 수시전형에 제출할 성적표를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절박한 상황이다.
문제는 당초 이 대회가 전남 광양시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지역확산을 우려한 광양시의 개최 포기에 따른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전남과 별반 다르지 않은 지역사회 감염 우려 속에서 대한축구협회의 요청을 받은 주낙영 경주시장은 시체육회와 한마디 논의 없이 이를 최종 결정, '독단행정'의 전형이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달 30일 대회 킥오프를 앞두고 광양시가 개최에 난색을 표시하자, 대안으로 경주시를 선택했다. 축구협회가 경주시에 협조 공문을 보낸 것은 8월26일. 이를 보고 받은 주낙영 경주시장은 27일 바로 이를 받아들였다.
급박하게 개최지가 바뀐 흔적은 대회명에서 고스란히 묻어난다. 이번 대회명은 제41회 대한축구협회장배 전국 고등학교 축구대회다.
원래 이 대회는 국제신문이 매년 부산에서 열어온 전통 있는 고교축구대회로, 지난 4월말 개막 예정이었지만 여느 경기처럼 취소됐다. 경주에서 치러지는 만큼 광양시 전통 있는 대회 이름인 '백운기 ○○○'를 그대로 딸 수도 없어, 차수만 바꿔 '대한축구협회장배'라는 이름을 빌린 셈이다.
경주시가 이처럼 대한축구협회의 갑작스런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매년 '화랑대기 유소년축구대회'를 축구협회의 도움을 받아 개최하고 있는 처지에서 이번 기회에 '영구 개최지'라는 약속을 받아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경주시도 이를 부인하지는 않고 있다. 경주시 관계자는 "유소년축구협회가 따로 있을 당시 '화랑대기'란 이름으로 유소년 축구대회 영구 개최지로 약속을 받은 바 있었다"면서 "이번 대회 개최는 유치가 아니라 축구협회의 요청에 따라 고교 축구 3학년 선수들의 장래를 위해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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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의 이같은 전략적 판단과는 무관하게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한 시민들의 비판여론은 거세다. 경주시 홈페이지에는 지난달 31일 대회 개최 취소를 요구하는 온라인 시민청원이 올라온 뒤 2일 오전 현재 청원 인원이 460명을 넘어섰다. 청원은 30일 이내 300명이 동의하면 성립돼 시는 관련부서 협의를 거처 서면, 동영상으로 답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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