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결국 이재용 부회장 기소 강행… 변호인단 “수사팀의 일방적 주장”(종합)
1일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이복현 부장검사가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삼성물산-제일모직’간 합병을 둘러싼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관련자들을 일괄기소하고 1년 9개월에 걸친 수사를 마무리했다.
검찰은 외부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중단·불기소’ 권고를 받고도 두 달 넘게 추가 수사를 벌인 뒤 결국 이 부회장 등을 기소, 수사심의위 권고를 따르지 않은 첫 사례를 남기게 됐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처리의 적법성에 대해 회계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상황인 만큼 재판 과정에서 검찰과 삼성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직후 낸 입장문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인 자본시장법 위반, 회계분식, 업무상 배임죄는 증거와 법리에 기반하지 않은 수사팀의 일방적 주장일뿐 결코 사실이 아니다”며 “국민들의 뜻에 어긋나고, 사법부의 합리적 판단마저 무시한 기소는 법적 형평에 반할 뿐만 아니라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재용·최지성·장충기·이영호 등 11명 일괄기소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이날 이 부회장과 옛 삼성미래전략실 최지성 전 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전략팀장(사장), 최치훈·김신 전 삼성물산 대표, 이영호 전 삼성물산 최고재무책임자(현 삼성물산 대표이사), 전 임원 이모씨 등을 제일모직-삼성물산 간 합병 과정에서의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사장)은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또 불법합병 은폐를 위한 삼성바이오의 회계부정과 관련 이 부회장과, 최 전 실장, 김 전 팀장,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이사, 김모 전 부사장, 임원 김모씨 등을 외부감사법 위반(회계처리기준 위반 허위 재무제표 작성·공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종중 전 팀장과 김신 전 대표에게는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의 위증 혐의도 추가됐다.
검찰은 이날 이 부회장 포함 모두 11명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133쪽에 달하는 한 건의 공소장에 이들의 공소사실을 모두 담았다고 밝혔다.
기소 대상과 관련 이번 수사를 진두지휘한 이복현 부장검사는 “수사심의위에서 법률적 측면도 고려했지만 국가적 위기상황 이런 측면도 고려했다고 들었다”며 “이 같은 수사심의위 의견을 존중하려는 입장에서는 기소 범위를 결정함에 있어 너무 광범위한 기소 결정은 신중하지 못하게 보일 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다만 금융위원회의 고발 대상 등 이날 기소된 고위직의 하급직에 대해 추가로 수사할 여지는 남아있다며 이들에 대해서는 사후에 사법처리 여부를 결론 낼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찰 “수사심의위 권고 심각하게 고려했다”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진행된 수사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검찰은 ‘입맛에 맞지 않는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무시했다’는 검찰 안팎의 비난을 의식한 듯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따르지 않은 배경에 대해 비교적 긴 시간을 할애해 자세히 설명했다.
이 부장검사는 “수사팀뿐만 아니라 관련된 모든 사람이 (수사심의위 권고에 대해) 상당히 심각하게 생각을 했다”며 “향후 검찰이 신뢰를 받기 위해 어떻게 해야 되느냐 등 정말 심각하게 생각하고 검토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위원들이 내린 결론만 통지될 뿐 구체적인 내용과 논의사항이 오지 않아 비공식적으로라도 받아보려고 요청도 해봤는데 확인이 어려웠다”며 “여러 가지 다양한 관점이 있기 때문에 의견표명을 하셨거나 이런 분들 모셔서 간접적으로라도 논의된 내용의 플러스, 마이너스 요인을 점검하려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 이후 법률·경제·금융·회계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고 당사자가 동의하는 범위에서 기록으로도 남겼다고 밝혔다.
신설된 서울중앙지검 특별공판2팀 공소유지할 듯… 이복현 부장도 관여 전망
이 부회장 등의 공소유지는 법무부가 지난달 27일 단행한 인사에서 신설한 서울중앙지검 특별공판2팀에서 앞서 삼성 수사에 참여했던 김영철 부장검사가 주도하게 될 전망이다.
이 부장검사은 “대형 규모의 사건들은 팀 단위로 하고 법원으로 넘어가면 팀장급들은 당연히 공판팀의 일원으로 공소유지하기 때문에 저도 관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8년 참여연대와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를 분식회계 혐의로 고발하자 검찰은 같은 해 12월 삼성물산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삼성바이오 김 대표에 대해서는 두 차례, 이 부회장에 대해서는 한 차례 각각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특히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밝힌 기각 사유를 놓고 검찰과 삼성이 완전히 반대되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 삼성 측은 판사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범죄혐의가 소명됐다”는 통상적인 표현 대신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다”고 밝힌 것이나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힌 것은 범죄혐의가 소명되지 못했거나, 판사가 유죄 심증을 갖지 못한 반증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오늘 검찰은 기소를 결정하게 된 동기 중 하나로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책임을 결정하라는 위 영장 기각 사유를 들기도 했다.
한편 지난 6월 27일 열린 수사심의위에서는 압도적 다수 위원이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중단’과 관련자 전부에 대한 ‘불기소’를 권고했지만, 검찰은 이후 회계전문가들을 소환해 조사하며 수사팀의 기존 논리를 보완하는 등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는 명분을 만들기 위해 두 달이 넘도록 추가 수사를 진행했다.
앞서 8건의 사건에서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따랐던 검찰이 수사팀의 입장과 상치되는 이번 권고를 불수용함에 따라 검찰 기소 독점의 폐단을 막기 위해 스스로 도입한 제도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삼성바이오 회계처리 적법성·이사의 주주에 대한 배임 쟁점
재판 과정에서는 삼성바이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미국 합작사 바이오젠의 콜옵션(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2015년 합병 이후 부채로 잡으면서 회계처리 기준을 바꾼 것이 적절했는지가 우선 쟁점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2015년 이뤄진 삼성물산-제일모직간 합병과 이후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의 회계 변경이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진행됐다고 보고 있다.
이 부장검사는 이날 “콜옵션은 경우에 따라 부채도 자산도 되는데 본건에서는 분식회계로 보지 않는 교수들도 부채라는데 대해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회계 전문가나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는 상황이다.
이밖에도 법리적으로는 검찰이 이 부회장 등에게 추가로 적용한 업무상 배임 혐의와 관련 이사의 주주에 대한 배임죄 성립 여부가 기존 대법원 입장과 관련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의 경우 검찰이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은 이 부회장의 지시나 공모를 뒷받침할 결정적 증거를 법정에서 제시할 수 있을지에 따라 유무죄가 갈릴 전망이다.
변호인단 “처음부터 이재용 부회장 기소 목표로 한 수사”
한편 이날 삼성 측 변호인단은 수사결과 발표 직후 낸 입장문을 통해 강하게 검찰을 비난했다.
변호인단은 “수사팀은 수사심의위 심의를 신청하니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수사심의위에서 압도적으로 수사중단·불기소를 결정하니 수사심의위에 상정조차하지 않았던 업무상 배임죄를 추가하는 등 무리에 무리를 거듭해 왔다”며 “이러한 수사팀의 태도는 증거에 따라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기보다는 처음부터 삼성그룹과 이재용 기소를 목표로 정해 놓고 수사를 진행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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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부장검사 회의, 전문가 의견 청취를 통해 결론을 도출했다고 하나, 이는 검찰권 행사를 민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도입된 중립적·객관적인 수사심의위의 결론을 뒤집기 위한 편법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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