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강남'이라는 표현은 '제일 좋은 곳'이라는 의미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1970년대 서울의 한강 이남, 정확히는 영등포 동쪽을 의미하는 '영동' 지역의 개발이 진행된 이후 정착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전통적 관점에서 도시는 항상 강의 북쪽에 조성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북쪽에 산을 둬 찬바람을 막고 강을 남쪽으로 둬 충분한 일조와 안정적 물 공급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곳이 길지이자 명당이었다. 우리 지명에 '양(陽)'자가 많이 들어가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시가지, 그리고 도시는 처음에는 항상 낯설고 어색해 보인다. 예전의 풍경을 인위적으로 변경하면서 생긴 상처와 흔적들이 가려지지 않고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을 통해 만들어진 곡선과 녹색을 대신한 직선과 황토색은 부조화스럽게 보인다. 그렇지만 시간이 흐르고 사람들의 손길이 미치면서 부조화스러움은 점차 익숙함과 자연스러움으로 대체된다. 신도시들이 대부분 처음 입주 후 10년을 전후한 시기에 첫 번째 전성기를 맞이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시의 단계적 확장에 따른 새로움이 계속 유지되면서 초기의 어색함은 사라지는 시기가 이때인 것이다. 이후 도시가 추가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면 이러한 사이클은 반복되면서 성장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사이클은 한 번으로 끝나게 된다.
국가의 지속적 투자 통해
기반시설 확충, 인구유입
지속적인 수요창출에 성공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사이클이 반복되기를 원하지만 쉽지 않다. 과거 저렴하던 토지가격은 상승했으며, 주변 지역의 가용한 토지들은 도시의 초기 성장과 더불어 여러 형태로 이미 활용됐기 때문이다. 높아진 비용을 상쇄할 만큼의 장점이 있거나 미래의 가치에 대한 확신이 있을 경우 도시는 다시 성장하게 되지만 이러한 행운은 아주 드물게 찾아온다. 판교와 같이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거나, 인접한 지역에 새롭게 시가지나 신도시가 조성돼 커다란 하나의 생활권이 만들어지면서 주변부가 중심부로 변화하는 서울 동쪽 끝의 강일지구가 대표적 사례다.
최근 세종특별자치시를 둘러싼 여러 가지 논란이 있다. 국회를 포함한 다수의 기관이 추가로 이전하는 행정수도 건립 여부와 더불어 급등하는 세종 지역의 주택가격이 그것이다. 모두가 잘 알듯이 세종은 참여정부 시절 수도이전의 차원에서 진행되다가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로 행정부처 일부만 이전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진행됐다. 우여곡절 끝에 2012년부터 행정기관 이전이 진행됐지만 소수의 공무원과 그 가족들로 이루어진 도시가 과연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무모해 보이던 2020년까지 30만 인구라는 1차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했으며, 50만 인구라는 최종 목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무엇이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냈을까?
첫 번째는 지속적 투자를 꼽을 수 있다. 도시의 성장을 위해서는 지속적 투자가 필요하다. 신도시는 초기 단계 이후 계획된 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토지의 매각을 통한 이익을 통해 확보된 재원으로 투자가 이뤄져야 하지만 이것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광역교통망을 비롯한 각종 기반시설의 미비는 추가적 수요의 창출을 가로막으며, 이는 미래의 투자 재원인 토지의 매각을 어렵게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에 비해 세종의 경우 국가에 의한 지속적 투자를 통해 기반시설의 확충이 이뤄지면서 지속적 수요 창출에 성공하고 있으며 인구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대전·청주 등 인접 도시보다
상대적으로 쾌적한 주거여건
두 번째는 거주 여건에 있어서 인접 대도시와의 상대적 우위다. 세종은 대전광역시를 비롯해 청주, 공주 등과 인접해 있다. 대전은 153만명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으며, 청주 역시 충북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 80만명이 거주하는 대도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전통적 대도시인 두 도시의 거주 여건은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다. 노후된 주거 지역과 도심 지역에 대한 재개발과 정비가 필요했지만 수익성이 확보되지 못함에 따라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접한 곳에 등장한 세종 지역은 쾌적한 주거 여건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나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맞벌이 비중 역시 이주를 쉽게 결정할 수 있게 했다. 약간의 통근 시간 증가를 감내하면 쾌적한 주거 여건을 확보할 수 있으며, 여기에 자산가격의 상승까지 나타나면서 이주 수요는 더욱 증가했다.
세 번째는 미래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신뢰다. 조금은 느리지만 계획대로 진행되는 투자, 그리고 증가하는 인구는 향후 더 많은 변화가 지속될 것이라는 확신을 주고 있다. 1~3 생활권의 완성과 더불어 현재 사업이 진행되고 있거나 예정된 4~6 생활권의 존재는 다른 신도시들이 겪은 확장의 제한이라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단기간에 이뤄지는 조성이 아니라 지속적 변화는 도시 내부 공간구조의 순환을 가능하게 해주며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준다. 행정수도 이전은 이러한 변화에 속도를 더하는 것이지, 이것으로 인해 없던 변화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중부권 거점도시 형성 긍정적
주변 도시들과 격차 확대는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어
세종의 성장은 새로운 중부권 거점 도시의 형성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대전-세종-청주로 이어지는 인구 300만의 생활권 형성은 국토 공간구조의 변화와 더불어 수도권과 동남권에 이는 새로운 지역 거점의 형성을 가능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세종이 '충청권의 강남'으로 자리 잡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우려도 제기된다. 세종의 인구 증가가 수도권으로부터의 유입이 아닌 인접한 도시로부터 주로 발생하는 데 따른 우려인 것이다. 실제로 아침에 대전과 청주로 향하는 도로들은 정체를 빚고 있다. 안정된 직장과 높은 소득을 올리는 계층부터 세종으로 이주하면서 인접한 도시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서울의 강남 개발이 강남ㆍ북 지역 격차를 가져왔듯 세종의 발전이 지역 내 격차 확대를 만들어낼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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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강남 개발은 40년 후 서울이 국제적 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렇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 역시 우리 모두가 실감하고 있다. 충청권의 강남으로 성장하는 세종이 어떤 길을 가야하는지, 어떻게 가야 할지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때가 됐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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