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정권 교체돼도 긴장감은 지속

정치의제 통한 국제통상시대 저물어

교역상대국에 걸맞은 전략 만들어야

독일, 안보·경제 이중구조 연대 필요

동남아 ODA 통해 공동번영 가치 공유

글로벌밸류체인 개편 K-FTA 시행 필요

CPTPP 가입, 한국경제 모멘텀 가능

유명희 WTO사무총장 출마, 국가 이득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이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국제통상 전략에 관해 설명하는 모습.(사진=문채석 기자)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이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국제통상 전략에 관해 설명하는 모습.(사진=문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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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김현정 경제부 차장, 정리=문채석 기자]"미국 정권이 교체돼도 보호무역주의는 당분간 계속되고, 일본 정권이 바뀌어도 한일 간 긴장감은 유지될 것이다. 독일과는 안보·경제상의 딜레마를 공유하고, 동남아시아의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오세아니아의 호주 등과는 양극화 문제와 기후변화 등의 의제를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지난 12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한·일 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어 다른 선진국들을 상대로 통상 다변화 전략을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개발도상국과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면서 공적개발원조(ODA)를 병행하는 다층적인 FTA를 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달 민관이 함께 마련한 '포스토 코로나 신통상전략(K-통상전략)'을 적극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주의, 인권 가치 공유만으론 부족"= 김 원장은 자유주의, 인권 등의 보편타당한 정치 의제로 국제 통상을 풀어나가는 시대가 저물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인 왕후닝(王?寧·중국의 제갈량으로 불림)이 정립한 '과학적 발전관' '중국 특색 사회주의' 때문에 부담스러워졌다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의 핵심 군사 동맹국이고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처다. 두 초강대국 사이에서 한쪽을 선택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살 수 있는 통상 전략을 펴는 것은 금물이기 때문에 중국을 자극할 소지가 있는 행동은 지양해야 한다.

김 원장은 철저하게 교역 상대국의 수요에 맞게 통상 전략을 가다듬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제적인 보호무역주의 확대와 미·중 갈등 등을 바라보는 입장이 우리와 비슷한 나라와 협력해 공동의 가치를 공유하고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는 게 명분을 세우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발틱 국가 같은 중진국보다 우리나라와 경제 규모와 산업 구조, 경제 발전 단계가 비슷한 독일·프랑스·영국(이상 유럽), 호주, 캐나다,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을 최적의 교역 파트너로 꼽았다. 특히 이 나라들은 정치 외교적 고민과 관심사가 우리와 비슷하기 때문에 명분 축적을 위해 반드시 연대해야 한다. 김 원장은 "미·중 통상 갈등으로부터 어떤 압력을 받고 있는지 이 나라들과 공통의 관심사와 고민을 확인하는 작업부터 해야 하는데, 독일을 예로 들면 미군이 주둔해 있었던 나라라 우리처럼 안보와 경제의 딜레마를 겪고 있어 할 얘기가 많다"며 "자국의 안보를 미군 기지에 의존해야 할지, 주변국과 함께 해결할지 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안보와 경제의 이중구조 의제를 꺼내면서 연대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남아의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오세아니아의 호주 등과 공유할 공동의 가치로는 포용성(inclusiveness)과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꼽았다. 여기서 포용성은 각국의 사회ㆍ경제적 양극화 해결, 지속가능성은 기후변화를 포함한 환경 문제를 의미한다. 김 원장은 "국제적인 ODA를 통해 공동의 번영을 이룬다는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중견국과 연대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며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는 이런 나라들과 새로운 중견국 통상 네트워크를 구상하는 게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아베 정권 바뀌어도 한일 갈등 지속"= 아베 신조 정권의 지지율 하락(30%대)과 아베 총리의 건강 이상설 등으로 일본의 정권 교체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한국이 방심할 상황은 결코 아니라는 게 김 원장의 시각이다. 양국 갈등의 밑바닥엔 경제 지형의 변화가 깔려 있기 때문에 일본이 한국을 견제해야 할 당위성이 커지고 있고, 이는 단기간에 바뀔 흐름이 아니라고 봤다. 이 때문에 정부가 소재·부품·장비 2.0 전략과 글로벌밸류체인(GVC) 개편 시도 등을 통해 일본으로부터의 자립화를 꾀한 것은 필연적이었다는 설명이다.


단, 아시아·태평양 통상에서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모멘텀)을 강화하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일본과의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정부가 교섭 중인 동북아시아의 큰 통상 의제인 '한·중·일 FTA' '인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복귀' '한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중 그나마 한국의 CPTPP 가입 쪽이 실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중·일 FTA는 한일 관계는 물론 한중 외교 변수가 부담이다.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반중 경제 동맹 경제번영네트워크(EPN) 가입을 요구받는 한편 양제츠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의 방한을 맞아야 했던 입장이다. 중국이 적극적으로 한·중·일 FTA 교섭 드라이브를 걸지 않는 한 협상의 물꼬를 트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CPTPP는 우리 정부의 의지가 있다면 추진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은 의제다. 김 원장은 "한국 경제에 모멘텀을 줄 만한 역내 통상 전략 중 그나마 CPTPP 가입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이 큰데, 역시 관건은 한일 관계"라며 "예단하기 어렵지만 미국 정권이 교체되면 도널드 트럼프 정부보다는 전향적으로 CPTPP 가입을 고려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럴 경우 우리도 (가입을)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서둘러 가입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고 미국의 CPTPP 가입 고려 여부가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GVC 개편 위해 개도국 K-FTA 활성화= 김 원장은 지난달 21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열린 통상산업포럼에 참가해 K-통상전략을 만든 인사 중 하나다. K-통상전략 중 개발도상국의 수요에 맞춰 FTA 협상을 하는 'K-FTA' 전략을 새롭게 제시했다. 한국은 중국 중심의 GVC를 분산하고 여러 지역밸류체인(RVC)을 마련해야 하는 입장인데, K-FTA는 RVC의 주요 무대가 될 개도국과의 통상 협상력을 높이는 실무 전략이다.


김 원장은 생산기지로서 중국을 보완할 RVC 확보 전략에 대해 "작은 저수지를 끌어모은다"고 표현했다. 김 원장은 한국은 전 세계가 '각자도생'식 RVC 확보 경쟁에 나서는 4기 FTA에 돌입했다고 진단했다. 수출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작은 나라와 양자무역협정을 맺은 '1기 FTA(1998~2002년)', 미국 등 선진국과 개방도를 높여 양자무역협정을 맺은 '2기 FTA(2003~2004년)', 2기 FTA 발효 후 RCEP 등 다자무역협정 위주로 갔던 '3기 FTA(2010~2012년)'는 지난 지 오래란 의미다.


김 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준 가장 큰 교훈은 큰 저수지(중국)에 문제가 생겼을 때 작은 저수지(RVC)를 만들어 물을 끌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중국에 지은 와이어링 하네스 같은 자동차 부품공장의 10분의 1 규모인 공장을 베트남에 짓고 기술과 자본을 투입해 부품을 조달하는 식으로 주변에 작은 저수지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작은 저수지를 파려 하는 우리 입장을 관철하려면 상대가 원하는 맞춤형 ODA를 교섭 과정에서 얼마나 잘 설파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김 원장은 설명했다. 무작정 'K-방역을 수출하겠다'고 나설 게 아니라 지역별 인구 분포와 의료 시스템을 분석해 인구 밀집 지역에 집중적으로 수출하고 현지에서도 경제봉쇄(록다운)해도 무방하다고 보는 지역 수출은 대폭 줄이는 식의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명희 WTO 사무총장 출마 자체가 한국에 이득"=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의 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WTO DG) 선거 출마에 대해 김 원장은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한국은 다자무역체제에 대한 일종의 오너십(주인의식)을 가진 나라로, 이번 유 본부장의 당선 여부와 관계없이 출마하는 것만으로도 국제 통상 무대에 우리의 위치를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한국이 2000년대 초반 다자무역이 아닌 양자 FTA 위주로 갔기 때문에 WTO의 다자무역 철학과 결이 다르다고 지적받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단언했다. 김 원장은 "우리나라는 1990년대에 유럽 통합이 급진전되면서 세계 경제의 블록화가 가속화할 경우 수출 경제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위기의식 때문에 양자 FTA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입장"이라며 "1967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체제 가입 후 다자무역체제를 도입한 이후 우리나라만큼 경제가 급성장한 유니크(특이)한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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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원장은 "이번에 아프리카 차례가 왔다지만, 우리나라는 유 본부장 당선 여부를 떠나 언제든 WTO 사무총장을 배출해야 하는 당위성이 있는 나라"라고 말했다.


세종=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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