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통상임금 勞 승소…다른 기업 '유사 소송' 잇따르나
대법원 계류 중 통상임금 소송만 30여건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이기민 기자] 끝나도 끝난 게 아니다. 규모나 기간 모든 면에서 역대급 통상임금 소송으로 주목받은 기아차 사례가 '노동자 승리'로 일단락되면서 통상임금 미지급금을 요구하는 유사 소송이 다른 기업에서도 잇따를 전망이다. 이미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 중이거나 소송 제기 움직임이 포착된 기업에서는 이번 기아차 대법원 판결에 대한 후속 법리 해석에 나섰다.
20일 법원과 재계에 따르면 현재 통상임금과 관련해 계류 중인 크고 작은 소송이 대법원에서만 30여건에 달한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한진중공업, 아시아나항공, 만도, 금호타이어, 두산모트롤 등이 대표적이다. 소송 청구액이 적게는 수백억 원, 많게는 수천억 원에 달해 패소할 경우 일시에 지급해야 하는 임금이 적지 않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근로자 정모씨 등 10명이 2012년 12월 처음 소송을 제기한 이후 8년 동안 지리한 법정 다툼을 이어오고 있다. 1심과 2심에서 노조와 사측이 한 차례씩 승기를 쥔 가운데 기아차와 유사하게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적용 여부가 최대 쟁점이라 이번 판결에 촉각이 곤두서 있다. 노조가 승소하면 현대중공업이 지급할 임금은 6000억원대로 알려져 있다.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 중인 한 대기업의 관계자는 "통상임금 소송은 워낙 회사마다 복잡 다양해 모든 건을 동일선상에 놓고 볼 수 없지만 기아차처럼 신의칙을 인정받지 못하고 패소하는 경우가 많아 기업마다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면서 "법무 조직에서 이번 판결을 꼼꼼히 살펴볼 것"이라고 전했다.
이미 진행 중인 통상임금 소송 외에도 이번 기아차 판결은 소송을 보류하고 있던 기업 노조에 방향성을 제시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기업 집단을 넘어 중소·중견기업으로 이슈가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차처럼 퇴직자가 통상임금 미지급금을 요구하며 뒤늦게 집단소송을 제기할 공산도 크다.
박재근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그동안 노사가 합의했던 사안을 법원이 계속 뒤엎고 있는 것"이라며 "신의칙이라는 기업 경영의 마지막 보호막까지 걷어가 버리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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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정책팀장은 "올해 초부터 코로나19 확산으로 생산 중단 사태를 겪는 등 어느 때보다 신의칙 적용이 돼야 하는 비상 경영 상황"이라며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지만 이례적인 경영 여건에서 신의칙 적용을 배제해 기업들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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