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오랜 시간 열심히 일한 게 미덕인 시절 아냐"
52시간 초과 근무 법인대표 벌금형
근로자 업무과다 스트레스로 투신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근로자에게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도록 한 법인 대표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법원은 이 판결을 통해 "오랜 시간 열심히 일하는 것이 미덕이 아닌 시대"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김성훈 부장판사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서울 강남구 소재 A업체 전 대표 구모씨에게 벌금 400만원을 최근 선고했다. 김 부장판사는 "적절한 근로시간 규제를 통해 일과 삶의 균형을 실현하는 가치가 근로기준법을 통해 제도화 되고 있다"며 "이제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당연히 과로를 요구하던 관행에 일정한 경고를 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이 사건 범행에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구씨는 A업체 대표이사로 근무하던 2014년께 회계팀 소속 박모씨에게 52시간을 초과 근로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박씨의 근무시간은 64시간20분에 달했다. 박씨는 과중한 업무로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결국 그해 12월 회사 옥상에서 투신해 사망했다.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2018년 박씨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판단했다.
구씨는 재판 과정에서 "박씨가 초과 근무한 사실이 증명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김 부장판사는 사건 기간 박씨가 출퇴근을 위해 이용한 교통수단 사용내역을 근거로 근로시간이 52시간이 초과됐다고 판단했다. 근무시간에 대해서는 출근 시점부터 퇴근 시점까지 점심식사 1시간, 저녁식사 1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모두 포함시키는 등 폭넓게 해석했다.
김 부장판사는 미필적 고의도 인정된다고 봤다. 김 부장판사는 "입사 초기의 박씨에게 야근을 안할 수 있는 선택권은 없었던 것으로 보여 자발적으로 일한 것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박씨의 초과근무 부분에 대해서도 사용자의 지휘ㆍ감독이 있었다고 보는 게 적절하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그럼에도 법정근로시간을 지키기 위한 실효성 있는 구체적 조치를 실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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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장판사는 다만 "피고인이 확정적 고의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됐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이 사건 범행 시점에 사용자가 법정근로시간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법의식이 확립되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 사건에 적용된 근로기준법이 주52시간제를 지키지 않은 사업주에 처벌을 강화한 개정 이전의 법이란 점도 구씨에게 유리한 정상이었다. 2018년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주52시간제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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