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 관리 책임 묻겠다"는 환경부…'꼬리자르기' 되나
환경부 "댐조사위 구성…법 따라 엄정조치"
전문가 "잘못된 매뉴얼은 환경부 소관"
"홍수통제소 승인 있어야 방류…1차 책임"
4대강 보 홍수예방 조사에는 소극적 자세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문채석 기자] 최근 집중호우에 따른 수해가 급작스러운 댐 방류로 인한 '인재'라는 논란에 환경부가 뒤늦게 댐 관리에 책임을 묻고 형사처벌 조치까지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홍수 피해의 원인을 댐 방류에서만 찾으려 한다"는 부정적 의견이 우세하다. 환경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사항인 4대강 보 치수효과 평가에 대해선 정치적 논란을 의식한 듯 차일피일 미루는 모양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최근 집중호우 기간 섬진강댐, 용담댐, 합천댐의 운영 관리가 적절했는지 민관 합동 '댐관리 조사위원회'를 꾸려 면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댐 운영이 적절했는지 한 치의 의혹 없이 밝히겠다. 조사위의 정밀 조사를 통해 위반 정도와 영향을 판단하겠다"면서 "관계법에 따라 징계 요구나 형사처벌 조치를 하겠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번 진상조사 계획은 대규모 수해가 발생한 섬진강댐 하류 지역 지자체가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수공)의 댐 운영 관리 소홀을 탓하고, 수공은 기상청의 강수 예보가 부정확했다며 책임 공방을 벌인 후에야 발표됐다. 이에 수공은 공식 입장을 통해 "수해의 원인 분석 및 대책 수립에 적극 협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확한 원인 분석이 제대로 된 대책을 만들 수 있다"며 "지역의 홍수 방어는 댐과 하천이 분담하고 있고, 홍수피해 양상이 제방 붕괴와 월류 등 복합적 요인으로 발생되는 만큼 관련 기관 합동으로 면밀한 조사와 원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홍수 피해는 댐 방류 외에도 섬진강 제방 붕괴, 배수시설의 한계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 만큼 종합적인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 역시 홍수 피해의 원인을 수공의 댐 방류 문제로만 돌리는 건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수공은 방류 매뉴얼을 따랐다고 했는데, 매뉴얼대로 했다면 실무자는 잘못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잘못된 매뉴얼을 바로잡는 건 환경부 소관이다. 그럼에도 징계나 형사처벌을 내린다면 실무자에게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라며 '꼬리자르기'를 지적했다. 이어 조 교수는 "제방 등 하천 시설이 무너지지 않도록 평소에 유지ㆍ관리에 신경써야 했다"며 "이 부분은 하천시설 관리자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방류량을 결정하는 건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인 홍수통제소"라며 "홍수통제소에서 승인해야 수공이 댐 수문을 열 수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댐 관리자는 지침을 따르되 홍수통제소의 관리하에 댐을 운영하기 때문에 1차적 책임은 홍수통제소가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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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환경부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향후 100년을 내다보는 근본적인 홍수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보다 시급한 4대강 사업 홍수예방 효과에 대한 조사는 뒷전으로 미뤄지고 있다. 이번 집중호우를 계기로 4대강 사업의 치수 효과에 대한 논란이 촉발됐지만 환경부는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10일 문 대통령이 4대강 보의 영향에 대한 조사와 평가를 지시했지만 조 장관은 17일 브리핑에서 "(4대강 보 홍수예방 평가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며 "지금은 댐 방류 피해 문제가 더 심각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먼저 원인 규명한 뒤에 적정 시점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2014년과 2018년, 지난해 조사 결과를 토대로 "홍수 예방 효과가 없다"는 의견을 밝힌 상태다.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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