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볼빙 서비스 이용률…전 연령대서 20대가 제일 높아
자칫 신용등급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월급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손댔다가 현금 폭탄 맞아"
전문가 "기본생활 가능한 임금과 일자리 보장해야"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김연주 인턴기자] #직장인 경모(27·여)씨는 6개월간 신용카드 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해지했다.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 원하는 만큼만 카드 대금을 결제할 수 있다는 점이 편리했지만, 불어난 이월된 결제 금액으로 인해 카드 한도에 영향을 미쳐 해지하기로 했다. 경 씨는 "수수료가 크다는 말은 들었지만, 당장 필요하기 때문에 썼다"며 "해지를 결정한 다음달 현금 폭탄을 맞아 결국엔 대출을 받아 카드값을 결제했다"고 밝혔다.
20대의 신용카드 리볼빙 서비스 이월 잔액이 최근 3년 새 2배 가까이 늘어나며 전 연령대에서 가장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카드 리볼빙은 고액 수수료를 지불하고 카드 대금을 이월하는 서비스로 당장 카드 대금을 100% 내지 않아도 된다. 결제 대금을 이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비스 이용자는 일시적으로 카드값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지만, 수수료가 최대 20%를 넘어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지난 10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주요 '4개 신용카드사(신한·삼성·현대·국민)의 리볼빙 이월 잔액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7년 5월 말 178억원이었던 20대의 리볼빙 이월 잔액이 올해 5월 332억원으로 87%p 증가해 전 연령대 중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또 20대의 리볼빙 서비스 이용 증가율도 전 연령대 중 가장 가팔랐다. 같은 기간 20대에 이어 60세 이상(28.5%), 30대(16.6%), 40대(13.1%), 50대(11.0%) 순이었다. 전체 리볼빙 잔액 증가율은 17.8%였다.
문제는 이 서비스를 지속해서 이용하다 보면 결국 쌓인 대금결제를 하지 못해 연체 상태로 진입하고 거액의 수수료까지 물게 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데 있다.
과거 리볼빙 서비스 이용자였던 김모(29·남)씨는 "조절해서 쓰면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신용카드라는 게 현금과 달라서 조절이 더 어려웠던 거 같다"며 "한도를 늘릴 수 있는 만큼 늘렸는데, 이마저도 부족했다. 결국, 아르바이트 퇴직금을 받아 정산하고 서비스를 해지했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신용등급에 치명적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쓰다가 금방 해지하면 되겠지 싶었는데 쉽지 않았다"며 "아예 시작하지 않는 게 맞다고 말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직장인 이모(26·여)씨는 "월급이 턱없이 적어 이용했던 서비스인데 도중에 그만둘 수 없게 될 줄 몰랐다"며 "월급은 똑같은데 누적되는 카드값은 계속 늘어났다"고 말했다.
심각한 경우에는 카드 대금을 내기 위해 대출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제를 미뤄두면서 불어난 카드 대금을 감당하지 못해 다시 큰 이자를 감내하고 대출을 받아 이른바 돌려막기를 시도하는 것이다.
금융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는 리볼빙을 갚기 위한 방법과 해결 과정을 기록한 게시물들이 줄줄이 올라와 있다. 이들은 주로 리볼빙전환대출을 통해 카드 대금을 해결했다.
한 금융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oo카드 리볼빙전환대출 받아서 잘 정리했어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글 작성자는 "그동안 왜 그렇게 돈을 썼나 자신이 너무 원망스럽고 바보 같았다"면서도 "대출이 잘 될 거라는 자신이 없었는데 잘 정리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앞으로 카드를 함부로 사용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연체 없이 꾸준히 관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20대의 리볼빙 서비스 이용 급증이 청년 생활고와 연관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들의 취업난, 또 일자리를 구해도 생활이 안 될 만큼 임금이 적어 카드 돌려막기나 신용 등급에 영향을 미치는 서비스에 내몰리는 것"이라며 "아르바이트 자리도 씨가 말라 청년들이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리볼빙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다 대금을 지급할 상황이 안 되면 결국 제2, 3금융권으로 돌아서는데 신용불량자가 될 위험이 크다"며 "청년들이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임금보장과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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