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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부동산 때문에 나라가 두 쪽 나기 직전이다. 유주택ㆍ무주택에 이어 임대ㆍ임차로 나뉜 시장 참여자들은 예전보다 서로를 더 못마땅해 하기 시작했다. 다들 내 진영의 괴로움이 상대방의 이익으로 치환되고 있다고 생각해 울화가 치미는 듯 하다. 정부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한 쪽의 것을 떼어다가 다른 쪽에게 주는 방향으로 흐르면서다.


이토록 거센 갈등을 초래하면서까지 부동산 시장에서 '정의(正義)'를 부르짖는 정부가 빠뜨린 것이 있다. 바로 주장하는 개념의 내용을 명백하게 한정하는 것, '정의(定義)'를 하는 것이다. 적어도 법이 작동하는 과정에서 만큼은 뚜렷해야 할 것들이 자꾸만 얼버무려진다. 정의가 헐거울 수록 다툼이 많아지고 억울한 사람이 는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반드시 매듭짓고 넘어가야만 하는 부분이다.

우선 정부가 부동산 가격 급등의 주범으로 여기는 투기에 대하여. 국어사전에 따르면 투기는 시세 변동을 예상해 차익을 얻기 위해 하는 매매 거래를 말한다. 투자는 이익을 얻기 위해 어떤 일이나 사업에 자본과 시간을 쓰는 것이라고 돼 있다. '꾼'이라는 접미사를 붙여 쓰느냐 마느냐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리송한 차이다. 2018년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 차이를 설명해보라는 어느 국회의원의 질문에 '단기적 시세 차익을 노리면 투기, 장기적 접근이면 투자'라고 설명한 바는 있다.


그렇다면 단기와 장기는 어떻게 정의되나. 정부가 세법개정을 통해 양도소득세로 징벌적 과세에 나선 '1년 미만 보유'가 기준인가. 만약 국회의원 가운데 주택 매매로 거액의 시세 차익을 봤거나 보유 1년이 안 돼 매도한 경우가 있다면 그는 분명 투기꾼이며 시장교란자인데, 입법기관에 있을 자격이 있는 것인가. 고위공직자는 반드시 1주택이어야만 한다는 마당에 그토록 불경한 시세차익을 거뒀다면야. 집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차익을 보려는 행위 모두가 투기이고 근절 대상이라고 규정한다면, 법으로 일부는 남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조세저항에 대한 우려 외에 어떤 이유에서인가.

정부가 보호를 약속한 실수요자도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는다. 특히 청약시장에서 그렇다. 부동산은 곧 '아파트'를 의미하는 시대에 돈이 부족해 급한대로 빌라나 다세대 주택을 매수한 경험이 있다면 그 경험이 없는 수요자와 비교해 청약시장에서 감점을 받아야 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후자가 더 경제적 열위에 있는 배려대상이라는 근거와 실체는 과연 있는가. 불로소득이 나쁘다고 핏대를 세우는 정부가 공권력을 이용해 시세보다 싸게 아파트의 분양가를 눌러 당첨자에게는 앉은 자리에서 몇 억원을 벌게 해주는 것은 왜 인가. 청약 당첨된 아파트의 거주 기간을 의무화 한다는데,그 몇 년을 살고 난 뒤의 시세차익은 불로소득이 아닌것으로 보겠다는 의미인가.


국가가 나서서 이끌겠다던 주택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성공인가 실패인가. 민간 공급 확대를 목표로 각종 세제혜택을 주며 홍보하던 주택임대사업자제도는 발 빠른 체리피커를 남긴채 3년만에 폐지됐지만, 그 누구도 실패를 인정하거나 사과하지 않았다. 2018년에는 깜깜이 분양을 막기위해 후분양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던 정부는 최근 돌연 3기 신도시는 사전청약을 하겠단다. 2기 신도시에 대한 새치기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정부가 공공에서 민간까지 관통하는 새로운 원칙처럼 만들겠다던 후분양 로드맵은 대체 어떻게 돼 가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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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질문들은 누군가를 옹호하기 위한 것도, 또 다른 누군가의 절박함을 가볍게 여기기 위한 것도 아니다. 기자 역시 임대차 3법 입법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와중에 집주인이 월세를 50% 이상 올려 부르는 놀라운 경험을 한 바 있다. 시장과 현실은 이런 것이다. 정의(定義) 없이 뭉뚱그려진 정의(正義)는 문제를 바로잡을 수 없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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