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조사 시작됐지만 여전히 답없는 박원순 사건
조사권한 한계로 시일 걸려
포렌식 중단으로 경찰수사 난항
이어 미궁에 빠질 가능성도
서울시 인권 및 평등 촉구 공동행동 회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앞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관련 직권조사를 촉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이정윤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과 사망 경위 등에 대한 직권조사에 착수했지만, 진상이 규명되기까지는 시일이 오래 걸릴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인권위 조사 권한의 한계와 더불어, 난항에 부딪힌 경찰 수사 등 제반 상황을 고려하면 사안이 아예 미궁에 빠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인권위 직권조사는 차별시정소위원회 주도로 별도의 직권조사팀 7명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인권위 관계자는 31일 통화에서 "차별시정소위에서 직권조사팀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조사 범위와 대상ㆍ기간 등 세부 내용도 해당 팀에서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날 인권위는 제 26차 상임위원회를 열고 '직권조사 계획안' 안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인권위의 직권조사는 참고인 조사와 관련 증거 자료수집 방식으로 이뤄진다. 인권위는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권이 없어 관련자들의 진술과 서울시 등 관계기관 협조에 의존할 것으로 보인다. 조사 속도도 이들의 협조 적극성에 따라 크게 갈릴 전망이다. 2018년 2월 서지현 검사가 제기한 '미투' 운동과 관련해 인권위가 직권조사에 착수했을 때 예정된 조사기간은 3개월이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인권위 측은 기간을 정해놓고 조사를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선출직 공무원의 성희롱 사건 처리절차와 실태 등도 문제점으로 제기된 만큼 관련 실태조사까지 범위를 넓힌다면 직권조사는 길게는 1~2년이 걸릴 수도 있다. 체육계 전반에 걸친 성폭력 실태가 드러난 '심석희 사건' 때도 인권위는 약 8개월간 문화체육관광부와 전국 체육단체를 상대로 조사를 벌인 바 있다. 인권위의 직권조사 결정 후 박 전 시장을 성추행 등 혐의로 고소한 전 비서 A씨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지난 30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피해자의 기억'은 정지되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한편 법원이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 절차에 대해 유족이 제기한 '준항고 및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박 전 시장의 사인 규명 등 수사에도 제동이 걸렸다. 이에 따라 경찰은 준항고 결정이 있기 전까지 휴대전화를 봉인 상태로 보관하게 된다. 준항고는 법관의 재판 또는 수사기관의 처분에 불복해 이의를 제기하는 절차다.
포렌식 범위는 박 전 시장의 사망원인과 경위를 확인하는 부분으로 한정됐다. 하지만 포렌식을 통해 박 전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를 확인하고 성추행 의혹에 대한 정황이 간접적으로 드러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준항고 결정까지는 통상 한달여 이상 걸려 수사 진행 속도는 더뎌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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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경찰은 성추행 고소에 대해선 '공소권 없음'으로 결론을 내고 송치 시점을 가늠하고 있지만 종결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또 성추행 방조 의혹에 대해선 서울시 관계자들 10여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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