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이전, 한국판 뉴딜 등 '지역균형발전' 키워드…충청 민심 얻은 쪽이 대선 승리, 한국정치의 역사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원다라 기자] 충청 민심을 흔드는 여권의 '중원 전략'은 재집권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청사진과 무관하지 않다.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문제 해결의 우회로 전략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2022년 대선까지 겨냥한 중장기 포석이라는 얘기다.


여권에서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민감한 이슈를 들고 나온 뒤 정가가 술렁이고 있다. 야권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는 충청 민심을 얻는 쪽이 청와대를 차지했던 한국 정치의 선거 역사와 관련이 있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6월 현재 주민등록인구를 기준으로 호남(광주+전남+전북)은 512만여명, 충청(대전+세종+충남+충북)은 552만여명이다. 대전 인구는 147만여명으로 광주 인구 145만여명보다 더 많다. 영남과 호남이 양분해온 정치 지형도는 이미 변화하고 있다. 역대 선거에서 충청 민심은 대선 판도를 결정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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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사례는 2002년 대선이다. 당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행정수도 이슈를 토대로 대선 승리를 이끌었는데 지역별 선거 결과는 일반 상식과는 차이가 있다. 노 후보의 서울 득표율(51.3%)보다 대전(55.1%), 충남(52.2%) 득표율이 더 높았다. 충청의 든든한 후원이 참여정부의 집권을 견인한 셈이다.

최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꺼낸 행정수도 이전, 청와대 세종 이전 등의 이슈는 충청 민심을 술렁이게 할 의제이다. 특히 행정수도 이전은 이슈로 부각되는 것만으로도 지역 민심에 기대감을 안겨줄 수 있다. 야당이 무작정 반대만 할 수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행정수도 이전 이슈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7년 2월 연두 순시에서 임시 행정수도 계획을 밝혔는데 당시 후보지는 충남 공주시 장기면 일대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에는 정부대전청사 착공에 들어갔고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에는 병무청, 통계청 등 정부 기관의 이전이 진행됐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의대정원 확대 및 공동의대 설립 추진방안 당정협의'에 참석, 회의 도중 조정식 정책위의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의대정원 확대 및 공동의대 설립 추진방안 당정협의'에 참석, 회의 도중 조정식 정책위의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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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행정수도 이슈 때문에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 승리 이후 "세종시 건설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는데 당내 분란의 씨앗이 됐다.


세종시를 기업·연구 중심도시로 바꾸는 내용의 '세종시 수정안' 국회 본회의 처리를 추진했지만 2010년 당시 유력 대선주자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민과의 약속'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부결시켰다. 대통령의 국정 밑그림을 여당 유력 정치인이 막아서는 모양새가 돼 버렸다. 이는 이명박 정부를 '레임덕의 늪'에 빠지게 하는 계기가 됐다.


행정수도 이전 이슈는 문재인 대통령이 공을 들이는 한국판 뉴딜 사업과도 무관하지 않다.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은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정치철학이었다. 참여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던 문 대통령 역시 이러한 철학을 계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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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기능의 확대 발전은 지역균형발전 프로젝트를 상징하는 사업이다. 수도권 중심의 대한민국 성장판을 지역으로 확장시키는 밑그림 작업은 정책 이슈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대선판을 흔들어 놓는 정치적 후광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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