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40조 '부실유예' 부담 큰데…"
고민 깊어지는 금융권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중소기업ㆍ소상공인이 아닌 일반 기업대출도 이미 줄줄이 만기를 연장하며 버티고 있는 실정이에요. 회수가 가능할 지 여부도 모르는 상황에서 추가 연장은 결국 부실을 잠시 미루는 것에 불과합니다."(A시중은행 여신담당 고위 임원)


"코로나19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경우 대출 회수를 위해 리스크 관리에 나설 수 밖에 없습니다. 관련 부실을 결국 금융사가 모두 끌어안게 되면 더욱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을 것입니다."(B카드사 고위 임원)

금융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중소기업ㆍ소상공인 대상 대출 만기 추가 연장을 검토하면서 금융사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엔데믹(주기적 유행) 기조로 흘러감에 따라 이미 막대한 부담을 떠안고 있는 금융사 입장에서는 만기의 재연장이 대출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오는 9월 이후 최소 3개월 가량 추가로 대출만기를 연장하는 방안을 두고 금융사들과 논의에 들어갔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중기ㆍ소상공인들의 자금력 회복이 난망하고 금융ㆍ실물 등 경제 전반의 사정 또한 빠르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서다. 금융당국은 주로 시중은행 여신 부문 실무자들에게 추가 연장조치가 있을 경우 이행에 무리는 없을지 등에 관한 의견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오는 9월30일까지 상환 기한이 도래하는 개인사업자 포함 중소기업 대출 만기를 연장하는 조치를 지난 4월부터 시행했다. 이같은 조치가 시행된 이후 지난 26일까지 시중은행과 제2금융권에서 총 39조8000억원의 대출 만기가 연장됐다. 이 중 39조원은 시중은행에서 이뤄졌다.

금융권, 코로나 대출만기 추가 연장 어쩌나…"결국 부실 미루는 것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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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열린 금융리스크대응반 회의에서 "운영기간 만료가 가까워짐에 따라 기한 연장여부 및 정상화방안 등에 대해 금융회사들과 함께 고민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면 9월이 됐다고 갑자기 손 털고 나올 수 없기 때문에 시장 참가자들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같이 고민해보자고 화두를 던지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당국 정책 책임자들의 이같은 발언에 금융권은 추가 연장을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또한 이 같은 조치가 결국 '부실의 유예'에 머물 수 있음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한 시중은행 여신 담당 고위 관계자는 "4~9월까지 6개월 간 축적될 피로만으로도 압박이 상당하다"면서 "여신 회수에 대한 추가 대책 없이 만기를 재연장하면 건전성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끝내 '추가 연장을 하자'고 하면 따라야지 어쩌겠느냐"면서 "은행의 건전성 뿐 아니라 차주들이 미래에 짊어질 고충 또한 가중될 수 있어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코로나19 관련 대출 여력을 늘리기 위해 지난 4월 이후 유동성 커버리지비율(LCR) 완화, 예대율 대출 가중치 조정 등 각종 건전성 관련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해왔다. 이 관계자는 "추가 연장을 한다면 금융사가 여력을 늘릴 수 있게 한시적 규제완화 조치의 연장이나 조정을 동시에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 전반의 대출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은 1611조3000억원, 기업대출은 1229조2000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6%, 11.6% 확대됐다. 이에 따라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부문 부채 비율은 201.1%로 사상 처음으로 GDP의 두 배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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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의 자금 부족 규모는 30조9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일부 금융사들의 경우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는 모습"이라면서 "대출만기 연장 등 다양한 유예조치로 부실의 표면화를 억누른 결과"라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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