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품 대신 차디찬 땅속에"…성북구 영아유기 용의자 ‘오리무중’
서울 성북구 국민대 인근 야산서 영아유기 사건
현장 비추는 CCTV 없어 수사 난항
국과수 부검 결과 기다리는 중
사산아였다면 혐의 적용도 '미지수'
[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지난 4일 서울 성북구 국민대학교 인근 한 야산의 등산로 초입에서 숨진 영아의 시신이 발견됐다.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남자아이였다. 이 아이는 부모의 품 대신 비닐에 싸인 채 차디찬 땅속에 묻혀 있었다. 시신은 근처를 지나던 등산객에 의해 발견돼 바깥으로 나왔다. 아이를 유기한 것이 누군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 사건 수사를 맡고 있는 성북경찰서는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실마리를 찾지 못한 상태다. 시신 발견 장소를 직접 비추는 CCTV가 없어서다. 경찰은 우선 등산로 인근에 설치된 CCTV 영상을 수거해 분석 중이다. 이 밖에도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아이의 신원 확인과 용의자를 추적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영아의 시신은 이달 8일 부검을 위해 국립 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졌다. 아직 부검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영아 유기는 용의자 추적이 까다로워 수사가 어려운 범죄 중 하나로 꼽힌다. 보통의 경우 지문 등록도 되지 않은 어린 아기여서 신원 파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시신의 부패 상태에 따라 사인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따라서 유기된 장소 인근의 CCTV가 주요 단서가 되는데, 이마저 없다면 수사 자체가 장기화되는 것이 불가피하다.
실제 지난 20일 잠실한강공원 둔치에 영아의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친모의 경우도 신원을 특정하고 체포하는 데만 8개월이나 소요됐다. 당시 이 사건도 현장을 비추는 CCTV가 없었고 시신의 부패가 심해 사인 확인이 불가능해지면서 수사가 난항을 겪었다.
용의자를 찾더라도 문제는 또 있다. 분만 당시 아이가 죽은 채 태어난 경우, 즉 '사산아'라면 혐의 적용 자체가 어렵게 된다. 현행법상 사체유기죄나 영아살해죄 등이 성립하려면 분만 중 혹은 직후에 아이가 살아 있었어야 해서다. 우리 형법과 판례는 산모가 진통을 호소해 분만이 시작될 때부터 태아를 법적 인간으로 보는 '분만 개시설'을 따르기 때문에 아기가 숨진 상태에서 태어난 사산아였다면 영아살해죄를 비롯해 사체유기죄로 처벌하는 것도 어렵다. 아이가 숨진 상태로 세상에 나왔다면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상태로 간주한다는 얘기다. 임신 상태에서 태아를 고의로 숨지게 하는 행위를 '낙태죄'로 별도 처벌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국과수 부검 결과가 나오지 않아 아이의 사인이나 정확한 나이 등은 불명확한 상태"라면서 "CCTV 분석과 함께 다각도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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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 유기 사건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최근 영아유기 범죄는 2015년 41건에서 2016년 109건, 2017년 168건, 2018년 183건 등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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