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국공 사태' 후 공기업 취준생들, 역차별 호소하며 집단 행동 움직임
공채, 수년간 민간 비중 줄고 공기업 비중 늘어
경쟁 극심한 가운데 비정규직 대거 전환…'상대적 박탈감' 느껴
靑, 연일 분노 진화 노력 "이번 정규직 전환 공사 일자리와 관련 없어"

노량진 한 학원에서 공부중인 공시생들. / 사진=아시아경제DB

노량진 한 학원에서 공부중인 공시생들. / 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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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인턴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가 자사 협력업체 소속이던 보안검색 노동자 1900여명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접고용한다고 밝힌 뒤, 취업준비생을 중심으로 '역차별'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른바 '인국공 사태'에 대해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이 분노하는 것은 점차 감소하고 있는 공공채용(공채) 일자리에 대한 청년층의 불안감이 작용한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간 기업들이 공채를 줄이는 상황에서 취준생들이 기댈 곳은 공기업 공채 뿐인데, 이런 가운데 비정규직 직원들이 별다른 선발 과정 없이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되니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됐다는 것이다.


'인국공 사태'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취준생 카페 등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청년층의 분노가 확산하고 있다. 일부 취준생들은 이른바 '부러진 펜 운동'을 하자며 해당 사태를 공론화하는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부러진 펜 운동'은 공무원 시험 등 공채를 준비하던 취준생들이 인국공 사태 이후 느낀 상대적 박탈감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한 시험이 아닌 정부 정책 변화에 따라 취업 여부가 달라지는 세상이니 차라리 펜대를 꺾겠다는 것이다.


지난 24일 가입 회원 55만여명에 이르는 '공기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임' 카페 한 회원은 "비정규직 인원들을 고스란히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그 피해는 다른 공기업 취준생들에게 옮겨갈 것"이라며 "이번 역차별 사태에 대해 우리 모두 힘을 모아 강경한 뜻을 표현해야 한다"고 '부러진 펜 운동' 참여를 촉구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부러진 펜 운동' 이미지. / 사진='공기업을 준비하는 사람들 모임' 게시글 캡처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부러진 펜 운동' 이미지. / 사진='공기업을 준비하는 사람들 모임' 게시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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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분노의 저변에는 좁아지는 취업문에 대한 취준생들의 불안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 기업 공채가 점차 줄어들면서 취준생들이 공기업 공채로 몰리는 상황인 가운데 인국공 사태가 기름을 부은 격이다.


민간 기업 공채는 매년 지속해서 줄고 있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지난 4월 기업 428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78.7%는 올해 상반기에 수시 채용으로만 직원을 고용하겠다고 답했다. 지난해(69%)보다 10%여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특히 대기업 그룹의 경우 수시채용만 진행하겠다고 대답한 비율은 지난해 16.7%보다 3배 이상 높은 60%를 기록했다.


실제 LG 그룹은 지난 9일 기존 공개 채용 제도를 폐지하고, 현업 부서가 원하는 시점에 자유롭게 채용 공고를 내고 필요한 인재를 직접 선발하는 수시채용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이미 지난해 상반기에 신입사원 공채를 없애고 직무별 상시 공채로 변경한 상태다.


반면 공기업 공채 규모는 지난 4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 2015년 5826명에 불과했던 공기업 채용 규모는 지난해 1만1283명까지 93.6% 증가했다. 준정부기관·기타 공공기관 등을 포함할 경우 1만9202명(2015년)에서 3만3447명(2019년)으로 74.1% 상승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 사진=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공사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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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취준생·직장인들은 인국공 사태에 대한 취준생들의 분노를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엔지니어링 업체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A(29) 씨는 "요즘은 일반 사기업도 취직하기 힘든데 공기업은 오죽하겠나"라며 "솔직히 내가 공기업 공채 준비하는 입장이었으면 나 같아도 화가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취준생 B(29) 씨는 "공기업은 경쟁이 엄청 치열한 곳이라 서류 스펙 쌓는 일부터 힘들다"며 "다들 어려운 상황인데 억울함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C(31) 씨는 "'부러진 펜 운동'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비정규직 직원들도 그 위치에 오르기 위해 나름의 치열한 노력을 했을 것"이라면서도 "취준생들의 박탈감과 허탈함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사실상 모두 피해자인 싸움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이같은 취준생들의 분노에 연일 진화에 나서고 있다.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지난 24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인국공 사태 논란과 관련 "청년들의 일자리를 뺏는 게 아니고 오히려 늘리기 위한 노력"이라며 "(인국공) 응시 희망자에게는 오히려 큰 기회가 열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비정규직을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그만큼 신입 공채가 축소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우리 정부 들어와 공공기관의 정규직 일자리는 50% 이상 늘었다"며 "지금 용역회사 직원으로 일하던 분들이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장기적으로 청년들이 갈 기회도 더 커지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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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수석은 다음날(25일)에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비정규직 보안검색 직원 일자리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현재 공사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 일자리와는 관련 없다"며 "보안검색 요원 정규직 전환은 이번에 결정된 게 아니라 지난 2017년 12월 노·사·전문가 사이 합의된 사항을 지금 이행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임주형 인턴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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