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석유 기업 "재생 에너지에 미래 있다"…'환골탈태'
유가하락 등 환경 변화
기후변화 대응 필요 커져
BP, 로열더치셸, 토탈 탄소 배출 제로화
IEA "재생에너지 전환, 세계 환경·경제 살리는 길"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글로벌 에너지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겪으면서 재생에너지기업으로 빠르게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급격한 수요 감소로 인한 유가 하락 등 환경 변화 속에서 재생에너지 분야 등을 주력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영국의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물론 네덜란드의 로열더치셸, 프랑스의 토탈 등 에너지 관련 기업들이 잇따라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0)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하고 있다. 석유 생산이 주력인 업체들이 석유 채굴 비중을 낮추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이다.
최근 BP는 올해 2분기 최대 175억달러(약 21조2300억원)에서 최소 130억달러가량의 자산을 상각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보유 자산 가운데 유전 등의 자산 가치를 낮춰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BP는 2050년까지의 장기 유가 전망을 70달러에서 55달러로 낮췄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석유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석유산업의 미래 가치가 떨어졌음을 시사한다. 버나드 루니 BP 최고경영자(CEO)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석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기보다는 줄어들 수 있다"면서 "원유 수요가 장점에 달했을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인류의 석유 수요가 이제 고점을 찍은 뒤 앞으로 하향세로 돌아설 수 있음을 밝힌 것이다.
지난해 셸은 2030년까지 세계 최대 전력생산업체가 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석유 대신 천연가스나 재생에너지 등을 기반으로 전력을 만드는 기업을 목표로 제시했다. 지난해 미국 매사추세츠주정부와 대규모 풍력, 태양광 전력 생산에 뛰어들었으며 올해 초에는 호주 퀸즐랜드에 태양광 발전소를 짓기로 했다.
프랑스 토탈은 재생에너지 투자는 물론 전기차 배터리업체를 인수하는 등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에너지기업들의 변신에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유가 등이 급격한 가격 변동성을 보이면서 석유 관련 산업이 에너지 기업들의 리스크가 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전 세계의 경제활동은 물론 이동마저 줄면서 에너지기업들은 이전에 겪지 못한 새로운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 4월20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40.32달러까지 떨어지는 등 국제 유가는 전례 없는 타격을 입은 상태다. 경제활동 재개에 대한 기대감 속에 유가는 회복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배럴당 40달러 선에 묶여 있다.
투자 감소는 물론 대규모 구조조정도 불가피하다. 글로벌 에너지업계 종사자 4000만명 가운데 300만명이 구조조정 위기에 직면해 있다.
재생에너지 부분은 유일하게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석유 수요가 지난해 수준을 회복하는 것은 2022년에나 가능하지만 재생에너지는 올해 유일하게 생산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재생에너지가 주목받는 것은 기후 변화 등에 대비해 탄소세 등이 부과되면서 석유 같은 화석연료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와 함께 투자 결정 부문에서 '지속 가능' 문제가 부각되며 투자자들의 압력도 커졌다. 올해 초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는 투자 결정에 있어 환경적 지속성을 주요 결정 요인으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가령 석탄 채굴업의 경우 투자를 회수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블랙록과 같은 금융회사들은 투자자들로부터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핑크 CEO는 한 인터뷰에서 "점점 많은 투자 고객이 지속 가능한 자산 포트폴리오 배치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에너지 관련 국제기구는 물론 각국의 정책적 의지도 변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등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에 대응해 친환경 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미래 먹거리가 친환경 산업에 있는 만큼 산업 구조 자체를 재편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정부 정책자금 우선순위가 재생에너지 등에 쏟아지는 것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텀블러에 담아 입 대고 마셨는데…24시간 지난 후...
IEA는 아예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의 변화가 세계 경제에 구원투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면서 경제는 성장하고 일자리가 만들어지며, 깨끗한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IEA는 향후 3년간 1조달러씩을 투자하면 세계 국내총생산(GDP)을 1.1% 늘리고 9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며 2023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45억t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