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정규직화 중단을" 국민청원 15만 돌파…乙의 전쟁 격화
기존 정규직·비정규직·취업준비생까지 반발 확산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보안검색요원 직접고용으로 촉발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공기업의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중단해 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의한 인원도 15만명을 돌파한 상태다. 을(乙)의 전쟁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그만 해 주십시오' 란 제목의 청원에는 이날 오전 10시30분 기준 15만6598명이 참여했다. 해당 청원이 게시된 지 불과 하루 만이다.
이번 청원은 인천공항공사가 보안검색요원(1902명)을 비롯한 비정규직 근로자 2143명을 공사에 직접고용키로 하면서 촉발됐다. 취업준비생들을 중심으로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인천공항공사에 해당 인원들이 무혈입성 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직고용 왜 = 인천공항의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지난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을 방문, 이를 약속하면서 본격화 됐다. 당시 문 대통령은 "안전과 생명과 관련한 업무분야는 반드시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인천공항은 전체 고용인원 중 85%가 비정규직인 사업장으로, 전체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9.3%를 차지하는 사업장이었다.
이후 공사는 3차례에 걸친 노·사·전문가 간 합의를 통해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된 3개 부문은 직고용을, 나머지 인원은 자회사 정규직 직원으로 전환키로 했다. 직고용 대상은 공항소방대(211명), 야생동물통제(30명), 여객보안검색(1902명) 등 3개 직군 2143명이다.
이 중 이번에 논란이 된 보안검색요원 1902명은 당초 자회사(인천공항경비)로 임시 편제한 뒤 직고용 전환절차를 밟기로 했다. 항공산업과 부동산임대업을 주 사업으로 하는 인천공항공사가 현행법상 무기 소지가 가능한 특수경비원을 고용할 수 없는 까닭이다.
하지만 공사는 법률 검토를 거쳐 해당인원을 '청원경찰'로 직고용키로 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특수경비직의 경우 관련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인데 생각보다 쉽지 않고 위헌소지가 있단 지적도 있었다"면서 "차선책으로 그간 대안으로 거론돼 온 청원경찰 전환을 추진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규직·비정규직·취준생 모두 반발 = 문제는 그 이후로부터 본격화됐다. 기존 인천공항공사의 직원, 정규직 전환 절차를 밟을 비정규직 직원, 취업준비생까지 문제를 제기하면서부터다. 기존 직원들은 한꺼번에 약 2000명 가량의 '동료'가 등장한 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인천공항공사가 노·사·전 합의를 깨고 청원경찰로 직고용했다는데 반발하고 있다.
공항공사 노조 관계자는 "당초 합의사항은 경비자회사로 임시편제 한 뒤 법률개정을 통해 직고용을 추진하겠다는 것이었는데 (공사 측이) 합의없이 이를 뒤집었다"면서 "청원경찰로 고용시엔 지휘계통상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어 헌법상 공무담임권 침해를 두고 헌법소원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이와 함께 직고용 대상자들이 공정한 채용절차를 거치지 않을 수 있다며 평등권 위배 문제도 함께 제기하기로 했다.
비정규직 직원들의 불만도 크다. 직고용 전환대상 1902명 중 정규직 방침이 공식화 된 2017년 5월12일 이후 입사자들은 공개경쟁을 통해 채용돼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탈락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보안검색노동조합 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구제대책 등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취준생들의 반발도 덩달아 커졌다. 특히 인천공항공사의 이번 직접고용 논란과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상에는 '노력 없이도 정직원이 됐다'는 출처 불명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 대화내용이 확산되며 취준생들의 공분을 키웠다. 취업문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음에도 연봉 5000만원을 받을 수 있단 취지의 글이다.
◆"채용규모 축소·과도한 임금 우려 없다" = 직고용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확산하면서 인천공항공사는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우선 인천공항공사는 SNS상에서 돌아다니는 '연봉 5000만원' 설은 비현실적인 주장으로 보고 있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직고용 대상이 되는 인원 2143명의 초임은 자회사로 적을 옮긴 다른 직군 근로자들과 같은 3500만원 수준이다. 여기에 임금인상분(3.7%)과 복리·후생비용을 포함하면 3800만원 가량이 될 것으로 인천공항공사는 보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한 관계자는 "직고용 전환될 인원들의 임금테이블은 노사전 합의를 통해 자회사 수준을 맞추게 돼 있다"면서 "초임 기준으로 현재 급여는 연 3500만원 수준인데, 임금 인상(3.7%)과 복리·후생비용을 더해도 3800만원 가량"이라고 전했다.
물론 직고용 된 인원들이 향후 임금투쟁을 통해 인상폭을 높일 수 있단 우려도 있다. 이에 보안검색노조 관계자도 "노사전 합의를 통해 임금수준은 자회사 수준과 유사하게 맞춰져 있는 만큼 연봉 5000만원은 어불성설"이라면서 "향후 임금인상 등 요구가 있을 수도 있지만, 시일이 지나면 자연스레 기존 직원들과 녹아들면서 합리적인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총액임금제를 적용받는 공공기관 특성상 급격한 직고용 인원 증가가 신규 채용인원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도 적지 않다. 공사 측은 이에 대해 "보안검색요원은 별도직군으로, 기존 관리직 채용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은 없다"고 전했다.
가장 큰 화두는 채용 공정성 문제다. 고(高)스펙이 기본인 공사의 공개채용과 달리, 직고용 대상자들은 이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고용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기에 채용 공정성을 침해할 수 있단 주장이다. 이에 공사는 정규직화 방침이 본격화 된 2017년 5월12일 이후 입사자는 공개 경쟁을 통해 채용키로 한 상태다. 해당 시기 이후 입사자는 800~900명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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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2017년 5월 정규직화 방침 공식화 이후 입사한 인원은 공개 경쟁을 통해 채용하며, 이 과정에는 일반 취준생도 지원할 수 있다"면서 "이후 입사자의 경우 경쟁을 통해 입사할 길이 열린 만큼 공정성에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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