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OO은행은 금일부터 정부에서 소상공인 대상 긴급재난지원 대출이 실행됨에 따라 전국민을 대상으로 당일 기준 추가한도 승인을 진행합니다. 귀하는 현재 신용도가 낮아 2000만원을 대출받아 이를 변제하는 방법으로 신용도를 높이면 더 많은 대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자금난에 시달리던 자영업자 A씨는 얼마 전 이런 전화를 받았다. 기존 대출과 연체전력 탓에 제도권 대출이 어려워진 A씨는 유명 시중은행명과 '신용도 상승'이라는 말에 속아 대부업체 등에서 2000만원을 부랴부랴 조달해 안내받은 계좌로 이체했다.

사정이 워낙 급박했던 탓에 정부가 제공하는 긴급재난지원금이 대출 형식인지 여부를 고민해보지도 못했다. 알고보니 대출광고를 한 사람은 보이스피싱 사기범이었다. A씨는 끝내 2000만원을 고스란히 날리고 막대한 이자부담까지 추가로 짊어지게 됐다.


정부가 이처럼 서민의 삶을 파탄으로 내모는 보이스피싱(전기통신금융사기) 근절 총력전에 나섰다. 금융위원회ㆍ과학기술정보통신부ㆍ경찰청 등 관계기관이 합동으로 마련해 24일 발표한 '보이스피싱 척결 종합방안'을 통해서다.

정부는 우선 올해 말까지 보이스피싱 등 불법금융행위에 대한 유관기관 일제 집중단속을 실시하기로 했다. 동시에 금융사기 등에 악용될 수 있는 대량문자 발송 대행업체 및 일부 설비임대 통신사를 집중 점검할 예정이다.


아울러 보이스피싱의 주요 수단인 대포폰 감독을 대폭 강화한다. 사용기간이 지난 선불폰, 사망자ㆍ출국외국인ㆍ폐업법인의 미이용 회선을 정기적으로 일제정리하고 정리 주기를 단축하는 등의 방식이다.


또 공공ㆍ금융기관의 주요 전화번호 '화이트리스트(변작 차단 목록)' 탑재를 크게 늘리고,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 후 2일 이내에 해당 전화번호 이용 중지가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지금은 통상 4~5일, 최장 15일 가량이 소요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왼쪽 네번째)과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왼쪽 세번째)이 24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보이스피싱 예방 서비스 시연행사에서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은성수 금융위원장(왼쪽 네번째)과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왼쪽 세번째)이 24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보이스피싱 예방 서비스 시연행사에서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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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와 함께 신종 보이스피싱 수법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빅데이터ㆍ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기술 연구개발(R&D)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보이스피싱 예방 서비스 시연행사에 참석했다.


신한은행은 악성앱ㆍ원격제어앱 등이 설치될 경우 모바일뱅킹앱 이용을 중단하는 보이스피싱 예방기술을, 후후앤컴퍼니는 전화의 음성을 보이스피싱 범죄자의 음성 데이터베이스(DB)와 직접 비교해 위험도를 탐지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정부는 이와 같이 통신사ㆍ금융권 등의 정보를 통합활용하는 한편 보이스피싱 '음성문맥'에 대한 머신러닝 기법을 적용하는 등 방지 기술의 고도화를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또 금융회사 등의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 구축을 법제화할 계획이다. 지금은 금융회사 등의 FDS 구축과 관련한 별도의 법제도가 없다. 아울러 금융거래시 본인확인을 하지 않은 경우 등에 대한 금융회사의 배상 책임을 강화하고 보이스피싱 피해를 보상하는 보험상품의 보장범위ㆍ판매채널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4월까지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122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대비해 43% 감소했다. 피해건수 또한 1만3084건으로 49% 줄었다. 이처럼 보이스피싱 피해가 최근 둔화했으나 코로나19에 따른 재난상황이 완화하면 피해가 다시 증가할 것으로 정부는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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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은 전화통화ㆍ스미싱(SMS)ㆍ파밍(악성코드)ㆍ불법사이트ㆍ악성앱 등 다양한 수단으로 자행된다. 보이스피싱 수법은 갈수록 다양화ㆍ고도화하고 있다.


대포폰의 경우 명의도용 사실을 인지하기 어려운 선불폰ㆍ외국인명의폰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다. 추적이 곤란한 인터넷전화 및 해외발신 번호도 국내번호(010)로 변조할 수 있는 SIM박스 등도 보이스피싱에 활용되고 있다.

보이스피싱에 칼 뺀 정부…연말까지 일제단속, 금융사 책임 강화 원본보기 아이콘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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