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산책] 뜨겁고도 차가운…이 또한 '우주'
갤러리현대 50주년 특별전 'HYUNDAI 현대 PART Ⅱ'…80년대부터 시대 앞선 韓미술 조명
40년만에 나온 이승택 '무제' 등 70여점 전시…신관에선 동시대 외국작가 작품 함께 선보여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갤러리현대의 50주년 특별전 '현대 HYUNDAI 50' 1부 전시(4월22일~5월31일)에서 백미는 김환기의 1971년 작 '우주'였다. 지난해 11월23일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낙찰가 8800만홍콩달러(약 137억6000만원)로 한국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 신기록을 세운 작품이다.
지난 12일 개막한 '현대 HYUNDAI 50' 2부 전시에서 갤러리현대는 또 다른 우주를 보여준다. 전시 자체가 시공을 초월해 현대미술의 광활한 총체를 품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갤러리현대는 2부 전시에서 시대를 앞서간 한국의 실험미술에 대해 조명하고 주목할 만한 국내외 동시대 미술 작품도 선보인다. 1980년대 중반 이후 현재까지 갤러리현대와 동행한 한국 작가 16명(팀), 해외 작가 13명의 작품 70여점이 전시된다.
갤러리현대 본관에서는 한국 실험미술의 꽃을 피운 이승택(88), 곽덕준(83), 박현기(1942~2000), 이건용(78), 이강소(77)의 작품과 만날 수 있다. 다섯 작가가 미술계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시기는 1960년대 말, 1970년대 초중반이다. '한국아방가르드협회' '제4집단' 등 새로운 실험미술을 추구하는 단체가 잇달아 생기던 시기다.
이들 단체의 활동 기간은 극히 짧았다. 갤러리현대는 지난 10년간 이들 그룹에 참여한 주요 작가들의 전시를 개최하면서 자칫 놓칠 수 있었던 한국 현대미술의 역사를 조명했다. 2010년 '한국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박현기 10주기 기념회고전'을, 2017년에 다시 박현기 개인전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선보였다. 2016년에 이건용 개인전 '이벤트-로지컬', 2018년에 이강소 개인전 '소멸'을 기획했다.
이런 노력은 2013년 이승택의 '고드랫돌(1958)'과 2016년 이건용의 퍼포먼스 사진 '장소의 논리(1975)'가 영국 테이트미술관에, 2018년 박현기의 대표작 '무제(TV돌탑·1978)'가 뉴욕현대미술관에 소장되는 결실로 이어졌다.
본관 입구로 들어서면 약 40년 만에 다시 공개된 이승택 작가의 '무제'와 그가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야외에서 행한 실험적 설치와 행위를 기록한 사진이 보인다. 이승택은 서구의 근대적 조각 개념에서 벗어나 옹기, 고드랫돌, 노끈, 비닐, 각목, 한지, 책 같은 '비조각적' 재료를 작품 제작에 적극 활용했다. 심지어 바람, 물, 불, 연기 등 자연의 힘으로 완성되는 대규모 야외 설치 작품과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오는 11월 이승택 작가에 대한 대규모 회고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곽덕준은 1974년부터 미국의 대통령 선거 때마다 시사주간지 '타임' 표지에 실린 당선자의 얼굴과 자신의 얼굴이 합성된 '대통령' 시리즈를 선보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통령'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으로 2009년 제작한 '오바마와 곽'을 만날 수 있다.
갤러리현대 신관에서는 갤러리현대와 함께 한 외국 작가들의 대표작, 한국 동시대 미술작품들이 소개된다. 1980년대는 갤러리현대가 세계화에 나선 시기다. 갤러리현대는 1981년 3월 스페인 화가 호안 미로(1893~1983), 같은 해 9월 프랑스 화가 마르크 샤갈(1887~1985), 1983년 3월 영국 조각가 헨리 무어(1898~1986) 전시를 잇달아 선보였다. 갤러리현대는 1987년 국내 화랑 가운데 처음으로 해외 아트페어에 참가했다. 시카고 아트페어에서 국내 작가를 해외에 알린 것이다. 1997년에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미국 화가 장 미셸 바스키아(1960~1988) 회고전을 열었다. 바스키아 회고전은 해외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보여 대만과 일본 순회전시가 이어졌다.
갤러리현대 신관 1층에서는 칠레 태생의 작가 이반 나바로(48)의 아름다운 신작 '별무리(Constellations)'를 감상할 수 있다. 나바로는 빛을 활용한 다양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별무리'는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다. 우주에서 별자리가 쏟아지는 듯한 장관을 보여준다. 88개 별자리를 한 화면에 담아 조명과 거울도 활용했다. 바짝 다가가서 봐야 작품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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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관 2층에는 현재 중국에서 가장 뜨거운 아이웨이웨이와 쩡판즈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갤러리현대는 2007년 두아트 베이징 설립과 함께 중국 출신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2008년에는 아이웨이웨이 개인전으로 화제를 모았다. 갤러리현대와 협업으로 방북해 평양 풍경을 포착한 독일 사진작가 토마스 스트루스(56)의 대형 사진도 인상적이다.
신관 지하에 전시된 최우람(50)의 대형 신작 'One(이 박사님께 드리는 답장)'에서는 기묘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거대한 흰 꽃이 천천히 피고 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면에 숨겨진 기계장치에서는 차가움이 느껴진다.
반면 강익중 작가(60)의 신작 '내가 아는 것들'에서는 따뜻함이 느껴진다. 강익중은 텍스트 작품을 거대한 달항아리 형상으로 조합했다. 일상에서 깨달은 지식과 지혜를 3×3인치의 정사각형 나무판에 한 문장으로 담은 것이다. '사장이 착하면 직원도 착하다' 등 작품이 담고 있는 문장은 유쾌한 즐거움을 준다. 현재 6·25전쟁 70주년을 기념해 서울 광화문에 설치된 대형 작품 '광화문 아리랑'도 강익중의 것이다.
최우람 'One(이박사님께 드리는 답장)', 2020, Metallic material, soft Tyvek, electronic device (custom CPU board, motor), 250x250(w)x180(d)㎝ [사진= 갤러리현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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