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휴지와 마스크 품귀 현상의 근본적인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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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으로 MBA 수업을 진행하던 필자에게 한 수강생의 쪽지가 도착했다. 필자가 강의하는 운영관리 수업에서 재고와 수요 예측 등을 공부하다가 해외의 휴지 품귀 사태를 보고 의문이 생겼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마스크는 사재기와 품절,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반해 휴지는 우리 나라를 제외한 해외에서만 사재기와 품절 현상을 보이고 있다. 쪽지를 보낸 수강생은 뉴스에서 송출된 해외의 휴지 품귀 현상을 보고 왜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필자도 이 현상을 몹시 흥미롭게 지켜봐 왔다.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필자의 은사님과도 이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을 하기도 했다. 이 토론의 결과는 우리나라가 사회적 면역에 익숙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분단된 국가에 살고있다. 이에 이미 위기 상태에 대한 어느 정도의 면역이 있고, 메르스 사태도 이겨낸 만큼의 사회적 면역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일본이 왠만한 강도의 지진에는 타 나라에 비해 심각하게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또한 휴지라는 것은 문명화된 사회의 최후의 보루와도 같다는 것이다. 휴지를 사용하지 않고도 화장실 문제를 처리할 수도 있지만, 이는 문명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의 존엄성을 해치는 일이기 때문에 의식주보다는 전 단계의 방어 기제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면역이나 문명의 방어기제만으로는 해외와 우리 나라의 차이를 설명할 수는 있지만, 휴지와 마스크의 품절 현상 차이를 온전히 설명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난 마스크 품절과 그렇지 않은 휴지의 수요, 이 둘의 차이는 수요 및 공급과 관련된 재고 관리에 대한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모든 기업은 재고를 관리한다. 그리고 생산 용량에 대해서도 관리한다. 생산 용량이란 결국 공급할 수 있는 공급량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공급량과 소비자의 수요량의 차이가 재고를 발생시킨다. 그리고 모든 공장에서 소비자에게 물건을 직접 판매하는 것은 아니다. 적게는 몇 단계, 많게는 수십 단계의 도매상, 소매상, 유통업자 등을 거쳐 물건은 이동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어떠한 문제가 생길지 모르고, 수요나 공급 측면에서도 역시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절충 역할을 하는 안전재고를 보유하는 의사결정을 한다.


이러한 안전재고도 모두 소진되면 그때부터 품귀 현상이 일어난다. 이 때 공급자는 공급을 늘리는 의사결정을 하거나, 혹은 수요를 무시하기로 하는 의사결정을 내린다. 마스크와 휴지의 품귀 현상은 여기에서 그 차이점이 있다. 휴지의 공급자는 수요를 무시하기로 하는 의사결정을 내린 것이고, 마스크의 경우는 공급을 늘리는 의사결정을 한 것이다. 하지만 이 의사결정의 효과는 비슷할 것이다. 휴지와 마스크의 경우 모두 결국 품귀 현상이 자연스레 풀릴 것이다.


필자가 이러한 예측을 하는 이유는 어찌보면 당연하다. 휴지의 경우 공급자의 수요를 무시하기로 한 이유는, 이 때의 수요가 특수 수요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19 창궐의 상황에서 휴지의 진정한 수요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선제적 구매를 한 것이기 때문이다. 즉 소비자들의 생리 현상이 증가하여 진짜 수요가 증가한 것이 아니라 미리 구매해 둔 것으로, 추후 사태가 진정되면 추가로 구매하지 않고 이미 가지고 있는 물량을 자체적으로 소진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급 업체들이 지금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공급 시설이나 원자재 구매량을 늘리는 의사결정은 추후 재고 비용을 높이는 데 일조할 것이다.


이는 휴지가 일상 용품이라는 것에서 기인한다. 일상 용품의 경우 대부분 일 년에 사용하는 양이 타 제품에 비해 매우 일정하다. 마스크의 상황은 휴지와 조금 다르다. 마스크는 원래 일상 용품이 아니었지만 미세 먼지의 증가와 이번 전염병의 확산으로 정부가 나서서 관리할 만큼 일상 용품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에 새로운 업체들도 마스크 업계에 뛰어드는, 소위 수요가 실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이 역시 수요-공급 논리에 의해 자연스레 조정될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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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희 인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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