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년간 검찰 기소독점 체제
그끝을 알리는 새로운 도전
수사대상 7000여명 권력층
검찰 이상이란 공수처 권한
또 하나의 '옥상옥' 우려도
민주적 통제가 절실한 이유

앞으로 한 달 후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한다. 지난 20년 간 도입 여부를 놓고 치열한 논란을 거친 끝에 마침내 우리 사법체계에 공수처라는 신개념이 들어오는 것이다. 검찰이 권력과 재벌 앞에서 약해지는 모습을 보며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을 되뇌어야 했던 국민들은 공수처가 '힘 있는' 사람들의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정의의 수호자가 돼주길 기대한다. 반면 공수처가 또 하나의 '옥상옥'이 되면서, 정치권력이 정적을 제거하는 도구로 악용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아시아경제는 창간 32주년을 맞아 오는 7월 출범을 앞둔 공수처의 성공 조건을 짚어보며, 마지막 단추를 꿰기 전 해소해야 할 문제점도 지적하는 기회를 갖는다.


[공수처 출범 D-30] '무소불위' 檢 견제 효과 보려면, 정치적 중립이 첫째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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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공수처를 둘러싼 논쟁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찬반 양측 모두 이유와 명분이 분명하다. 이는 수렴하기 어려운 정치 싸움이었고, 절대 지지 않는 검찰과의 투쟁이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이던 15대 국회부터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19대 국회까지 관련 법안이 계속 발의됐지만 여야가 공수를 바꿔가며 공방을 벌였고, 여기에 검찰의 반발까지 더해지면서 통과되지 못했다. 해묵은 논쟁은 노무현 정부에 이어 두 번째로 '검찰개혁'이란 이름표를 달고 등장한 문재인 정부 들어서야 마침표를 찍게 됐다. 지난해 12월30일 자유한국당의 거센 반발 속에 4+1(더불어민주당ㆍ바른미래당ㆍ정의당ㆍ평화당+대안신당)에서 마련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수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공수처는 공론화 24년 만인 다음달 출범을 앞두게 됐다. 그러나 논쟁 해소가 바탕이 된 출범은 아니다.

◆'무소불위' 검찰 견제 효과 기대=공수처 출범은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사회의 시작을 의미한다.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66년간 검찰의 기소독점 체제가 견고히 유지돼 왔다. 검찰은 범죄 혐의에 대해 수사 개시와 종결ㆍ기소 등 권한을 독점적으로 행사해왔다. 현직 대통령을 제외하곤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재판정에 세울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이다. 공수처가 설치되면 이 같은 '검찰의 시대'는 끝난다.


공수처 수사 대상은 대통령ㆍ국회의원ㆍ대법원장 및 대법관ㆍ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ㆍ국무총리와 국무총리 비서실 정무직 공무원ㆍ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정무직 공무원ㆍ판사 및 검사ㆍ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등이다. 그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범죄도 수사가 가능하다. 전체 규모로 보면 우리 인구 중 약 7000여명의 '권력층'이 그 대상이 된다. 특히 경찰과 검사ㆍ판사 등 일반 국민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이들에 대해선, 공수처가 직접 기소하고 공소유지도 할 수 있다.

공수처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검사의 범죄를 직접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는 별도 기구이기도 하다. 검찰 견제 효과를 기대하는 이유다.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검찰은 오랜 세월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군림했다"며 "공수처는 과거 검찰의 우(優)를 범하지 않고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쌓이도록 운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치적 중립 담보는 성공의 제1조건"=검찰을 향한 국민의 불만은 크게 보면 두 가지다. '제 식구 감싸기'와 '정치권력에 대한 선별적 접근'이다. 검찰총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총장이 지휘하는 상명하복 시스템 속 검찰은 '살아있는 권력'에는 너그럽게 된다. 반대 세력에는 엄정한 모습을 노출한다. 살아있는 권력이 검찰을 압박하면, 증거를 확보해뒀다가 권력의 힘이 약해질 때 보복한다.


현 검찰 이상의 권한을 갖게 되는 공수처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란 게 우려의 핵심이다. 서울변호사회장 출신 김한규 변호사는 "여권에서 공수처 수사 대상 1호가 윤석열 총장이라느니, 검찰이라느니,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출범을 앞둔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에 역행하는 매우 부적절한 발언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공수처가 만약 특정세력의 필요나 요구에 따라 수사 대상을 선별한다면 살아있는 권력형 사건들을 덮어버린 과거 검찰과 다를 바 없는 '또다른 공룡'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민주적 통제가 필요한 이유=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이 확보되려면 권한에 걸맞은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 현재 검찰에 대한 통제 장치로는 '선출 권력의 인사권 행사'가 있고, 최후의 보루로는 검찰청법에 규정돼 있는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이 있다. 그러나 다음달 시행을 앞둔 공수처법상 공수처를 견제할 수단은 사실상 전무하다. 일단 공수처장이 임명되면 인사권 행사는 불가능하다. 대통령이나 대통령을 보좌하는 내각이 공수처 내부 인사에 전혀 개입할 수 없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또 공수처는 행정부와 입법부ㆍ사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독립기구 성격을 갖는다. 공수처장이 기소를 밀어붙이면 이를 막을 세력은 현실적으로 없다. 현 법안대로 공수처를 출범시키는 건 오로지 처장의 선의에 기대는 순진한 발상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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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계몽 사상가이자 정치 철학자인 샤를 루이 드 스콩다 몽테스키외는 '법의 정신'에서 "인간은 누구나 권력을 쥐면 그것을 남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향후 임명될 공수처장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을 역임한 김현 변호사는 "공수처는 국민이 통제할 수 있어야 하며, 공수처장은 국회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수처 설치를 1호 공약으로 내세운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9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모든 공권력은 국민 앞에 겸손해야 한다. 특히 권력기관일수록 더 강한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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