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초대석]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윤동주 기자 doso7@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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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혁신성장 뒷받침하고 활력 높이는 가장 효과적 방법 '규제혁신'과 '적극행정'


[대담=김민진 중기벤처부장, 정리=김종화 기자]'2년 4개월 동안 지구 한 바퀴 반'.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차관급)이 취임 후 이동한 거리다. 지금도 매주 두 번은 전국 현장을 방문한다. "현장 목소리를 듣고 그분들의 입장에서 규제와 애로를 개선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게 박 옴부즈만의 설명이다.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중소ㆍ중견기업, 소상공인ㆍ자영업자를 대변하고 생산적인 경제활동을 위해 불합리한 규제 개선을 앞장서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 중소기업기본법에 따라 규제애로 개선건의 및 권고, 관계기관 의견청취 및 조사, 공표 등의 권한을 가진 정부기관이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옴부즈만지원단에서 박 옴부즈만을 만났다. 그는 "규제혁신과 적극행정은 돈을 들이지 않고 가장 효과적으로 혁신성장을 뒷받침하고 경제의 활력을 높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연간 규제로 인해 소요되는 비용이 50조원이 넘는데 그 중 법이나 시행령을 바꾸지 않고 적극행정 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규제가 30%라고 한다"면서 '적극행정'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박 옴부즈만은 "3년 동안 장관이 스무 번 '해주겠다'고 대답했는데 안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장관이 지시해도 간부나 실무진이 움직이지 않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보고해야 한다. (해당 장관에게) 이번이 스물한 번째 건의인데 이번에는 반드시 해결해줘야 한다고 얘기해서 일이 진척된 적도 있었다"고 했다.


옴부즈만의 업무는 그 만큼 어렵다. 지난해 처리한 규제애로 건수가 무려 5328건이다. 휴일을 포함해 하루 평균 꼬박 15건을 처리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장소통에 1306회 참여했고, 기업 간담회를 가진 것도 60회나 된다. 이를 통해 775건의 제도개선을 이뤄냈다. 전년 430건보다 80%가 늘었다.


스무 번 보고했는데도 안 바뀌면 스물한 번 보고해서 바꿔야


이렇게 개선을 해도 규제는 또 만들어진다. 지난해 국회가 발의한 규제입법 건수는 1200건에 달한다. 20대 국회 전체로 따지면 무려 4000여건이 규제법안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덮치면서 중소기업ㆍ소상공인의 규제애로 신고는 급증했다. 지난 1~5월까지 규제애로 신고 건수는 1109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가량 늘었다. 영세 소상공인들의 금융애로 신고가 지난해 48건에서 올해 110건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박 옴부즈만은 이에 대해 "규제가 곧 돈"이라고 했다. 규제함으로써 그 만큼 기업에는 돈에 더 들어가 기업의 경쟁력을 악화시킨다는 얘기다. 그는 "국회의원들은 기업의 부담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규제법안을 만들기 전에 관련 산업계의 찬반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신중하게 입법했으면 좋겠다"고 소신을 밝혔다.


중기 옴부즈만은 공무원을 위해 '적극행정 면책건의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기도 하다. 박 옴부즈만은 "공무원이 소신을 가지고 일하다가 억울하게 징계를 받을때 우리에게 연락하면 재조사를 하게 되는데, 이를 몰라서 불이익을 당하는 공무원들이 많다"면서 안타까워했다. 지금까지 중기 옴부즈만의 적극행정 면책건의권을 통해 구제받은 공무원은 모두 7명이다. 이들 공무원들은 미분양 산업단지에 부당한 절차로 기업을 입주시켰다거나 빠른 허가를 위해 환경영향평가를 제외했다거나, 공장신설을 서둘러 승인해줬다는 등의 이유로 징계를 받은 케이스다.


중기 옴부즈만은 이들 공무원이 기업이 정상적으로 가동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적극행정을 펼쳤지만 결과적으로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중기 옴부즈만이 징계권자인 광역지자체에 징계 면제를 건의하는 등 적극적으로 협의해서 이들의 징계를 무효화했다. 그는 "현장에서 열심히 일한 사람, 성과를 낸 사람에게 승진은 고사하고 징계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하나 하나의 규제혁신도 물론 중요하지만, 적극행정의 장애물을 없애기 위해서도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감사원법 개정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박 옴부즈만은 "무조건 처벌위주로 감사하기보다 경미한 사안에 대해서는 지도위주의 감사로 가야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행정에 임할 수 있다"면서 "감사원법을 이에 맞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규제애로 발굴 건수가 3200여건에 달한다. 주로 어떤 민원들이 많은가.

▲지난해 3225건의 규제 애로를 발굴했는데, 그중에서 입지 관련이 15%(495건)로 가장 많았다. 창업 관련이 12%(391건), 세 번째는 판로 관련이 9%(301건)를 차지했다. 국토 면적이 좁다 보니 선진국에 비해 입지규제가 심한 편이다. 그 중에서도 산업단지 입지규제를 제일 아쉽게 생각하는데 현장에 가보면 최근 산업단지는 과거와 달리가동률과 고용이 점차 낮아지고 활력도 잃고 있다. 법에서도 입지를 규제하고, 관리기본계획에서도 입지를 규제하는 '이중 포지티브 규제'가 그 원인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기업활동에서도 한국에서는 정해진 것만을 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 기업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침해되고 있다. 코로나 이후에는 금융(9.9%), 입지(8.7%), 보건(7.2%) 순으로 애로가 많다. 특히, 영세 소상공인들의 금융애로 신고가 2배 넘게 급증(48건→110건)해 매우 안타깝다.


-영세 소상공인들의 금융애로 신고 사례는 주로 어떤 것들인가.

▲올해 가장 많은 민원 중 하나는 빨리 대출해 달라는 것이다. 또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해주고, 대출이자를 깎아 달라는 민원, 며칠 뒤 돌아오는 은행 차입금을 갚을 능력이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등등. 요청한 것들을 모두 해소시켜주고 싶지만 한계가 있다. 공공 기관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대출해줄 수는 없는 문제다. 배임에 대한 문제 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중간에서 옴부즈만이 제도적 보완 등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다. 지금은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들이 살 수 있도록 숨통을 틔우는 것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사기업인 일반 시중은행들의 소극적 협조가 안타까운 부분도 있다.


코로나로 인해 달라지는 경제환경, 지금이 규제혁신의 새로운 기회


-이렇게 많은 민원을 어떻게 해결하나.

▲중소기업 옴부즈만지원단은 41명의 전문가가 혼신의 힘을 다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돕고 있다. 중기부를 비롯한 기재부, 행안부, 고용부, 환경부 등의 중앙부처,경기도, 인천, 경남 등의 지자체, 중진공, 기업은행, 기보 등의 공공기관, 자체 채용한 석ㆍ박사급 인력 등이 12개의 분야를 각자 맡아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전문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옴부즈만의 지속적인 규제개선 노력에도 새로운 규제들이 계속 생겨난다. 근본적으로 어떤 해결책이 필요한가.

▲지난해 국회가 발의한 규제 입법 건수가 1200건에 달해 역대 최고 수치였고, 20대 국회는 4000건에 가까운 규제법안을 쏟아냈다. 물론 필요한 규제이겠지만, 기업과 직접 관계되는 부분은 관련 산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반영해야 한다. 특히, 의원입법은 규제영향평가도 선행되지 않아 중소기업들은 법령이 시행된 후 사후적으로 알고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도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외부 전문가의 자문이나 사전심사제도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조달시장 개혁을 빼놓고 규제개혁을 논할 수는 없다. 많은 기업인들이 조달시장은 여전하다고 지적하는데.

▲조달시장 전체 규모가 120조~130조원 규모에 달한다. 조달청에서 구매하는 제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과 소상인들이 조달시장에서 거래할 때 좀 손해봤다고 주장하는 말을 가끔 듣는다. 인건비, 자재비 등을 5~10년 전 단가로 책정해 놓고, 최저임금이 오르고 자재 가격이 엄청나게 올랐는데도 그 상황을 현실화 시켜주지 않는다는 민원이 많았다. 이런 애로사항을 조달청장에게 알렸고, 조달청장도 내부적으로 이를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조달청에서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수의계약 금액을 더블로 올려놨다. 100억원 짜리는 200억원으로 계약하는 식이다. 현장에서 기업인들과 간담회를 해보니 이런 사실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더라. 정부가 이렇게 지원하고 있어도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런 내용들을 많이 알려 달라. 현재 조달청과 함께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내년이면 개선된 제도가 현실에 반영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우리나라의 규제환경은 어떻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하는가.

▲지금이 규제혁신으로 세계를 선도해 나갈 절묘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전문가들 사이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얘기가 많았지만, 실제 우리 생활에 체감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는 디지털과 비대면 경제 중심으로우리 산업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흔히 '포스트 코로나'라고 얘기하는데, 코로나19를 계기로 보건의료ㆍ헬스케어, 전자상거래ㆍ물류 등이 유망산업으로 부상하고 있고, 개인형 이동 수단 등 모빌리티와 핀테크 기반의 금융서비스로의 전환도 가속화되고 있다. 코로나19가 많은 국민들을 힘들게 하고 있지만,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점차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규제혁신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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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옴부즈만의 역점 사업과 향후 계획은.

▲올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이다. 최근 정부에서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규제개선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데 이런 개선 과제들이 조기에 현장에서 정착될 수 있도록 이행 점검과 함께 사각지대가 없는지 잘 살펴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또한 중소기업 현안 규제에 대해 개선권고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장기검토와 수용 불가 과제를 일괄 재검토하고, '민관합동 규제애로 심의위원회'를 구성ㆍ심층 분석해 개선 권고를 반기별로 실시할 예정이다. 개선권고 과제에 대해서는 공표도 해 기업인들이 규제혁신의 성과를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중소ㆍ중견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규제혁신의 성과를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중소기업 옴부즈만이 최선을 다하겠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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