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정진영 "최우수연기상 받고 접었던 감독 꿈 떠올렸죠"
[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배우 정진영이 ‘사라진 시간’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탄생 비화를 전했다.
정진영 감독은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 '사라진 시간'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사라진 시간'은 의문의 화재사건을 수사하던 형사가 자신이 믿었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충격적인 상황과 마주하면서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배우 정진영의 감독 데뷔작이다.
정진영은 1988년 연극 '대결'로 데뷔해 영화, 드라마를 비롯해 다양한 장르에서 배우로 활약해왔다. '황산벌', '왕의 남자', '즐거운 인생', '님은 먼곳에', '평양성' 등 이준익 감독의 페르소나로 활약했으며, 천만영화 '왕의 남자', '7번 방의 선물', '국제시장', '택시운전사'에 출연하며 다수 관객과 만났다. 또한 '또 하나의 약속', '클레어의 카메라',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를 통해 예술성과 사회적 메시지를 갖춘 영화까지 두루 활약해왔다. 아울러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의 진행까지 다방면에서 활동한 그가 데뷔 33년 만에 감독으로 인사를 전한다.
정진영 감독이 배우로 데뷔해 메가폰을 들기까지 33년이 걸렸다. 17세 꿈을 품고 57세에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달기까지 계산해보자면 무려 40년이 걸린 것이다. 정 감독은 “의도하지 않은 일이 벌어지는 게 인생이다”라며 “2017년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해 2018년 가을 촬영을 시작했다. 2019년 가을께 선보이고 싶었지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여파로 이제 선보이게 됐다”고 전했다.
“감독은 어릴 적 꿈이었지만 모두 꿈을 이룰 수 있는 건 아니다. 이창동 감독 영화 ‘초록물고기’ 연출부 막내 생활도 했지만, 삶의 대부분을 배우로 살았다. 영화계에서 일하며 감독을 하기에 내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얼마나 대단한 감독님이 많은가. 드라마 ‘화려한 유혹’으로 2015년 MBC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상을 탔다. 그때 아들이 고3이었다. 가장으로서 의무를 다했다고 느껴졌다. 원래 뭘 하고 싶었지, 자문하니 예술가라는 답이 떠올랐다. 독립영화 작업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촬영 일주일 앞두고 무산됐다. 안타깝고 속상했다. 이후 스케줄이 약 2주간 비었고 시나리오를 써서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장률 감독과 영화를 작업하며 영화가 꼭 돈으로 만들어지는 건 아니라는 것도 느꼈다.”
정진영 감독은 ‘사라진 시간’을 세상에 선보이겠다고 마음먹은 순간을 복기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인생이 묘해서 어떤 큰 결정이나 행동은 예상치 못한 계기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돌아보니 희한하다”며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사라진 시간’은 당초 ‘클로스 투 유’라는 제목으로 알려졌다. 정진영이 독립영화 작업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써왔으나 의리 있는 영화인들이 힘을 보태 덩치가 커졌다. 초고를 본 조진웅이 선뜻 나선데 이어 BA엔터테인먼트 장원석 대표가 함께 팔을 걷어붙이며 제작에 탄력이 붙었다.
“상업적 승산이 없는 영화라고 봤기에 제가 다니 필름을 설립해 만들려고 했다. 직원이 저밖에 없는 작은 회사다. 50년 된 아파트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혼자 시나리오를 써왔다. 제가 저금해놓은 비용을 들여 독립영화로 만들 계획이었기에 충무로 선수들한테는 보여주지 않았다. 난 모난 돌이다. 시나리오를 보여주면 결국 둥그런 돌이 될 게 아니냐. 초고를 쓰고는 조진웅에게 보냈다. 거절당하겠지 싶었는데 다음날 바로 하겠다는 답변이 왔다. 비밀로 진행하고 있었는데 며칠 뒤 ‘대장 김창수’ 술자리에서 조진웅이 벌떡 일어나더니 ‘정진영 선배님, 감독 데뷔합니다’라고 외쳤다. 장원석 대표를 끌어들이려고 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장 대표가 제 사무실에 와서 대본을 보더니 ‘제가 프로듀서와 제작을 하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정말 고마웠다.”
조진웅을 비롯한 배우들은 차비만 받고 ‘사라진 시간’에 참여했다. 정진영 감독은 “그렇게 해줘서 예산 내에 작업이 가능했다. 정말 고마웠다. 시나리오를 다들 좋아해 주더라. 신나서 만들었다. 많은 사람이 믿고 도와줬는데 영화가 좋다는 호평이 뒤따른다면 참 좋겠다. 그래서 더 긴장된다”고 말했다.
영화 원제는 ‘클로스 투 유’는 개봉을 앞두고 ‘사라진 시간’으로 변경됐다. 정진영 감독은 “초고를 쓰고 조진웅한테 보낼 때는 무제였다. 미국의 팝 듀오 카펜터스(The Carpenters)의 ‘클로스 투 유’를 들으며 시나리오를 써서 가제로 붙인 제목이었다. 영화에 꼭 노래를 삽입하고 싶었는데 우리 예산으로 못 쓴다더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노래를 사용하지 못하는 순간 제목은 못 쓴다고 생각했다. 내 안에 의미가 없어진 거다. 그래서 바꾸게 됐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사라진 시간'은 6월 1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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