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류청론]기본소득, 먼 미래 이야기…아직은 노동소득 사회
최근 기본소득에 대한 찬반 논의가 뜨거워지고 있지만, 정작 어떤 기본소득에 대해 논쟁하는지도 불명확하다. 기본소득은 스위스가 2016년 국민투표에 부친 '전 국민에게 매월 2500스위스프랑을 지급한다'라는 기본소득안을 비롯, 핀란드가 장기실업자 일부에 대해 실험한 적이 있는 무조건부 실업부조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국내에서도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청년ㆍ농민기본소득 등 제한적 사회수당제도를 기본소득으로 지칭하고 있다. 신기루에 가까운 기본소득 개념을 각자 구미에 따라 가져다 쓰는 것은 자유이지만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혹세무민(惑世誣民)해서는 안 된다.
사전적 비용 부담이나 자산소득조사를 전제로 하지 않으면서, 최소한의 생계를 꾸릴 수 있는 현금 급여를 그 나라 국민이면 태어나서부터 사망할 때까지 국가가 책임지고 매월 지급하는 것이 기본소득의 원래 의미다. 그야말로 달콤하고 매력적이어서 환상적인 유토피아의 제도라 할 수 있다.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는 시대, 인간이 노동하려고 해도 노동할 수 없고 노동소득도 점차 사라지는 시대에는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기본소득이라는 사회적 분배 체계가 요구될 수 있다. 이런 세상에서는 경제학자들이 생산함수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노동ㆍ자본ㆍ토지ㆍ기술 등이 생산 요소로 투입되는 전통적 생산함수와 달리 노동이 빠진 생산함수하에서 임금소득 대신 기본소득이 배분될 수도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실업률이 높아지고 기존의 복지제도가 부분적으로 제 기능을 못 하게 되자 기본소득 도입을 주창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그리는 4차 산업혁명이 진전된 먼 미래에서 기본소득만 타임머신을 타고 홀로 넘어온 것 같다. 현실을 보자. 노동소득이 줄어드는 기미라도 보이는가?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노동소득분배율은 65.5%로 2010년의 58.9%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ㆍ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는 달리 취약계층을 먼저 타격하면서 복지제도가 제 구실을 못 하는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물론 이런 상황에선 긴급복지제도로 어려운 계층을 보호하고, 이러한 상황이 재연될 때도 작동 가능한 사회보장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대수술이 시급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복지국가를 완성한 북유럽이나 서유럽에서도 거론하기 조심스러운 기본소득을 복지국가 초입기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도입하자는 것은 과한 비약적 발상이라 할 수 있다.
제대로 된 기본소득은 예상되는 막대한 재원 조달의 어려움을 차치하고라도 실현 가능한 조건이 만들어지지 않아 시기상조인 측면이 크다. 기본소득의 이름만 도용한 제한적인 수당제도는 그럴듯한 이름을 팔아 표심을 흔들어보자는 것으로 오해받을 소지도 크다. 거창하게 포스트 코로나를 들먹이며 공허한 논란을 거듭하기보다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드러난 우리나라 경제ㆍ사회 전반의 문제점을 차분하게 재점검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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