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톺아보기]막을 수 없는 미래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12조2000억원(지방정부 재원까지 포함하면 14조3000억원)을 전 국민에게 나눠줬다. 성남시에 사는 우리 가족은 이 돈으로 동네식당에서 밥을 사 먹고 동네마트에서 생활용품도 샀다. 아마 주변 이웃들도 대개 비슷할 것이다.
이번 긴급재난지원금을 '한국형' 기본소득이라고 부를 수 있다. 기본소득 개념에는 없는 지역화폐를 통한 사용처 제한과 사용기간 설정 등 특수성 때문이다. 바로 이 특수성 때문에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이 여러 개념 요소의 충돌이나 남용 의혹을 불식하고 지급될 수 있었다고 본다.
이른바 기본소득 도입여부에 대해 말들이 많다. 세계적인 단체인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는 기본소득을 '자산심사나 근로요건 없이 모든 개인에게 무조건적으로 지급되는 정기적인 현금지급'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기본소득은 정기성ㆍ현금성ㆍ개별성ㆍ보편성ㆍ무조건성 등 성격을 가진다. 여기서 기본소득은 다시 지급되는 소득의 수준이나 도입하려는 단계적 상황에 따라 완전기본소득ㆍ부분기본소득ㆍ전환기 기본소득으로 나눌 수 있다. 이 가운데 긴급재난지원금은 향후 정기적으로 지급된다는 전제 아래 전환기 기본소득으로 볼 수 있고, 기본적인 수요를 완전히 충족하기에는 부족한 정도로 지급된다면 부분기본소득이라고 할 것이다.
기본소득의 성격에 관해선 여러 견해가 있다. 우리 복지수준이 낮으므로 복지제도를 발달시켜야 하고 기본소득제도는 시기상조라고 한다. 또 이러한 관점에서 기본소득보다는 일정한 선별과정을 거쳐 자영업자ㆍ플랫폼 노동자ㆍ특수고용종사자 등 취약한 계층에게 지원을 몰아줘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같은 재원으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가정 아래 전 국민 기본소득보다는 전국민고용보험제도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기본소득을 경제정책으로 보는 입장도 있다. 기본소득은 공급과 수요라는 경제요소에서 수요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므로 사람들에게 처분가능한 소득을 늘리는 방법으로 전반적인 수요를 보강하자는 것이다. 기본소득의 경제적 효용을 보고 실시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다. 결국 가능한 범위에서 기본소득을 시작하고 차차 확대해 가자는 의미로, 이재명 경기지사가 이런 입장이다.
현재 가능한 범위 안에서 기본소득을 시작하자는 주장이 전국민고용보험을 실시하자는 주장과 배척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같은 재원으로 기본소득이나 전국민고용보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필연성이 없기 때문이다. 또 임금노동을 전제로 한 기존 사회보장체계도 지속적으로 일자리가 줄고 노동시간이 단축되고 있는 흐름에 비춰 비상한 소득보전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정부가 당장 구체적인 로드맵을 짜서 전국민고용보험을 실시하거나 혹은 기존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하기 위해 재원의 한계상 부득이 전국민 기본소득 지급을 미루자고 한다면 나는 동의할 수 있다. 사실 최악은 정부가 전국민고용보험 등은 말만 꺼내고 실시할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재정건전성 악화를 핑계로 기본소득도 도입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싶다.
결국 머지않아 기본소득지급을 당연하게 여기는 시기가 올 것으로 본다. 국민들이 이미 긴급재난지원금이라는 기본소득의 맹아를 경험했고, 경제적 효용도 확인됐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이라는 열차는 한국사회를 맹렬한 속도로 달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기본소득은 기초노령연금이나 아동수당, 성남시와 경기도의 청년배당(청년기본소득), 서울시의 청년수당 등 이름으로 이미 출발했고, 이번에 긴급재난지원금으로 가속이 붙어 더는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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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선 법무법인 융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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