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협상 쟁점은…당혹스런 아시아나·금호그룹
아시아나항공의 예비입찰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인수전 분위기는 미지근하다. 항공산업의 성장률 하락과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악화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항공업계와 투자은행에 따르면 금호산업과 매각주관사 크레디트스위스증권(CS증권)은 3일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진행한다. 사진은 2일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금호아시아나 본사 모습./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유제훈 기자] 아시아나항공 인수ㆍ합병(M&A)전이 중대 고비를 맞았다. HDC현대산업개발이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아시아나항공 인수조건과 관련한 재협상을 요구함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구주(舊株) 가격조정, 영구채 출자전환, 추가 지원안 등이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단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백척간두에 내몰린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재협상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10일 금융권 및 항공업계에 따르면 산은 등 채권단은 전날 HDC현산 측이 앞서 발표한 아시아나항공 인수조건 원점 재검토 요청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도 인수조건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현산 측이 원하는 조건부터 파악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재협상 쟁점은…가격조정ㆍ추가지원ㆍ출자전환 = 양측의 재협상 쟁점은 가격 조정과 영구채 출자전환, 추가 자금지원 등이 될 전망이다. 우선 쟁점은 구주가격이다. 지난해 말 HDC현산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0.77%에 대해 주당 4700원을 적용, 3228억원에 매입키로 했다. 이는 금호산업이 원했던 금액대(400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영업활동과 주가가 급락하면서 이조차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실제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3월19일엔 2270원까지 추락한 바 있다. 이 때문에 HDC현산이 금호산업에 지급해야 할 구주 가격을 놓고 채권단과 재협상을 벌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영구채 5000억원을 출자전환하는 방안도 협상 테이블에 올려질 가능성이 크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의 영구채 출자 전환 요청이 들어오면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영구채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사채(CB) 형태다. 채권단은 지난해 4월 아시아나항공에 1조6000억원을 지원하며 영구채 5000억원을 인수했다. 출자전환하면 채권단은 지분을 30%가량을 보유하게 될 전망이다. HDC현산 입장에서 7%대 고금리의 영구채를 출자로 전환하면 금융비용이 사라지게 된다. 채권단 입장에선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을 새로 취득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다만 영구채의 출자 전환은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보유한다는 점에서 HDC현산 측이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와함께 40조 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통한 추가 지원 가능성도 거론된다. 채권단 측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투입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너몰린 금호 = 이처럼 재협상이 급물살을 타면서 금호그룹과 아시아나항공엔 적신호가 켜졌다. 우선 구주가격 조정 문제가 협상테이블에 오를 경우 이 대금을 그룹 경영 정상화에 활용하려던 금호그룹의 구상엔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키로 한 금호그룹은 '박삼구 전 회장 및 특수관계인→금호고속→금호산업'이란 단순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지만, 담보-차입이 얽혀 있어 복잡한 상태다. 금호고속은 지난해 금호산업 지분을 담보로 한 대출을 갚기 위해 산은으로부터 1300억원을 차입했으나, 지난 4월 이를 상환하지 못해 만기를 연장한 상태다. 금호고속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0억원 수준에 그친다.
이런 상황에서 구주 매각대금이 대폭 줄어들거나 협상이 결렬될 경우 금호그룹 자체가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호그룹 한 관계자는 "인수자 측이 재협상을 요구하긴 했으나 구주 가격 등 구체적 사안은 거론하지 않았다"면서 "인수자와 채권단 간 협의를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인수자 입장에서 신주는 아시아나항공에 투자된다손 쳐도 구주대금은 오롯이 제3자가 될 금호그룹에 주는 돈이기에 한 푼이라도 더 깎으려 할 것"이라면서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채권단 측에서 감자 카드를 꺼낼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불확실성 커진 아시아나 = 아시아나항공도 한치 앞을 나갈 수 없는 불확실성의 늪에 빠지게 됐다. 특히 재협상이 결렬될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기업회생절차를 밟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미 채권단은 계약 종료에 대비한 '플랜B'를 마련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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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안팎에선 인수 무산 후 당분간 아시아나항공을 채권단 관리 하에 두고 업황이 나아지면 재매각을 추진하는 방안,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인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을 분리매각 하는 방안 등이 플랜B에 담겼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대비해 채권단은 최근 일본 국적 항공사인 '일본항공(JAL)'의 사례를 검토했다. JAL은 2010년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에 들어가 약 6조원의 부채를 탕감하고 공적기관 격인 기업회생지원기구로부터 3조8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받는 등 총 13조원의 공적 자금을 받았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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