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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띠 졸라매서 30대에는 은퇴해야죠" 당신은 '파이어족'인가요?

최종수정 2020.05.30 06:15 기사입력 2020.05.30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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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은퇴 위해 극단적 절약 하는 '파이어족'
일각에선 높은 연봉 가진 이들만 가능하다는 의견도
전문가 "기업의 수직적 문화와 연관"

최근 조기 은퇴를 목표로 극단적인 절약을 하는 일명 '파이어족'이 늘어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최근 조기 은퇴를 목표로 극단적인 절약을 하는 일명 '파이어족'이 늘어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명품 살 돈이 어디있어요. 아끼고 아껴서 얼른 퇴직해야죠"


1년 차 직장인 김모(27)씨는 "쓸데없는 사치는 부리지 않으려 한다. 지인들이 인스타그램에 '플렉스'라면서 명품 가방이나 지갑을 사서 올리는데 부럽기도 하지만 미래를 위해서는 아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어 "'20대 때 놀아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그냥 한 푼이라도 더 아껴서 회사를 퇴사하는 게 목표다. 회사서 정신적으로 받는 스트레스가 너무 크다"면서 "퇴직 후에는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는 게 꿈"이라고 했다.


최근 조기 은퇴를 목표로 극단적인 절약을 하는 일명 '파이어족'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려 은퇴 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것이 목표다. 전문가는 이 같은 현상이 회사의 수직적인 문화와 연관있다고 분석했다.


'파이어족'은 일반적인 은퇴 연령인 50~60대가 아닌 30대 말이나 늦어도 40대 초반까지는 조기 은퇴를 하겠다는 목표로, 20대부터 소비를 줄이고 수입의 70~80% 이상을 저축하는 등 극단적으로 절약하는 이들을 말한다.

당초 '파이어족'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미국의 젊은 고학력·고소득 계층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이들은 부모 세대인 베이비붐 세대(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6년 이후 1965년 사이에 출생한 사람들)가 금융위기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껴 절약을 시작했다.


20대부터 소비를 줄이고 수입의 70~80% 이상을 저축하는 등의 극단적 절약을 하는 이들을 말한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20대부터 소비를 줄이고 수입의 70~80% 이상을 저축하는 등의 극단적 절약을 하는 이들을 말한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파이어족'은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직장인 10명 중 7명은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지금 당장 은퇴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1월 '벼룩시장구인구직'이 직장인 124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노후까지 생활할 수 있는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지금 바로 은퇴할 수 있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3.3%가 '있다'고 답했다.


연령별로는 △ 20대(78.6%) △ 30대(76.3%) △ 40대(72.2%) △ 50대 이상(70.6%)으로 연령대가 낮을수록 은퇴 의향이 더욱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파이어족'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포기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선택인가하는 이유에서다.


중소기업에 재직하는 직장인 김모(27)씨는 "내일 일도 모르는 게 사람 인생이다. 하고 싶은 거 다 해야 나중에 후회가 없다"면서 "또 애초에 연봉이 높은 사람들에 한해서만 '파이어족'이 가능하다. 매달 월세, 생활비 등 고정비용을 제외하고 나면 저축할 돈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금 돈을 열심히 모은다고 해도 결혼을 할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결혼자금이나 자식에게 들어가는 돈 등을 다 합치면 정말 남는 돈이 없다"면서 "평생 일을 해도 모자랄 판"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20·30세대가 '파이어족'을 원하는 이유 중 하나로 '기업의 수직적인 문화'를 꼽았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젊은 층은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을 원하고, 개인의 삶과 일상을 중시한다"며 "그런데 조직에 있으면 상사와의 관계나 갑작스럽게 회사 측에서 요구하는 업무 등에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파이어족'은 딱딱한 회사 조직에서 벗어나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살겠다는 젊은 층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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