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車 등 주력산업 긴급 유동성 애로 105조원+α "지원 턱없이 부족"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우수연 기자] "자동차 부품 업체에 5000억원의 특별보증을 마련한 것은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합니다. 자동차뿐 아니라 경영난이 극심한 업종을 우선으로 추가적 금융 지원책을 내놓겠다는 뜻입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신용등급이 급락하거나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는 기업에 추가적인 금융 지원의 뜻을 내비친 것은 단기 유동성 보릿고개를 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계에서는 기간산업안정기금 40조원의 추가 확충과 업종별 특별보증 규모를 확대하는 등 코로나19로 인한 단기 유동성 위기 극복에 민관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29일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와 중견기업연합회, 반도체산업협회, 바이오협회 등 26개 경제 및 업종별 단체 주최로 열린 '제3회 산업 발전포럼' 강연에 나선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장은 "자동차 부품 업체들만 봐도 10조원 정도 유동성이 부족하다고 호소하는데 5000억원 특별보증 기금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앞으로 규모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면서 "다른 업종에서도 저신용등급 업체에 대한 정부의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26개 업종별 단체에서 조사한 결과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속에 자동차와 석유화학 등 5개 산업에 필요한 긴급 유동성만 105조원에 달했다. 구체적으로는 전자통신(50조원), 자동차(32조8000억원), 기계(15조5000억원), 섬유(4조6000억원), 석유화학(2조4000억원) 등 5대 산업에서만 단기적으로 105조3000억원의 유동성 애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정부가 중소 자영업 중심으로 135조원의 지원 기금을 운영 중이고 전날 40조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이 출범했으나 여전히 규모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단기 생존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유동성 공급 확대와 비용 절감 지원을 한목소리로 꼽았다.
업종별로 자동차산업은 생산량이 4년 연속 감소하는 가운데 코로나19를 맞아 타격이 더 크며 단기적으로 개별소비세 감면 연장과 취득세 감면 등 내수 진작책과 부품사 금융 지원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전자산업은 올해 세계시장이 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후방산업 육성, 스마트 IT 제품 대응, 디지털 뉴딜 인프라 구축 등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조선산업은 수주량이 급감하며 생존기로에 서 있으며, 위기극복을 위해 노후 액화천연가스(LNG)선 조기 대체발주 등 수주 지원과 유동성 위험 최소화가 언급됐다.
반도체 산업은 하반기 세계 경기 침체 등으로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며 시스템 반도체 역량 강화 등을 위해 신기술 공격적 투자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바이오산업은 전략적 제휴 등 노력과 대폭적 연구개발 투자, 규제 혁신 등 정부 지원이 중요하다고 했다. 철강산업은 수요가 10% 이상 감소하며 금융위기 때보다 충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됐다. 단기적으로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 전략산업기반기금 부담률 인하 등의 지원이 촉구됐다.
이들 26개 단체는 정부와 국회에 대해 ▲정부 연구개발(R&D) 정책 개선 ▲법인세율 조정 ▲근로시간 단축 대책 ▲의원 의뢰입법 방지 등 규제 개선책 ▲파업, 교섭 관련 등 노사관계법 개선 등 우선 해결해야 할 14대 과제를 건의했다. 우선 우리나라 R&D 투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이 4.6%로 세계 1위 수준이나 과제 선정이나 관리 방식, 출연연의 예산 시스템 등 낡고 복잡한 관리법 체계로 생산성과 효율성이 미흡하다는 지적과 함께 '국가 R&D 시스템 혁신 및 생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또 문재인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했음에도 징수액은 정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기업의 투자 여력만 약화시키고 있다면서 법인세율을 2~5%포인트 인하하고 구간을 4단계에서 2단계로 단순화할 것을 제안했다.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서는 유연근로제 단위 기간을 3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하고 도입 요건도 근로자대표 서면에서 개별근로자 동의로 완화할 것을 건의했다. 근로시간 특례업종 대상도 연구개발직과 건설직 등을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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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관계법은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을 2년에서 3~4년으로 확대하고 파업 찬성률 상향, 쟁의행위 시 대체근로 허용 등을 주요 내용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 단체는 특히 지나치게 많은 의원 청원입법을 막기 위해 규제의 '산업·일자리 영향평가제도'를 도입하고 국무조정실의 규제 조정 역할과 기능을 강화하자는 주장도 내놨다. 문승욱 국무조정실 2차장은 이에 대해 "국회 입법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의원 의뢰입법이 과도하지 않도록, 국무조정실이 각 부처 입법 과정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강구하겠다"고 전했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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