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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온상 '가출팸'…함께여서 거칠 것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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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아이들]③ 각종 청소년 범죄 온상된 '가출팸'

거리로 나서 가출팸 찾는 아이들
범죄 유혹에 쉽게 빠져…범행 대상 되기도
지난해 청소년 3.5% 가출경험
대다수가 부모와 갈등 이유
전문가 "인식개선, 제도 보완 함께 이뤄져야"

범죄 온상 '가출팸'…함께여서 거칠 것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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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송승윤 기자] '숙식제공 해주실 분' '여자 두 명, 같이 다닐 팸 구해요.'


26일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비공개 커뮤니티에는 이 같은 게시글이 올라왔다. 가출을 했는데 갈 곳이 없어 함께 다닐 동료를 구한다는 내용이다. 이 게시글에는 곧 여러 댓글이 달렸다. 지역이 어딘지를 묻는 이들과 운영 중인 가출팸이 있으니 들어오라는 댓글이 주를 이뤘다. 일부는 돈을 쉽게 벌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연락을 달라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작성자는 목적을 이룬 듯 얼마 후 이 게시물을 삭제했다.

각종 청소년 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돼 사회적 문제가 된 이른바 가출팸은 여전히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가출팸은 '가출'과 가족을 뜻하는 '패밀리'를 합친 말이다. 가출 청소년끼리 일종의 그룹을 이뤄 생활하는 공동체를 뜻한다. 각종 포털 사이트나 SNS에선 이처럼 특정 검색어만 입력해도 가출팸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공동 발표한 '2020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초등학교 4학년 이상 고등학교 3학년 이하 청소년을 대상으로 최근 1년 내 가출한 적이 있는지 조사한 결과 3.5%가 가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3.8%)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2016년(3.4%) 수준보다는 높았다. 가출 이유는 가정에서 부모님과 문제가 있던 경우가 61.7%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어 학업 문제(15.9%), 친구들과 함께하기 위해(9.6%), 가정의 경제적 이유(2.3%), 학교 문제(1.1%)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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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나섰다가 의지할 데가 없어진 아이들 중 상당수는 가출팸에 합류한다. 지역마다 가출 청소년을 일정 기간 보호하는 청소년 쉼터가 있긴 하지만 신상 정보와 부모 연락처 등을 기재하는 것이 원칙이라, 부모와 갈등을 겪고 집을 나온 이들이 선택하기엔 적당하지 않다. 가출팸에 들어가면 범죄의 유혹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의식주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범죄 외엔 마땅한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같은 무리에 있던 10대를 집단폭행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야산에 암매장한 '오산 백골사건'도 가출팸 내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이 가출팸의 우두머리 격인 20대 A씨는 가출 청소년들을 이용해 대포통장을 사들인 뒤 보이스피싱 조직 등에 팔아넘기는 일도 했다. 이처럼 일부 성인들은 일명 '헬퍼(helperㆍ도움을 주는 사람)'를 자처하며 숙식 등 편의를 제공하고 성매매나 절도 같은 범죄에 미성년자들을 동원하기도 한다.

백혜정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출 청소년이라고 하면 비행 청소년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는 부모의 방임이나 학대를 견디지 못해 집을 뛰쳐 나온 아이들이 많다"면서 "가출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이들이 일정 기간 마음 놓고 머물 수 있는 곳이 필요한데 인식 개선뿐 아니라 제도적 보완까지 함께 이뤄져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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