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코로나에 수그러들줄 알았는데…금감원·은행들, 갈등 재점화

최종수정 2020.05.25 11:09 기사입력 2020.05.25 11:09

댓글쓰기

DLF 관련 CEO 중징계 행정소송·키코 배상안 대립각
라임자산운용 펀드 손실에 대한 선제적 보상 압력도 부담

코로나에 수그러들줄 알았는데…금감원·은행들, 갈등 재점화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수그러들었던 금융감독원과 시중은행 간의 갈등이 재점화될 모양새다.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 과태료 처분에 대한 법적 분쟁이 불가피해진 것은 물론, 최고경영자(CEO) 중징계와 관련해서도 행정소송 제기가 다시 이어질 전망이다. 여기에 금감원이 강하게 밀어 붙였던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배상안을 놓고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는 한편, 일명 '라임 배드뱅크' 출범에도 막판 진통을 겪고 있는 모습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DLF 과태료 관련해 지난 22일 오후 금융위원회에 이의제기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 3월25일 금융위로부터 각각 197억원, 168억원 과태료를 통지받은 지 58일 만이다. 이의제기 신청은 과태료 통보 이후 60일까지 가능해 이론적으로 24일까지 신청할 수 있지만 이날은 일요일이라 사실상 22일이 신청 가능한 마지막 날이었다. 이의제기를 기점으로 과태료 부과 처분은 일단 효력이 정지된다. 이후 비송사건절차법에 따라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하나은행 측은 "당국의 결정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구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3월30일 공시한 사업보고서를 통해 당국 제재에 대해 불복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우리은행은 "DLF 관련 과태료 부과통지를 수령했다"면서 "향후 해당 행정청에 이의제기를 할 예정"이라고 보고서에 명시했다.


두 은행이 금융당국 결정에 반기를 들고 나선 까닭은 DLF 과태료 금액 등 제재가 과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우리은행의 경우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현재 진행 중인 CEO 징계 관련 효력 취소 소송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 또한 향후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의 행정 소송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과태료 경감 효과만을 기대한다면 만약 해당 기관이 처분 통지 후 14일 내에 과태료를 납부할 경우 부과된 금액의 20%를 경감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넘기고 과태료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면서 향후 함 부회장의 행정소송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함 부회장은 행정소송법에 따라 금감원의 문책경고 효력이 발생한 3월5일부터 90일 이내인 6월3일까지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키코 배상 권고안을 놓고도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신한ㆍ하나ㆍ대구은행은 지난 6일 권고안 수용 여부에 관한 답변 기한 연장을 요청했다. 이번이 다섯 번째 연기 요청이다. 배상안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150억원, 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을 피해기업에 배상해야 한다. 앞서 KDB산업은행(28억원)과 한국씨티은행(6억원)은 배상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들 은행은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는 분쟁조정위원회의 판단이 사실관계에 있어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우리은행만이 금감원 조정을 받아들여 42억원 배상을 완료했다. 은행권은 배임 등을 우려해 지난해 12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권고한 키코 배상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10년도 더 지난 키코 배상에 대한 은행들의 법적 책임은 소멸시효가 이미 끝났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키코는 2013년 9월 대법원에서 '사기가 아니'라고 결론 내린 상품이다. 금감원 분쟁조정 결과가 나온 지 5개월이 넘었지만 사태 해결은 장기화될 조짐이다.

라임자산운용 펀드 손실에 대한 금감원의 선제적 보상 압박도 부담이다. 금감원은 보상안이 판매사들의 자체적인 결정이라고 했지만 일각에서는 윤석헌 금감원장이 선제적 보상은 사적화해에 해당돼 배임이 아니라고 말하는 등 연이은 발언과 선제보상안 제출 요구 등으로 압박하고 있다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또 라임자산운용의 부실 펀드를 정리하기 위한 소위 '배드뱅크'가 출범을 앞둔 가운데 출자비율과 금액 등 세부사항을 놓고 막판 진통이 벌어지고 있다. 윤 원장이 '배드뱅크 5월 중 설립'을 공언했지만 자칫 시기가 지연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금융사들이 피해 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서도 윤 원장이 최근 금융사가 외형 확대와 고수익 추구를 자제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면서 "소비자 보호를 위해 '전쟁'도 불사하겠다던 윤 원장이 여전히 금융사를 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청와대로 파견 근무를 갔던 금감원 팀장이 라임 사태에 연루돼 구속된 것처럼 먼저 내부 기강을 바로 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