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재정 악화…말레이시아 증세 추진
야신 총리 "상품용역세 재도입 검토"
도입땐 매년 11조3000억원 세수 증가
생산·유통단계마다 세금 부담 가중
국민들 부정적 반응 "제도 개혁 먼저"
[아시아경제 쿠알라룸푸르 홍성아 객원기자] 말레이시아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따른 재정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증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하지만 경기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세금을 더 거두는 것은 국민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19일 더스타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무히딘 야신 말레이시아 총리는 세입부족을 상쇄하기 위해 상품용역세(GST) 재도입을 골자로 하는 세제 개편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GST는 말레이시아에서 거래되는 모든 상품과 서비스에 붙는 세금으로 세율은 6%다. 하지만 제조사부터 소비자까지 생산ㆍ유통 단계마다 세금이 부과돼 물가 상승과 국민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을 받았다. 야신 총리가 이를 재도입하면 2년만에 부활하는 셈이다.
말레이시아는 경기상황에 따라 GST와 판매용역세(SST)를 병행해왔다. SST는 최종 판매재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해 기업이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GST 보다 세부담이 덜하다는 평가다. 유가 하락으로 세수가 줄자 2015년 4월 GST를 도입했으며 2018년 5월에는 재집권한 모하맛 마하티르 전 총리가 GST를 철폐하고 SST를 재도입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GST를 다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재정악화 때문이다. 지난 3월 정권 교체와 함께 코로나19로 경제부담이 커지면서 GST 재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기 시작한 것이다. GST를 도입하면 매년 400억 링깃(약 11조 3340억원) 이상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3월 18일부터 5월 3일까지 외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하고 식료품점, 약국 등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사업장이 영업을 중단하는 이동제한령을 시행해왔다. 지난 1일 야신 총리의 특별담화에 따르면 이동제한에 따른 경제손실은 하루 24억링깃(약 6800억원)에 달한다. 누적기준 손실 규모는 630억 링깃(약 17조 8510억원)에 이른다. 앞으로 1개월간 이동제한령이 지속되면 350억 링깃(약 9조 9172억원)의 손실이 추가로 발생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장기화로 말레이시아 경제가 1998년 금융위기 이상으로 악화된다는 우려를 내세우고 있다. 재정건전성을 위해 세금 확보가 우선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르완 스리 압둘라 전 재무부 사무총장은 지난 3월 "내년까지 3~4%의 세율로 GST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말레이시아경제연구소(MIER)는 GST 세율을 3%로 낮춰 재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SST는 GST만큼의 세수를 절대로 확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말레이시아 회계사협회(MATA) 압둘 아지즈 회장이 충분한 국고 마련을 위해 GST 재도입이 필요하다며 주장에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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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GST 재도입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공유차량서비스업체 그랩의 운전사로 일하는 데이비드 리는 "외국인 관광객 입국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GST를 도입하면 말레이시아 국민이 모든 부담을 지게 된다"며 "국민들에게 세금을 더 걷을 게 아니라 부정부패 방지와 불필요한 지출을 삭감하는 등의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영업자인 칵켕은 "코로나19로 국가재정이 안 좋은 상황이지만 지금은 서민층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한 시기"라며 "GST를 재도입한다면 저소득층과 자영업자 등 지원책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라자 라시아 말라야대학 석좌교수는 "최소 2.5%의 GST를 도입하고 보조금 등 저소득층을 위한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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