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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보경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민보경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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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5일에 치러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57명의 여성의원이 당선됐다. 이는 역대 최다 당선으로, 여성의원 비율은 20대 국회 17%에서 19%로 상승하게 됐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여성의원 비율은 평균 29% 정도니 여전히 우리는 낮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성평등 수준은 점점 나아지곤 있지만 국회의원 비율과 마찬가지로 다른 통계수치도 아직 충분치 못함을 알려준다. 2019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대학진학률은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높지만 여성 평균임금은 남성 임금의 68.8%이며 여성 관리자 비율은 20.6%다. 여성의 교육수준은 높아지고 사회활동은 과거에 비해 늘었지만 성평등 이슈는 현재 진행형이다.


젠더 관점에서 공간을 연구한 학자들은 공적 공간은 노동과 상업의 영역이자 가정 밖에서 일하는 남성의 영역, 사적 공간인 가정은 임금 보상을 받지 않는 가사노동을 하는 여성의 영역으로 여겨 왔다고 한다. 즉 일터와 공적 영역은 남성의 공간으로, 가정과 사적 영역은 여성의 공간으로 이분화됐으며 젠더 역할에 따라 구축된 공간은 차별적 공간에서의 경험을 초래하기도 했다. 물론 지나치게 단순한 이분법은 오늘날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그대로 적용될 수 없겠지만 우리의 도시 공간 구조는 여전히 성차별적 요소를 띠고 있다. 밤거리에서 느끼는 공포감은 여성에게 더욱 크게 인식되고 기저귀 교환대는 여자 화장실에만 설치돼 남성이 불편을 느끼기도 한다. 여자 화장실은 남자 화장실보다 늘 붐비며 길거리 표지판에서 어린이를 돌보는 보호자 역할은 치마 입은 여성이다.

얼마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아시아 여성들의 삶을 뒤흔든다는 영국 공영방송 BBC 기사를 접하고 현재 일어나고 있는 주변의 상황에 대입해봤다. 자녀들이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 머무르게 되면서 늘어난 육아 노동의 대부분은 엄마들 몫이다. 또한 보건과 사회복지 분야에서 여성 인력이 다수를 차지해 코로나19에 따른 고통은 여성에게 더 무겁게 느껴지는 듯하다. 여성들이 의료노동, 돌봄, 연구 등의 분야에서 코로나19에 맞서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에서 회복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으로 여성과 남성에게 필요한 차등적 요구를 고려해야 한다는 BBC 기사의 유엔여성기구 관계자 인터뷰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적 영역에 진출하는 여성이 늘어나면서 젠더 이분법적인 사회 질서는 점차 개선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성별영향평가는 정책을 입안, 집행, 평가할 때 성별 요구와 차이를 고려해 정책이 여성과 남성에게 고르게 혜택을 가져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성별영향평가법'을 근거로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법, 계획, 사업 등 정책 영역을 대상으로 시행된다. 공간 차원에서도 '여성친화도시'라는 지역 성평등 정책이 추진돼 돌봄과 일-가정 균형, 안전 등 지역의 성평등을 지원하는 공간 환경의 조성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성평등 수준이 높아지면 여성뿐 아니라 남성의 삶의 질도 향상된다. 여성의 사회활동과 경제활동이 증가하면서 가정 내 남성의 역할이 강화되고 가족관계의 친밀도도 높아질 수 있다. 가정은 여성의 공간, 집 밖은 남성의 공간이 아니라 가정과 일터, 공공장소 어디나 우리 모두 행복감을 느끼는 공간이 돼야 한다. 성평등은 우리가 당면한 저출생, 경제성장, 국가경쟁력 제고 등을 풀어갈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며 선진사회로 진입하기 위한 열쇠를 제공할 것이다. 여성의원 비율이 역대 가장 높아진 21대 국회의 시작을 앞두고 우리 사회 곳곳의 성차별적 요소의 개선을 위한 담론과 시도들이 이전보다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민보경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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