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고용보험제 추진"…속내 복잡한 '보험사 vs 설계사'(종합)
'수익 악화' 보험사에 비용 부담
고소득 설계사도 고용보험 의무화 반대
비대면시대 설계조직 위축
저소득 설계사 일자리 위협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정부와 여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전국민 고용보험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보험사와 보험설계사들의 속내가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보험사들은 가뜩이나 수익이 악화된 상황에서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설계 조직을 축소할 수 밖에 없어 판매 실적이 낮은 설계사들은 일자리가 위협 받게 될 처지에 놓일 수 있다. 실적이 좋은 설계사들은 사업자에서 노동자로 신분이 바뀌는 것에 부담감을 호소하는 모습이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설계사를 포함한 특수고용직에 대한 고용보험 의무화는 제21대 국회에서 가장 먼저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산재보험법과 고용보험법, 노동조합법, 특수직종사자 보호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내용을 담은 개정안들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회부됐지만 통과하지 못한 채 자동폐기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 대책으로 전국민 고용보험제 도입을 꺼내들면서 21대 국회에서 고용보험 의무화 입법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을 통해 "모든 취업자가 고용보험 혜택을 받는 전국민 고용보험시대의 기초를 놓겠다"며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예술인 등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빠르게 해소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여당이 21대 국회 과반 의석을 획득하면서 법안 처리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업계는 설계사 고용보험 부담 확대로 인해 설계조직 운영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40여만명에 달하는 설계사는 보험사나 보험대리점(GA)과 계약을 맺고 상품을 판매하는 독립적인 개인사업자 신분이다.
이들에 대해 고용보험을 의무화하면 보험사나 GA 입장에서는 당장 추가 비용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고용보험료를 고용주와 근로자가 각각 절반씩 부담해야 하는 만큼 규모에 따라 수 백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늘어날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특히 자본 여력이 부족한 중소 GA까지 고용보험이 의무화될 경우 저능률 설계사에 대한 계약 해지로 이어져, 죄없는 실업자를 양산하는 부작용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 가입 방식이 설계사를 통한 대면에서 비대면, 온라인 채널로 옮겨 가고 있는 가운데 설계사 조직에 대한 대규모 감축도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한 실적이 좋은 소위 '잘 나가는' 고소득 설계사들은 고용보험 가입을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설계사들은 사업소득세 3.3%만 납부하면 되지만, 고용보험 가입과 동시에 근로자로 인정되는 만큼 현행 최고세율인 40%까지 소득세를 납부해야 할 수도 있어서다. 또 소득 공개, 출퇴근과 같은 근무 관리 등도 부담스러운 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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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생계 곤란을 호소하는 설계사들을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한다"면서도 "고용보험 의무화는 관련 업계와 종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면서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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