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10일 수출 반토막…코로나 충격 증폭(종합2보)
10일까지 전년보다 46% 급감
조업일수 감안해도 30.2% 줄어
자동차 80% 이상 쪼그라들어
4월 수출감소폭 웃돌 가능성
2009년 1월 후 최대감소 우려도
해외시장 마비에 부진 계속될듯
산업부 "조업일수 부족도 영향"
전문가 "향후 전망이 더 안좋다"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박소연 기자, 우수연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 경제를 강타하면서 이달 초 우리 수출액이 지난해의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자동차 수출은 80% 넘게 감소했고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 수출이 절반 이상 줄었다. 코로나19에 의한 수출 충격이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69억19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6.3%(59억6000만달러) 감소했다. 이 기간 조업일수는 5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일 적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13억8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9억8000만달러)보다 30.2% 감소했다. 이 기간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37.2%(56억5000만달러) 감소한 95억5100만달러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26억32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반도체 수출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7.8% 감소했다. 4월 반도체 수출이 14.9%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이달 들어 수출이 더욱 악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 밖에 품목별로 보면 승용차(-80.4%), 무선통신기기(-35.9%), 석유제품(-75.6%) 등이 감소했고 선박(55.0%)은 증가했다. 승용차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해외 공장과 영업점 폐쇄, 수요 위축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석유제품은 수요 위축으로 판매 물량이 줄고, 유가 하락으로 수출 단가도 폭락했다.
국가별 수출을 보면 중국(-29.4%), 미국(-54.8%), EU(-50.6%), 베트남(-52.2%), 일본(-48.4%), 중동(-27.3%) 등은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산세로 봉쇄령을 유지한 미국, EU 등 주요국에 대한 수출이 절반 이상 감소한 것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4월 수출이 -24.3%를 기록한 데 이어 이달 감소 폭이 더 확대될 수 있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경기 위축이 지속되는 한 우리 수출의 앞날도 밝지만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기존 계약이나 재고 등을 활용했기 때문에 그런대로 반 토막이더라도 이만큼 나온 것"이라며 "이달 말에는 수출 성적이 지금보다 악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주요 20개국(G20) 중에 코로나19가 안정세에 접어든 나라는 아직 찾기 어려워 하반기에도 수출 부진이 계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주요국의 록다운(봉쇄령)과 셧다운(shut down·일시적 업무정지) 조치가 이달 초 수출에 치명타를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아직 월초이지만 이 추세라면 이달 수출 감소폭이 4월(-24.3%) 수준을 웃돌 수도 있다. 2009년 1월 기록한 월별 역대 최대 수출 감소폭(-34.5%)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유럽·인도 자동차시장 개점 휴업= 가장 크게 감소한 품목은 자동차다. 이달 승용차 수출이 줄어든 것은 국내 완성차 업체의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과 유럽, 인도 자동차시장이 사실상 휴업 상태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부터 코로나19로 인한 현지 딜러 단축 영업, 소매점 강제 휴업 등으로 정상적 영업이 불가능해지면서 수출 예정 물량이 대거 취소된 영향이다.
현대기아자동차는 국내 공장이 일찌감치 코로나19 영향권에서 벗어났지만 해외 주문 물량이 줄면서 지난 황금연휴(4월30일~5월5일) 기간 국내 공장 전체가 휴업에 돌입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주력 수출 차종인 닛산 로그의 위탁 생산이 지난 3월 말로 완전히 종료되면서 이달 10일까지 부산공장 라인을 멈춰 세운다. 한국GM은 어렵사리 신차 트레일블레이저의 북미 수출 물량을 수주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수출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해외시장 수요가 얼어붙으면서 국내 완성차 수출도 한동안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시장은 무이자 할부금융에 의존해 우려 대비 감소폭이 크지 않았으나 유럽과 인도, 중남미시장은 미국처럼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펼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나머지 국가들의 2분기 수요 회복이 매우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석유제품은 이동제한과 전 세계 석유제품 사용 산업 부진으로 석유 수요가 큰 폭으로 줄어든 데다 유가 하락이 반영되며 제품 단가가 떨어진 것이 주요 원인이다. 업계 1위인 SK에너지가 정제공장 가동률을 85%로 낮췄고,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정기보수를 앞당겨 가동률을 조정한 상태다. 석유업계 한 관계자는 "석유제품 수출 단가가 작년 동기 대비 약 60~70% 하락했고 개별 기업들이 정기보수에 들어가면서 수출 여력이 낮아졌다"고 밝혔다.
반도체는 수요 감소에 따른 조짐이 엿보이는 상황이었다. 주요 부품인 D램 현물거래 가격은 올해 처음으로 고정거래 가격보다 낮았다. 이 때문에 수요 감소에 따른 불확실성 우려가 커졌다. 지난 8일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DDR4 8Gb 기준)의 1개당 현물가격은 이날 3.26달러를 기록해 지난달 D램 고정거래가격인 3.29달러를 밑돌았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돼 록다운과 셧다운을 했던 미국, EU 등의 수출 실적이 부진했던 것이 뼈아팠다는 평가다. 나승식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실질적인 조업일수가 5일에 불과했던 만큼 1~10일 실적만으로 수출이 부진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세계의 자동차 공장이 가동을 멈추고 쉬었던 점, 공장 조업 중단은 물론 시장 자체가 코로나19 이전처럼 재개되지 않는 추세가 지속된 점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전문가 "셧다운 장기화에 대비해야"= 정부는 해외로 나간 기업들의 유턴을 유도하고 외국인직접투자(FDI)를 늘리기 위해 과감한 정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주년 연설에서 "한국 기업의 (국내) 유턴을 촉진하고 해외 첨단산업의 유치를 통해 대한민국을 '첨단산업의 세계공장'으로 만들겠다"며 "한국 기업의 유턴은 물론 해외의 첨단산업과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과감한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도 지난 7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더 많은 국가들이 소위 '재분배 전략'을 통해 공장을 본국으로 불러들이려는 노력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대유행은 한국이 핵심 부품과 자재를 공급하는 아시아에서 컨트롤타워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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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나마 다른 나라보다는 수출 성적이 양호했다는 진단보다는 앞으로의 전망이 더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지난달에 세계가 록다운되면서 제품을 팔 곳이 마땅치 않았던 만큼 수출이 부진했던 것은 예측 가능했지만 하반기 이후에도 세계의 셧다운에 속수무책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한국이 방역 모범국이기 때문에 기업을 유치하겠다고 하지만, 첨단산업과 관련한 국내법은 미흡한 부분이 많다"며 "타다 등 혁신기업 업자들이 문 닫게 만드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한 마디에 외국 기업들이 짐 싸서 (한국으로) 들어온다는 것은 현실성이 낮고 집권당의 정책 집행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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