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S 등 활용해 감염 경로 추적하는 한국 역학조사 시스템
성소수자 아웃팅 등 사생활 침해 우려…동선확보 차질 위험도
해외선 블루투스 신호 기반 동선추적 체계 시험 도입

경기도 용인 66번 환자가 다녀간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추가 감염이 잇따르자 정부가 클럽 등 유흥시설을 대상으로 한 달 동안 운영 자제를 권고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지난 8일 오후 임시 휴업에 동참한 서울 이태원의 한 클럽 앞에 유흥시설 준수사항 안내문이 걸려 있다. /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용인 66번 환자가 다녀간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추가 감염이 잇따르자 정부가 클럽 등 유흥시설을 대상으로 한 달 동안 운영 자제를 권고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지난 8일 오후 임시 휴업에 동참한 서울 이태원의 한 클럽 앞에 유흥시설 준수사항 안내문이 걸려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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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임주형 인턴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해 구축된 역학조사 시스템을 두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위치 정보, 신용카드 사용 카드 기록 등을 통해 감염 경로를 추적하는 역학조사가 '아웃팅(동성애자라는 사실이 강제로 밝혀지는 일)' 등 사생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탓이다.


일부 국가들은 이같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블루투스 신호 등을 활용한 애플리케이션(앱) 기반 시스템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이 경우 강제성이 적어 효과가 적다는 위험이 있다.

전문가는 일부 확진자에 '낙인효과'가 생겨 방역망에 구멍이 뚫리는 사태를 피하기 위해 정보 공개와 사생활 보호 간 유연하게 균형을 맞추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국내 역학조사는 휴대전화 위치 정보시스템(GPS), 신용카드 사용내역 등 개인정보를 확보해 확진자 동선을 파악해 왔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경찰에 확진자의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요청하면, 경찰이 통신사업자 등에게서 위치정보를 받아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로써 10~15분 안에 동선 파악이 완료된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르면 복지부장관 및 질병관리본부장은 감염병을 예방하거나 차단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환자나 의심자의 인적사항을 경찰에 요청할 수 있다.


문제는 지나치게 구체적인 동선공개가 오히려 역학조사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데 있다.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 선별진료소가 검사를 기다리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이태원 클럽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이날 국내 확진자는 35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 사진=연합뉴스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 선별진료소가 검사를 기다리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이태원 클럽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이날 국내 확진자는 35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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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6일 경기 용인 66번 확진자가 서울 이태원에 위치한 여러 클럽을 방문한 사실이 동선 공개를 통해 알려지면서 아웃팅 논란이 불거졌다. 이 확진자가 다녀간 클럽들은 평소 성소수자가 자주 이용하는 유흥업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부정적인 사회적 시선과 비난을 우려한 성소수자 확진자들이 자진 신고를 하지 않고 방역망을 피해 자취를 감출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실제 이태원 클럽 관련 접촉자 5517명 중 방역당국과 연락이 닿은 인원은 전체 약 44%인 2405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클럽 입장 당시 명단을 허위기재했거나, 당국의 연락을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유럽 국가와 미국 등에서는 이같은 사생활 침해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블루투스 신호 추적 앱을 중심으로 한 동선추적 시스템이 시험되고 있다.


지난달 17일 독일 쾰른에서 한 여성이 스마트폰으로 코로나19 감염자 관련 정보를 확인하는 유럽 공동 앱 PEPP-PT를 사용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17일 독일 쾰른에서 한 여성이 스마트폰으로 코로나19 감염자 관련 정보를 확인하는 유럽 공동 앱 PEPP-PT를 사용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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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블루투스 앱은 싱가포르 방역당국이 지난 3월 오픈소스 공유 플랫폼인 '깃허브(GitHub)'에 공개한 '트레이스 투게더(Trace Together)' 앱을 기반으로 미국 회사 '애플'과 '구글'이 공동으로 제작한 것이다.


사용자가 해당 앱에 확진 여부를 기록한 뒤 가동하면, 앱이 깔려 있는 스마트폰끼리 서로 블루투스 신호를 인식해 정보를 공유한다. 만일 주변에 확진자의 스마트폰이 있다면 인근에 있는 다른 스마트폰들이 주인에게 경고음을 울려 자발적인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확진자의 개인 정보를 직접 노출시키지 않아 사생활 침해 우려가 적지만, 국민들의 자발적인 방역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앱을 사용해야 제대로 된 거리 두기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해당 앱이 최초로 시행된 싱가포르에서는 트레이스 투게더 앱을 다운로드 받은 국민이 전체 20% 안팎에 불과했다. 결국 방역망에 구멍이 뚫려 이주노동자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2차 감염이 발생했고, 싱가포르 정부는 국가 봉쇄 조치를 시행할 수밖에 없었다.


전문가는 투명한 정보 공개와 개인 사생활 보호 간 균형을 맞춘 역학조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동훈 전 대한의사협회 신종플루대책위원은 지난 8일 'YTN 뉴스나이트'에 출연해 "유흥시설 등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감염자를 가려내기 힘들다"며 "특히 자발적으로 자신이 (유흥업소에) 갔다고 드러내기 어려워하거나 꺼려하는 사람이 있고, 불이익이 있을 것을 두려워해 숨게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적 지향 등 정보가 언론에 언급되면 특정한 성적 편견을 가질 수 있게 되고 낙인효과가 생길 수 있게 된다"며 "그렇게 되면 역학조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숨어버릴 수 있어 방역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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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확진자가 다수 발생하거나 사회적으로 민감한 문제인 경우, 일부 (확진자는) 비공개로 처리하면서 (전수조사) 협조를 얻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임주형 인턴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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