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 지난달 25일 시행, 과잉처벌 논란 여전
"수정될 부분 수정했으면" 故 김민식 군 부모, 법 보완 의사 밝혀

지난해11월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고(故) 김민식 군의 부모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질문하고 있다.

김 군은 지난해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숨졌다. 국회는 어린이보호구역에 과속 단속 장비 설치 등을 의무화하는 '민식이법'을 발의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해11월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고(故) 김민식 군의 부모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질문하고 있다. 김 군은 지난해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숨졌다. 국회는 어린이보호구역에 과속 단속 장비 설치 등을 의무화하는 '민식이법'을 발의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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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지난달 25일 시행한 '민식이법'을 둘러싼 비판 여론이 여전히 거세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아이들 안전을 위하는 것은 모두 공감하고 동의하지만, 갑자기 튀어나오는 어린이들까지 피하기는 어렵고, 이로 인해 민식이법으로 가중 처벌까지 받을 수 있으니 법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억울한 사람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 때문에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이 법을 두고 '악법'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지속하는 비판 여론에 故 김민식 군 부모도 나서 관련 법 수정 의사를 내비쳤다.

민식이법 적용대상은 ①어린이보호구역에서 ②규정속도 30Km/h를 초과하거나 ③안전운전 의무를 소흘히 해서 ④13세 미만 어린이를 죽거나 다치게 한 경우다.


운전자들은 스쿨존에서 주행속도를 준수하고 주의의무를 다 해도, 갑작스레 차도로 나오거나 사각지대서 나타나는 아이까지 피해가기는 쉽지 않다는 처지다. 여기에 처벌을 강화한 민식이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으니 그야말로 분통이 터진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운전강사 출신 30대 중반 운전자 A 씨는 "운전자들은 기본적으로 주의의무를 하고 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는 발생한다"면서 "문제는 과실 비율에 따른 처벌 수준이다. 내가 주의의무를 99%했어도 스쿨존에서 아이를 상대로 사고가 발생하면, 민식이법 적용 대상이다. 이게 문제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운전자 40대 B 씨는 "징역형의 경우 그냥 직장을 잃는다고 보면 된다"면서 "사고로 숨진 아이는 정말 안타깝지만, 법을 좀 다시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죽하면 스쿨존을 우회하는 내비게이션 기능이 추가되겠나, 갑자기 튀어나오는 애들은 진짜 피할 수 없다. 문제가 많다"고 덧붙였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아동 교통사고를 낼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민식이법'(개정 도로교통법) 시행을 하루 앞둔지난 3월24일 오전 서울 성동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 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안전표지판이 설치돼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아동 교통사고를 낼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민식이법'(개정 도로교통법) 시행을 하루 앞둔지난 3월24일 오전 서울 성동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 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안전표지판이 설치돼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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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서는 주의의무 인정이 스쿨존에서 더 어려울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있다. 일반 도로가 아닌 스쿨존인만큼, 어린이들은 갑자기 튀어나오는 등 돌발행동을 할 수 있고, 운전자는 이마저도 미리 예상하며 운전을 해야 주의의무 인정을 받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차량으로 출·퇴근 한다고 밝힌 40대 직장인 C 씨는 "스쿨존에서 주행속도는 다 지킨다. 다만 갑자기 나타나는 아이들이나 뒤에서 받히는 어린이들의 경우 주의의무를 다한다고 막을 수 있을까"라고 토로했다. 이어 "이렇다 보니 결과적으로 누구든 스쿨존에서 사고를 내면 민식이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이게 상식적인 법인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지속하는 민식이법 비판 여론에 故 김민식 군 부모는 법 개정 의사를 밝혔다. 이어 해당 법안은 자신들이 아닌 국회에서 모두 만들어졌기 때문에, 본인들을 향한 과도한 비판은 자제해달라고 호소했다.


김민식 군 부모는 지난달 28일 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민식이법) 수정될 부분은 수정되고, 보완될 부분은 보완돼 완벽한 법으로 바뀌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운전자에 경각심을 갖게 하자는 것이었고, 세부사항은 저희가 결정한 게 아니다"라며 "국회에서 논의하고 통과시킨 것이어서 그 부분에 대해 별로 할 말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식이법은 보복을 위한 법이 아니다"라며 "운전자들의 우려와 혼란을 이해한다. 오해의 여지가 있다면 정부에서 풀어줬으면 좋겠고, 오해에서 벗어난 분들이 더 이상 저희를 공격하지 말아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법을 발의하고 수정한 곳은 국회다. 이렇게 법이 만들어진 것을 저희가 만들었다고 하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 아이들을 지켜주자고 만들어진 법인데, 괜히 나섰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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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민식이법'을 촉발한 40대 운전자는 지난달 27일 금고형을 선고받았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2단독(최재원 판사)은 이날 열린 선고공판에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D씨(44)에 대해 금고 2년을 선고했다. 금고형은 교도소에 구금하는 형벌이지만 강제노동의 의무가 없다는 점에서 징역형과 다르다.


재판부는 "사고 장소는 왕복 2차로에 횡단보도가 설치된 어린이 보호구역이고 인근에 중학교와 초등학교, 아파트가 있다"면서 "피고인은 피해자를 충격하고 제동장치를 뒤늦게 작동시켰다. 빨리 제동했다면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민식 군 부모가 심대한 정신적 고통을 받아 피고인의 엄벌을 요구하고 있으며 함께 사고를 당한 동생의 정신적 충격으로 인한 후유증도 우려된다"면서도 "다만 피고인이 잘못을 뉘우치고 있고, 당시 차량 속도가 제한속도(시속 30㎞)보다 낮았던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D 씨는 지난해 9월11일 오후 6시10분께 충남 아산시의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김민식군 형제를 차로 치어 김군이 숨지고 동생이 전치 2주의 상처를 입은 사건으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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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계기로 지난해 12월10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민식이법'을 의결했다. 민식이법은 크게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특가법) 등에 관한 개정안으로 나뉜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스쿨존 안전시설 확충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개정안은 스쿨존에서 발생한 어린이 사망사고에 대한 가중 처벌 조항을 각각 담고 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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