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팎 판로 막혀…대기업·중소기업 모두 휘청
비용 절감 구조조정 '실업대란'…회생 신청 봇물

'코로나 쇼크' 해외 바이어의 일방적 주문 취소…옷 벗는 패션 직원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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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섬유·패션 산업이 무너지고 있다. 수출길이 완전히 막혔고 몇 년 간 지속되고 있는 내수 불황은 한층 더 악화돼 사실상 안팎의 판로가 모두 닫혀 중소기업·대기업 할 것 없이 휘청이고 있다. 수출 비율이 높은 업체가 우후죽순 무너지면서 섬유·패션 산업이 마비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비용 절감을 위한 사업 구조조정이 결국 인력 감축으로 이어져 '실업 대란'도 현실화하고 있다.


◆대기업 휘청·공급사슬 붕괴 가속화= 대기업들마저 속속 구조조정에 돌입하면서 섬유·패션 산업의 '서플라이 체인'(공급 사슬) 붕괴가 가속화하고 있다.

1일 이랜드그룹에 따르면 이랜드리테일은 그동안 직접 운영하는 유통점 뉴코아아울렛과 이천일아울렛 등에서 판매해왔던 17개 아동복 PB(자체상표, private brand) 브랜드 중에서 9개 브랜드의 오프라인(매장) 사업을 접는다. 이랜드리테일은 아동복 사업 부문에서 국내 최다 브랜드와 최대 규모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브랜드 구조조정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면서 사업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온라인 플랫폼 강화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면서 "아동복 온라인 플랫폼을 론칭하는 것은 물론 기존 오프라인 브랜드의 온라인 전용 브랜드 전환 등 온라인 중심으로 사업 구조 개편을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철수하는 브랜드 운영을 담당했던 임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직원들은 불안감에 휩싸이며 직장인 앱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글을 올리고 있지만, 이에 대해 이랜드그룹은 인위적인 인력 감축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랜드그룹은 "기존 브랜드 운영을 담당했던 임직원은 필요 직무교육 이수 및 필요역량 증진 프로세스를 통해 V커머스·미디어커머스, 온라인MD 및 온라인 판매 직무 등과 사내 공모 등을 통해 사업부 내부 직무로 전환한다"고 설명했다.


유니클로도 점포 효율화를 추진중으로 오프라인 매장 폐점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에 따른 감원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앞서 유니클로 한국법인 에프알엘코리아의 배우진 대표가 실수로 인력 감축 계획을 전 직원에게 e메일로 보내면서 감원을 예고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유니클로는 지난해 일본 상품 불매 운동의 표적에 올라 매출이 전년 대비 31% 급감한 9749억원에 불과했다. 유니클로 매출이 1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5년 이후 처음이다.


임금 삭감과 무급 휴직·휴가를 단행하는 등 비상경영도 잇따르고 있다. 바바패션·아이올리·부래당·동광인터내셔널 등은 무급 휴가를 단행중이다. LF는 지난 3월 자진 반납 형태로 임원의 급여를 30% 삭감했고, 진정 국면에 들어갈 때까지 비상 경영을 이어갈 방침이다.


◆회생 신청 봇물·파산 진행도= 대기업이 휘청이면서 이들에게 섬유나 원단을 납품하고 있는 중견 업체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 합섬 직물 전문 가공 업체들이 모여 있는 대구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에서는 폐업하는 곳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여러 곳이 휴업을 선언했고, 한 곳은 조업을 아예 중단하고 폐업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수출 비중이 높은 중소 규모의 회사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해외 바이어의 일방적인 주문 취소가 이어지면서 손실액이 상당해 인력 구조조정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다. 수출 비율이 높은 세아상역·한솔섬유·신성통상·신원·풍인무역·최신물산 등 대부분이 무급 휴직, 급여 삭감, 권고사직 등의 구조조정을 추진중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거래처의 주문 취소·지연으로 대금 회수가 어려워진 상태에서 제품 생산을 위해 투입한 원단·봉제·부자재 비용까지 고스란히 떠안아 각 업체마다 수백억원의 손실이 나고 있다"면서 "매출 대부분을 미주·유럽 등 해외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상대방이 불합리한 계약 파기를 하더라도 추후 관계 유지 및 법리적 문제가 얽혀 있어 강경대응을 하기도 어려워 비용절감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일방적인 주문 취소와 관련해 수출 대상 지역의 법적 제한이 국내와 다른 경우가 많아 법적 다툼을 진행하는 것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에 따라 기업 회생 및 파산 신청을 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섬유잡화와 핸드백을 전개중인 예진상사와 세원아이티씨의 관계사인 선글라스 전문 브라이언앤데이비드, 골프웨어 너트클럽은 회생 절차에 돌입했다. 최근에는 '앤클라인 뉴욕' 핸드백을 전개 중인 성창인터패션도 회생 절차를 접수했다. 모자 제조 업체인 다다씨앤씨는 회생 계획 인가 결정을 받았고 골프웨어 울시를 전개 중인 비엠글로벌은 회생 계획 제출 기한이 연장됐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기업 회생 신청을 대기 중인 업체가 상당수에 이르고 파산 절차를 진행 중인 기업도 3~4곳에 달한다"면서 "의류 제조의 기업 회생 신청 건은 최근 5년 평균 연간 20~30건 정도에 달하는데 올해 1분기 기점으로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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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정부가 전 업종을 대상으로 '고용유지지원금' 등 지원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제조업 등 향후 상황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업종에는 적합하지만 패션업계가 신청하기에는 위험성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한국섬유연합회는 ▲중견기업 대상 긴급 경영자금 지원 ▲피해 증빙 기준 완화 ▲무역보험·대금 미지급 피해 대상국 확대 등의 조치를 요구하며 유연성이 높은 사업 특성에 맞춘 지원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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