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코로나 대응 돈 풀기, 투자자만 구제했나
지난주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전망'에서 189개 회원국 중 170개국이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경제성장률은 -3%로, 일본과 독일의 국내총생산(GDP)을 합한 것보다 큰 금액이 증발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7.5%), 미국(-5.9%), 일본(-5.2%) 등 초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선진국의 손실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1.2%)는 이들 나라에 견주면 우수하다고 할 정도다.
IMF는 올해 세계 교역량도 지난해보다 11% 급감할 것으로 예측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13~32%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우리나라 수출이 얼마나 큰 시련을 겪을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은 올해 1분기 전년 대비 -6.8% 성장했다. 이달 제재 조치가 풀렸지만 항구의 물동량은 2분기에도 전년 대비 10~15% 감소할 전망이다. 해외 수입 수요가 크게 줄었고 나라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이클이 같지 않아 글로벌가치사슬(GVC)이 원활히 작동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코로나19가 본격화한 후 4주 동안 2000만명 이상이 해고당했다. 앞으로도 1000만명 이상이 직장을 잃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실업률도 오는 6월에는 13%로 폭등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의 고용 상황도 좋지 않다. 지난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수가 지난해보다 19만5000명이 줄어 2009년 5월 이후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60세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그리고 농림ㆍ어업과 전기ㆍ운수ㆍ통신ㆍ금융업을 제외한 전 산업에서 감소했다.
그럼에도 패닉 장세를 보이던 주식시장은 활활 타오르고 있다.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의 이달 주가 상승 폭은 지난 80년 사이 최대치다. 주가가 이토록 오른 것은 조만간 팬데믹은 물러나고 기업들은 그동안 벌지 못한 것까지 벌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자신감 때문일 것이다.
과연 이 자신감에는 정당한 근거가 있을까. 아마도 '아니요'라는 응답이 훨씬 많을 것이다. 언젠가 팬데믹이 종료될 때, 현금 흐름이 막혔던 기업은 재무 상태가 악화하고 채무 상환 능력은 취약해졌을 것이다. 그것은 개인도 마찬가지다.
물론 주식 등에 투자해 크게 돈을 번 투자자도 있겠지만, 도산 위험에 직면해 레버리지 비율이 과다한 기업과 개인은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을 수 없다. 그 결과 팬데믹이 일어나기 전보다 실업이 늘고 소비, 투자지출이 위축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경제가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만약 하반기에도 코로나19가 계속된다면 세계 경제는 예상보다 위축될 것이다.
실물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생각하면 결국 투자자들의 자신감은 중앙은행의 돈 풀기에서 비롯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5주 동안 2조달러가 넘는 자산을 매입했다. 법으로 금지된 위험자산을 매입하기 위해 특수목적회사(SPV)까지 세워 여신을 공급했다. Fed의 조치는 실물 부문 부실이 금융으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금융시장 구제책이다.
그런데 위기의 진원지는 금융이 아닌 실물경제다. 팬데믹 위기는 유동성 위기가 아니라 도산 위기인 것이다. 앞으로 Fed는 기업과 실업자 대신 투자자를 구제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이 초래한 엄청난 정부의 빚을 생각해보면 (일부에서 우려하는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는 한) 초저금리는 오래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실물경제가 주식시장처럼 쉽게 회복될 수 없다는 점이다. 세계 경제의 대침체 시즌2의 막이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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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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