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국적 불체자 알리 씨
화재 발견 후 입주민 10여 명 대피시켜
의상자 지정해달라는 글 잇따라 게재
법무부 "영주권 부여, 취득 요건 갖춰야 가능"
양양군, 의상자 신청 계획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지난달 23일 강원 양양군의 한 3층 원룸 화재 현장에서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구조하다가 화상을 입은 카자흐스탄 출신 알리(28)씨./사진=연합뉴스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지난달 23일 강원 양양군의 한 3층 원룸 화재 현장에서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구조하다가 화상을 입은 카자흐스탄 출신 알리(28)씨./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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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카자흐스탄 출신의 외국인이 화재 현장에서 10여 명의 인명을 구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그러나 해당 외국인이 불법체류자임이 밝혀지면서 다음 달 1일 출국을 앞두고 있어, 도움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의사상자 지정과 함께 영주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 16일 강원도청 민원 신문고에 '화재 현장에서 귀중한 생명을 살린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를 의상자로 선정해 달라'는 내용의 추천 글이 올라왔다. 해당 사연은 장선옥 양양 손양초교 교감이 게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재 군 자유게시판에는 '알리 씨를 꼭 의상자를 인정해주세요', '알리 씨를 도와주세요', '화마 속 양양군민 10여 명을 구한 알리 씨를 도와주세요' 등 게시글이 잇따라 게재되고 있다.


의사상자는 직무 외의 행위로 위해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과 신체의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행위를 하다가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은 사람을 말한다. 의상자로 지정되면 보상금과 의료급여 등 최소한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앞서 지난달 23일 카자흐스탄 국적의 노동자 알리(28) 씨는 이날 오후 11시22분께 강원도 양양군에 있는 자신의 원룸에 들어가려다 3층에서 불이 난 것을 발견하고 입주민 10여 명을 대피시켰다.


이 과정에서 2층에 있던 한 여성이 대피하지 못한 것을 발견한 알리 씨는 옥상에서 가스관을 타고 내려가다가 목과 손 등에 2~3도 화상을 입기도 했다.


알리 씨는 지난 2017년 관광비자로 입국한 이후 월세방을 전전, 공사장 등에서 번 돈으로 고국에 있는 가족들을 부양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알리 씨는 불법체류 사실을 법무부에 자진 신고한 상태로 다음 달 1일 한국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자 장 교감과 주민들은 700여만 원을 모아 치료를 도왔다. 또한, 양양군에 알리 씨의 의사상자 지정 등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사연을 접한 시민들도 "목숨 걸고 사람을 구했는데 정부에서 도와줬으면 좋겠다", "체류를 허가해달라" 등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알리 씨의 사연을 전해 들었다고 밝힌 직장인 A(27) 씨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너무 감동받았다"라면서 "이런 분들에게는 보상이 따라야 하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이어 "이전에도 이런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에도 의상자는 물론 영주권도 함께 취득할 수 있었다"며 "알리 씨에게도 이런 혜택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주부 B(56) 씨도 "자신의 목숨을 걸고 여러 명을 구조한 의인이다. 치료비도 국가에서 전적으로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의로운 행동에 대한 합당한 대우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017년 불법체류자였던 스리랑카 국적의 니말(41) 씨가 경북 군위군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서 90대 여성을 구해 의상자 인정과 함께 영주권을 받은 바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2017년 불법체류자였던 스리랑카 국적의 니말(41) 씨가 경북 군위군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서 90대 여성을 구해 의상자 인정과 함께 영주권을 받은 바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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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2017년 불법체류자였던 스리랑카 국적의 니말(41) 씨가 경북 군위군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서 90대 여성을 구해 의상자 인정과 함께 영주권을 받은 바 있다.


보건복지부는 같은 해 6월 불법체류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니말 씨를 의상자로 인정했다. 그는 또 외국인 최초로 LG복지재단이 주는 'LG 의인상'도 받았다.


당시 니말 씨는 지난 2011년 비전문취업(E-9) 자격으로 입국해 2016년 7월 체류 기간이 만료돼 불법체류자 신분이었으나,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18년 한국 영주권을 획득했다.


출입국관리 시행령 제12조에는 국민의 생명 및 재산 보호에 크게 기여한 사람에게 영주 자격이 주어진다고 명시돼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도 아파트 5층 발코니에 매달린 4세 아이를 구출하려고 건물 벽을 맨몸으로 기어오른 아프리카 출신 청년이 시민권과 직업을 얻기도 했다.


미국 CNN방송은 지난 2018년 "지난해 말리에서 프랑스로 온 불법체류자 마무두 가사마 씨의 용기 있는 행동을 높이 평가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그에게 파리 시민권과 소방구조대 일자리를 선사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특히 당시 가사마 씨가 불법체류자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에게 파리 거주권을 줘야 한다'는 여론이 이어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영주권을 부여하는 일은 사회적인 동의뿐만 아니라 취득요건을 충족해야 가능한 일이다"며 "재정적인 능력, 기여도 등 조건들이 굉장히 많다. 상황에 따라 일부 조건을 면제할 수는 있으나 영주권을 바로 주는 경우는 없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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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양양군은 직권으로 관련 서류를 갖춰 보건복지부에 알리 씨의 의상자 신청을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완 기자 su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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