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아, 엄마야"… 조국 동생 재판에 구원 등판한 모친 박정숙 이사장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동생 조권(53)씨 재판에 모친인 박정숙 웅동학원 이사장(83)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 이사장은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미리) 심리로 열린 조씨의 8회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남편이 야(조권) 신세를 망쳐놨고 학교(웅동학원) 때문에 집구석이 이 모양이 됐는데, 조권이 때문이라니 천불이 난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 사건의 모든 원흉은 남편인 고(故) 조변현 전 웅동학원 이사장이며, 조씨가 받고 있는 웅동학원 허위 소송 등 관련 혐의도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였다.
박 이사장은 "아들이 불쌍하다"는 심경도 여러 차례 드러냈다. 재판 중에는 조씨가 화장실에 다녀오기 위해 피고인석에서 일어나자 "권아, 엄마야"라며 애틋한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박 전 이사장 "아버지가 아들 신세 망쳐놔" = 박 이사장은 조씨가 웅동학원 상대로 공사 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한 발단 격인 고려종합건설의 부도가 "웅동학원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과거 고려종합건설을 운영했던 조 전 이사장은 1995~1998년 자신이 운영하는 웅동학원 신축 공사를 위해 동남은행에서 35억원을 대출했는데, 결국 이 빚이 고려종합건설을 부도로 몰았다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이어 조 전 이사장의 부도 직후 처신이 잘못돼 조씨가 웅동학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는 취지의 증언을 내놨다.
박 이사장은 "고려종합건설이 부도가 났을 때 제일 먼저 거래처에 인건비부터 줘 당시 신문에 '고려건설이 부도처리 잘 했다'는 보도가 나기도 했다"면서도 "남편이 다른 사람 돈은 다 주면서 아들(조권)한테는 돈을 안줬다"고 말했다.
조씨 측은 그동안 웅동학원 교사 신축 공사 당시 고려종합건설로부터 하도급을 받아 토목공사 등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고, 이를 근거로 2006년 웅동학원을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반면 검찰은 조씨가 웅동학원 교사 신축 당시 자신이 운영한 건설사가 이 학원에 마치 채권을 갖고 있는 것처럼 공사계약서를 꾸려 허위 소송을 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소송을 통해 웅동학원에 모두 115억원대 손해를 끼쳤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이날도 이런 시각을 기초로 해 박 이사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박 이사장은 "내용을 모른다"며 "소송에서 이겼다는 얘기만 들었다"고 말을 아꼈다.
박 이사장은 또 "야(조권)가 너무 불쌍하다"며 "아버지 때문에 신세를 망쳤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조권 위장이혼 아니야… 나중에 재결합 생각해" = 박 이사장은 논란이 됐던 조씨 부부 관계에 대해서 "애정관계는 좋았는데 돈 때문에 이혼한 것"이라고 증언했다.
박 이사장은 "이혼하지 않으면 둘 다 거지가 되는 상황이라서 내가 '이혼하라'고 했다"며 "돈 문제가 해결되면 얘들(조권과 그의 전 처)를 재결합시켜줄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조씨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웅동학원 채권을 담보로 사업자금 14억원 빌린 뒤 갚지 못하자 아내에게 채권을 넘긴 뒤 실질적인 이혼 의사 없이 법적으로만 2009년 이혼했다.
검찰은 조씨가 채권에 대한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장 이혼을 한 것으로 보고 강제집행면탈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박 이사장은 채권 이전에 대해 "모른다"고 증언했다. 그는 "내막을 모르기 때문에 설명을 할 수 없다"며 "야(조권)가 채권을 포기한 것만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 이사장은 또 "며느리도 (채권 양도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말했다.
조씨와 조씨의 전 처는 조 전 장관의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아파트·빌라 등을 위장 거래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조 전 장관이 다주택자가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부동산을 차명으로 분산시켰다는 의혹이다.
박 이사장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서도 "모른다"고 대답했다.
검찰은 계속되는 박 이사장의 '모르쇠'에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검찰 측은 "증인은 피고인의 모친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학교법인 웅동학원의 이사장이다"며 "피고인이 '기억 못한다'고 증언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법인 이사장이 모른다고 하는 걸 선뜻 그냥 넘어갈 순 없다"고 했다.
◆"나는 검사님처럼 수재가 아니다" = 검찰은 이날 조씨가 받고 있는 웅동학원 채용 비리 관련 혐의에 대해서도 박 이사장에게 질문을 했다.
웅동학원 채용비리 혐의는 조씨가 2016~2017년 학교법인 산하 웅동중학교 사회 교사를 채용하면서 지원자 2명에게서 모두 1억원이 넘는 뒷돈을 받은 뒤 시험문제와 답안지를 넘겨줬다는 게 핵심 골자다.
박 이사장은 채용비리와 관련해 1차 시험문제 출제를 주관, 큰 며느리인 정 교수에게 출제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이사장은 조씨가 시험문제와 답안지를 유출한 경위에 대해서는 마찬가지로 "모른다"고 답했다.
자신이 정 교수로부터 시험지를 건네 받았을 때는 봉투에 밀봉돼 있었고, 아들인 조씨에게도 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 이사장은 "나는 모른다. 야(조권)가 어떻게 시험지를 꺼내갔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조씨가 서류전형 과정에서 특정 지원자를 뽑아달라고 부탁한 사실이 있느냐'는 검찰 질문에는 "'다른 사학에서 다 돈받고 채용한다'면서 '우리도 그렇게 합시다'라고 한 적이 있어 야단친 사실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 증언에 조씨는 깊은 한숨을 쉬기도 했다.
다만 교사 채용 당시 박 이사장의 명의 통장에 1000만원이 입금된 것과 관련해서는 "모른다"는 답을 되풀이했다.
검찰이 이 1000만원이 교사 채용 대가로 받은 뒷돈의 일부로 의심하면서 '돈을 어떻게 받은 것이냐'고 묻자 박 이사장은 "어떻게 기억하느냐"며 "난 80살 먹은 할머니이고 검사님들처럼 수재가 아니다. 내가 수재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이사장은 검찰이 재차 '피고인이 뒷돈을 받아 일부를 증인에게 준 거 아닌가'라고 묻자 "아이고… 얘(조권)가 몰래 브로커 한 짓이고 나한테 1000만원 주면 들통나는데, 얘가 그렇게 바보입니까"라고 되레 반문하기도 했다.
◆재판부, 22일 결심공판… 내달 선고 예정 = 재판부는 당초 이날 모든 변론을 종결하고 결심공판을 진행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조씨 변호인이 최후변론 요지서를 준비 못하면서 불가피하게 연기됐다.
조씨 변호인은 "황당한 말이지만 전날까지 준비한 변론 요지서 60쪽이 이동식 디스크로 이동하는 과정에 다 날아갔다"며 "이틀 뒤 기일을 다시 잡아주면 안되겠느냐"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조씨 측 요청을 받아들여 오는 22일 오후 결심공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중 조씨에 대한 선고공판을 진행할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구속 기한이 임박해 시간이 없다"며 "늦어도 5월12일에는 선고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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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선고기일은 22일 결심공판 진행 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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