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비자발적 '에버그리닝'
코로나19 피해 중기·소상공인 대출 상환 6개월 뒤로
이르면 10월부터 2금융권·신용대출 중심 부실 가시화 전망

코로나19 여파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는 30일 서울 황학동 주방거리가 한산하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코로나19 여파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는 30일 서울 황학동 주방거리가 한산하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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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오는 4분기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ㆍ소상공인 대출 원리금 6개월 상환 유예 조치로 인한 금융권 부실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시행한 기업과 자영업자들에 대한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가 금융회사의 연체율 및 부실율 상승을 감추는 착시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서다. 코로나19로 인한 실업 및 폐업 증가 등 국내 경기가 악화일로인 가운데 상환 유예가 끝나는 10월부터 제2금융권과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부실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일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3분기 말 저소득 자영업자 중 대출 원리금을 10일 이상 연체한 차주 비중은 4.1%로 2018년 말(3.6%) 대비 0.5%포인트 상승했다. 이 중 원리금을 90일 이상 연체한 장기연체 비중은 같은 기간 1.8%에서 2.2%로 올랐다. 중ㆍ고소득인 여타 자영업자 또한 연체차주 비중이 2018년 말 1.8%에서 2019년 3분기 말 2.2%로 뛰었다.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전 금융권에 주문한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가 금융회사의 비자발적 '에버그리닝(만기연장을 통해 부실대출을 끌고 가는 것)'을 낳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원리금 연체, 자본잠식, 폐업 등 부실이 없다면 이달부터 최소 6개월 이상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를 하도록 하는 전 금융권 공통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개인 신용대출에 대해서도 코로나19로 인한 소득 감소로 상환이 어려울 경우 이자만 납입하면 6개월 이상 원금 상환을 유예토록 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피해로 인한 금융회사의 부실 이연(연장)이 나타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원금 또는 이자 상환 유예 기간에는 부실 징후가 드러나지 않겠지만 이 같은 프로그램이 종료되는 시점에 이연된 부실이 일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부실 확대를 가늠할 순 없지만 부실 발생 시점을 연장시키는 것인 만큼 고통분담 및 상생 차원에서 원리금 유예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원리금 상환유예…'연체율 착시'로 4분기 부실폭탄 터지나(종합) 원본보기 아이콘


고신용자가 이용하는 은행보다는 중ㆍ저신용자들이 주로 찾는 저축은행, 카드사, 캐피털사 등 2금융권의 부실이 눈에 띄게 상승할 공산이 크다. 저소득 자영업자의 소득 대비 이자상환부담률은 2019년 9월 말 기준 23.9%다. 100원을 벌면 약 24원을 이자로 내야 한다는 뜻이다. 이자부담이 소득을 초과하는 차주 비중은 3.9%다.


수신기능이 없는 2금융권의 경우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신용평가가 개인사업자 대출 비중이 영업자산의 20% 이상인 캐피털사들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1년 이내 만기도래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평균 119.3%에서 이번 원리금 유예 조치 실시로 최대 70.3%까지 저하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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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금융회사 부실의 관건은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 여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가 구조적으로 지속된다면 부실의 단순 연장을 넘어 부실 증가로 이어지겠지만 코로나19가 하반기께 진정될 경우 살아남은 차주들의 경우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로 정상화될 수 있다"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자금이 대규모로 공급되고 기업 및 소상공인들도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원리금 상환 유예 신청이 실제로 얼마나 이뤄질 지에 따라 부실 이연 규모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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