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통찰(인사이트)' 있는 식견에 오감(五感)을 집중한다. 세계적 석학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위기를 기회로 삼거나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한 통찰을 얻고 싶어 하는 건 본능과도 같다.
예측 가능하다고 믿던 현실과 일상이 출처가 불분명한 바이러스로 무참히 짓밟혔다. 자신이 믿던 상식과 예측이 송두리째 빗나간 것이다. 뻔할 것 같던 미래는 예측이 불가능한 영역이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시켜줬다. 미래를 예측하고 통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오만은 사라졌다.
2005년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우주전쟁'에서는 집체만 한 다리 셋 달린 괴물이 땅속 깊숙한 곳에서 튀어 올라와 사람들을 재로 만들었다. 속절없이 당하기만 한 인류는 무기력 그 자체였다. 지금 세계는 외계인의 침공에 속절없이 당한 영화 속 지구인의 처지와 다를 바 없다. 2020년 지구의 적이 외계인에서 바이러스로 바뀌었을 뿐이다.
평범하던 일상은 깨졌다. 사람들은 정처 없이 피난을 떠났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영화 속 피난 행렬은 현실에서는 전 세계가 스스로 격리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벽을 쌓고 담장을 높였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세계가 각자 성채(성과 요새)를 쌓아올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 지구적 위기의 해법으로 연대와 공조, 협력과 협동을 꼽았다. 진부함에 몸서리가 쳐지지만 해법은 경험이 증명한다.
전염병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협력과 협동이다. 우리는 지난 두어 달의 경험에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유해야 한다는 걸 체험했다. 자발적, 때로는 강제적일지라도 전 사회적 협력과 협동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전 세계의 많은 나라가 한국의 정보를 공유하고 우리의 장비와 의료물품을 기다리고 있다. 세계는 우리의 경험과 노하우가 공유되기를 바란다.
하라리는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외국인과 협력해야 하고, 상호 신뢰에 기반한 국제적 연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감염자가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나라가 됐을 때, 우리의 입국을 금지해 봉쇄하는 나라가 세계 100여개국에 달했을 때처럼 스스로를 조롱하거나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우리의 방법이 맞았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하라리는 3년 전 한국을 찾았을 때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이 시대 인류에게 닥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차원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역병이건 기후 변화나 분배의 문제이건 해결책은 협력에 기반한 집단적 대처라는 것이다. '총균쇠'의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지난해 2월 출간한 '초예측'에서 예언했다. 앞으로 새로운 병원체가 얼마든지 등장할 수 있고, 신종 감염병 예방을 위해선 격차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병원체에는 국경이 없으니까. 근원적 질문을 던지기에 딱 좋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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