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독서] 책으로는 부족한 클래식 이야기…QR코드로 보이네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28)은 2017년 4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 베를린슈타츠카펠레의 사상 첫 동양인 악장이자 최연소 악장으로 뽑혔다. 세계적 명장 다니엘 바렌보임 음악감독이 부악장으로 지원한 이지윤에게 악장으로 바꿔 지원하라며 그를 발탁했다. 이지윤은 바렌보임 음악감독에 대해 "평소 옆집 할아버지처럼 친근하고 포근하다"고 평했다.
2009년 빈 필하모닉의 신년 음악회에서 이지윤이 말한 바렌보임 음악감독의 친근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공연 영상은 유튜브에서 찾아볼 수 있다. 1시간56분짜리 동영상에서 1시간29분40초부터 재미있는 일이 벌어진다. 호르니스트 한 명이 자기의 연주를 마친 뒤 별안간 자리에서 일어난다. 바렌보임 음악감독이 깜짝 놀라며 자리에 앉으라고 눈치를 주지만 호르니스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퇴장해버린다.
바렌보임 음악감독은 잠시 당황하지만 이내 다시 자세를 가다듬고 지휘하려 한다. 그 순간 이번에는 좌우에서 바이올리니스트와 비올리스트가 우르르 일어나 퇴장해버린다. 그렇게 관현악단 단원들이 하나둘 퇴장하고 결국 바렌보임 음악감독 혼자 텅 빈 무대에 남는다.
'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 이야기' 66쪽에 있는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어보라. 단원들이 연주하며 하나둘 퇴장하는 8분짜리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 이야기'는 이처럼 다양한 클래식 연주 동영상을 확인하며 클래식에 대한 이해도도 높일 수 있도록 꾸며졌다. 바렌보임 음악감독과 빈 필하모닉이 연주한 곡은 오스트리아 작곡가 요제프 하이든(1732~1809)의 약 8분짜리 교향곡 '고별'이다.
'고별'은 하이든이 모시던 에스테르하지 공(公)에게 들려주기 위해 만든 곡이다. 에스테르하지 공은 여름이면 헝가리 남부 에스테르하지 여름궁전에서 음악을 즐겼다. 1772년 에스테르하지 공은 11월이 되도록 궁을 떠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에스테르하지 공이 오랫동안 집을 떠나 있자 단원들의 불만은 쌓여갔다. 하이든은 단원들이 각자 맡은 연주가 끝나면 퇴장하는 형식으로 '고별'을 작곡해 에스테르하지 공에게 이제 그만 돌아갈 때라고 넌지시 알려준 것이다. 바렌보임 음악감독과 빈 필하모닉은 당시 하이든과 그의 악단이 에스테르하지 여름궁전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던 상황을 재미있게 재현해 클래식 연주회에서 보기 드문 재미까지 선사했다.
'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 이야기'의 지은이 이채훈은 이처럼 다양한 동영상을 활용해 클래식 음악에 대해 설명한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곡에 대한 이해를 돕는가 하면, 음악가의 삶을 통해, 또는 자기가 느낀 감상을 통해 독자들이 클래식 음악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저자는 클래식과 친해질 방법도 전한다. 예를 들어 독일 후기 낭만주의 시대의 대표적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1860~1911)의 교향곡은 연주 시간이 대체로 길기 때문에 연주 시간이 짧은 1번 '거인'과 4번 '천상의 삶'을 먼저 듣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천상의 삶'은 말러의 가곡 '지상의 삶'과 비교해 들을 것을 추천한다.
7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에는 음악가 27명의 이야기가 담겼다. 다만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와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은 각각 2장과 3장에서 단독으로 다뤄 비중을 뒀다. 장이 끝날 때마다 '소년, 클래식을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지은이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은이는 중학교 1학년 때 아홉 살 위의 누나가 삶을 마감했으며 그 누나가 듣던 LP 음반 중 베토벤의 교향곡 '운명'을 듣고 운명적으로 클래식과 만났다고 썼다.
지은이는 MBC에서 30년 가까이 프로듀서로 일하며 많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4·3사건, 여순사건 등 다양한 역사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지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음악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였다고 말한다.
마지막 7장에서 소개하는 음악가 7명 중에는 윤이상(1917~1995)도 포함돼 있다. 지은이는 윤이상에 대해 20세기 5대 작곡가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며 극도의 추상성으로 표류하던 서양 음악이 윤이상으로부터 새로운 피를 공급받았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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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 이야기/이채훈 지음/혜다/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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