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 비재무정보도 '유리알 공시'…"코로나도 벅찬데"(종합)
임원선임 배경·근무내역 등 非재무요인까지 낱낱이 공시
비금융계열사 통제 과도·기업 부담 가중 지적도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삼성ㆍ한화ㆍ미래에셋 등 금융그룹 6곳이 그룹 차원의 종합적인 위험관리를 위해 오는 6월부터 홈페이지에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유리알 공시' 항목이 확정됐다. 금융당국은 재무요인은 물론 금융회사 임원 선임 배경, 비금융계열사 근무 내역 등 비재무요인까지 낱낱이 공시하도록 했다. 일부 계열사의 위험이 금융계열사와 그룹 전체로 전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지만 비금융계열사에 대한 통제를 지나치게 강화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허덕이는 기업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금융그룹감독 모범규준 개정에 따라 금융그룹이 공시해야 할 세부사항을 마련하고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2월 발표한 금융그룹 감독제도 개선방안의 이행을 위한 후속조치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그룹이 각 계열사의 산재된 공시 내역을 취합, 공개토록 해 그룹 차원의 위험을 한눈에 보여주고 시장의 평가, 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게 골자"라며 "공정거래법 하에서도 이 같은 현황이 한눈에 보이지 않는데 금융그룹 입장에서는 상당한 압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그룹 감독제도는 여수신·보험·금융투자업 등 2개 이상 업종을 영위하는 금융그룹의 위험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도입됐다. 삼성·한화·미래에셋·교보·현대차·DB 등 금융자산 5조원 이상인 6개 금융그룹이 대상이다. 금융당국은 2018년 7월 모범규준 형태로 도입한 이후 제도 개선 및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금융그룹 공시 도입은 이번 개선안 중 하나다. 공시서식을 살펴보면 기존 금융위 발표대로 전체 지분구조, 금융계열사 지분 및 경영 현황, 내부거래, 출자 및 신용공여 현황 등이 세부적으로 담겼다. 예컨대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출자 현황, 삼성생명 자산에서 삼성전자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 등이 공개된다.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상품ㆍ용역 매출, 삼성증권의 삼성자산운용 펀드 및 퇴직연금 판매 비중도 드러난다. 금융그룹은 내부통제협의체 또한 구성해 이를 공시해야 한다.
대주주의 주식 보유 현황은 물론 최대주주 변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래도 공시 항목이다. 최대주주의 주식담보대출, 당해회사 주식의 제3자 담보제공, 최대주주와 재무적 투자자(FI)와의 계약 등이 모두 포함된다.
금융회사의 임원 현황을 분기별로 자세히 공시하도록 한 항목도 눈에 띈다. 특히 계열 비금융회사로부터의 이직 내역, 계열 비금융회사 겸직 내역과 함께 임원 선임사유도 전문성ㆍ분야ㆍ실무경험 등으로 나눠 상세하게 공개된다. 직전 분기말로부터 5년 내 소속 비금융회사에서 임원으로 근무했거나 이직한 경우는 필수 공시 항목이다. 비금융계열사 임원이 금융계열사로 이동해 지원에 나서는지 감시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 밖에도 금융회사 임원 제재 및 소송 현황은 물론 부실채권 발생시 상대 회사, 금액 등을 공개해야 한다.
이번 공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지도지만 금융그룹들은 의무 이행사항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대기업집단에 대한 견제를 전제로 만들어져 금융그룹이 느끼는 압박감이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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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금융그룹 관계자는 "당국이 비재무적 요소를 세부 공개토록 하고 비금융계열사에 대한 통제, 경영 개입에 나서고 있다"며 "코로나19 대응에 전 계열사가 매달리는 상황에서 당국의 통제 수위가 높아져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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