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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멀티플렉스 폐점까지 추진…대표들 모여 정부에 읍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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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렉스 이달만 800억원 이상 적자…금융지원 정책 절실
문체부·멀티플렉스 어제 대책 회의…영진위는 나 몰라라

정부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호소한 22일 서울 영등포구 한 영화관이 한산하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정부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호소한 22일 서울 영등포구 한 영화관이 한산하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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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영화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관람객의 발길이 끊겨서다. 휴업은 물론 폐점까지 고려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달 영화관을 찾은 관람객 수는 165만6671명(27일 기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3월1~27일) 1255만1538명의 13.2% 수준이다. 하루 평균 관람객이 6만1358명에 불과하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주요 멀티플렉스는 바람 앞의 등잔불처럼 위태롭다. 제각각 비상경영체제로 영업해왔으나 이마저도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달 인건비, 임차료, 관리비 등을 내기조차 버거워한다. 이달만 800억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된다.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5개월 더 지속된다면 약 5000억원의 적자가 날 것”이라며 “정부의 금융지원 정책이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 극장 문 닫고, 스크린 내리고

CGV는 오늘(28일)부터 직영점 서른다섯 곳의 문을 닫는다. 전체 직영점 116곳의 30.2%다. 휴업하는 곳은 대학로, 명동, 수유, 청담씨네시티, 피카디리1958, 하계(이상 서울), 김포풍무, 의정부태흥, 파주문산, 평택소사, 연수역, 인천공항(이상 경기·인천), 대전가오, 천안, 청주율량, 홍성(이상 대전·충청), 센텀시티, 아시아드, 마산, 창원, 울산신천(이상 부산·울산·경남), 대구, 대구수성, 대구아카데미, 포항(이상 대구·경북), 광주금남로, 광주용봉, 광주하남, 서진주, 전주고사, 전주효자, 목포, 순천(이상 광주·전라), 원주, 제주(이상 강원·제주)다. 이 가운데 실적이 부진하거나 경영 상태가 부실한 지점은 폐점 절차를 밟는다.


정부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호소한 22일 서울 영등포구 한 영화관이 한산하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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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영업하는 지점 가운데 쉰여섯 곳에는 이미 스크린 컷 오프(Screen cut off)가 적용됐다. 보유한 스크린 일부를 운영하지 않는 것. CGV는 지난 25일 스크린 174개를 내렸다. 다음 달에는 영화 상영 횟수도 줄인다. 용산아이파크몰을 제외한 모든 지점에서 하루 3회만 운영한다. 관계자는 “순차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지난 1월만 해도 하루 상영 회차는 7회 이상이었다.

롯데시네마는 이미 문 닫은 직영점 여섯 곳의 휴관을 이어간다. 경산, 대구광장, 대구율하, 동성로, 상인, 성서(이상 대구·경북)다. 경주, 상주, 프리미엄구미센트럴, 프리미엄만경, 프리미엄안동, 프리미엄칠곡(이상 대구·경북), 광주광산, 익산모현(이상 광주·전라) 등 위탁관도 아직 영업을 재개할 움직임이 없다.


나머지 지점에서는 다음 달부터 스크린 컷 오프가 시행된다. 관계자는 “전체 스크린의 30%를 내린다”고 했다. 하루 영화 상영 횟수는 월드타워(6회)만 제외하고 대폭 줄인다. 김포 등 일곱 지점이 5회, 청량리 등 일곱 지점이 4회다. 나머지 지점은 3회만 운영한다.


메가박스는 다음 달 직영점 마흔네 곳 가운데 열 곳이 문을 닫는다. 킨텍스, 평택(이상 경기), 울산, 마산(이상 부산·울산·경남), 대구, 대구신세계, 구미강동, 남포함, 문경(이상 대구·경북), 대전중앙로(이상 대전)다. 이미 휴관한 수원남문, 미사강변(이상 경기) 등 위탁관 아홉 곳은 문을 열 기미가 없다.


이 회사는 스크린 컷 오프를 적용하지 않는다. 다만 지역으로 구분해 하루 영화 상영 횟수에 변화를 준다. 서울과 수도권 직영관은 4회, 그 외 직영관은 3회다. 관계자는 “위탁관의 경우 자율에 맡긴다”고 했다.


정부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호소한 22일 서울 영등포구 한 영화관이 한산하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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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박스는 공격적인 투자로 올해 직영점을 대폭 늘릴 계획이었다. 실제로 몇몇 극장은 단장을 마친 상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모두 개관이 연기됐다. 롯데시네마도 다르지 않다. 관계자는 “신규 직영점 개관을 미루는 한편 투자 의사 결정 프로세스를 강화했다”고 전했다. CGV는 신규 직영점 연기는 물론 리뉴얼 공사까지 중단했다.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긴축 운영 가이드라인을 수립했을 만큼 상황이 열악하다”고 했다.


현금 확보 비상, 영진위는 무관심

멀티플렉스가 앞다퉈 긴축 운영에 나선 이유는 충분한 현금이 없어서다. 멀티플렉스 A의 경우 한 달에 임차료와 관리비로 약 185억원을 쓴다. 이달 전체 영화관 매출은 136억7864만6770원(27일 기준). 배급·제작·투자사 등이 55%(CGV·롯데 기준)를 가져가면 약 61억원이 남는다. A에 돌아가는 몫은 20~30억원이다. 임차료·관리비는커녕 인건비조차 해결할 수 없는 액수다.


멀티플렉스 관계자 B씨는 “현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올 가을까지 이어진다면 극장 산업이 연쇄 도산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멀티플렉스 관계자 C씨는 “영화산업 최대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다고 해도 원상회복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연간 극장 매출은 우리나라 전체 영화 산업 매출의 76%를 차지했다. 영화관이 흔들리면 영화산업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실제로 극장 매출이 급감하면서 상영·제작·배급·수입·마케팅 등 영화계 종사자들은 수입이 뚝 끊겼다. 은행 대출로 직원들 월급을 해결하는 업체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극장 인근에 조성된 상권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호객 행위를 하고 싶어도 들어줄 행인이 없다.


수도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집단 감염이 발생하고 있는 15일 서울 한 영화관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수도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집단 감염이 발생하고 있는 15일 서울 한 영화관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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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상황이 악화되자 문화체육관광부는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27일 오후 2시 국립극단 3층에서 멀티플렉스 대표들을 만나 코로나19 피해 상황을 점검했다. 정부 예산, 영화발전기금 등 재정적 지원과 금융 지원 정책도 논의했다. 여행업·관광숙박업·관광운송업·공연업 사업장에 적용되는 고용유지지원금 대상에 영화업을 포함해 달라는 요청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중국 정부는 상영관 폐쇄로 피해를 입은 영화관에 재정적 지원을 약속했다. 프랑스 국립영화센터도 극장이 사회적 부담금 지급을 미루고 대출을 용이하게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아울러 긴급 조치로 예술영화전용관 지원금을 3개월 앞당겨 전달했다. 코로나19 사태 두 달여 동안 영화발전기금 부과금 납부를 유예한 게 전부인 문체부와 대조된다.


영화 산업 컨트롤타워라고 할 수 있는 영화진흥위원회의 대처는 이보다 더 심각하다. 전국 영화관에 손소독제 5000병을 전달했을 뿐이다. 이마저도 일부는 한국상영발전협회가 지원한 것이다. 뒤늦게 코로나19 피해를 지원할 전담 창구를 마련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만 받는다. 오석근 영진위원장은 27일 멀티플렉스 대표들도 만나지 않았다. 이날 오전 10시 같은 장소에서 배급·제작 관계자들의 애로 사항만 듣고 돌아갔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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