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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사람]'도쿄올림픽'은 저주받은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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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회 의원회관에 붙었던 '반평화, 반환경 2020도쿄올림픽 대응을 위한 토론회' 포스터.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국회 의원회관에 붙었던 '반평화, 반환경 2020도쿄올림픽 대응을 위한 토론회' 포스터.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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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도쿄올림픽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졌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저주받은 올림픽'이라는 저주스러운 발언이 화제가 되면서 올림픽 정상 개최를 위해 몸부림 치고 있는 일본 정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발언의 당사자도 아베 정권의 핵심인물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어서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올림픽 개최 여부를 두고 정부 내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아소 부총리는 지난 18일 참의원 재정금융위에서 도쿄올림픽·패럴림픽에 대한 연기나 취소 우려가 커지자 "저주받은 올림픽"이라고 발언해 갈등을 키웠습니다.

이에 앞선 지난 17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인류가 코로나19에 승리한다는 증거로서 (도쿄올림픽을) 완전한 형태로 실현하는데 대해 주요 7개국의 지지를 얻었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이 말은 "완전한 형태로 올림픽을 개최하고 싶다"는 의미입니다.


총리는 어떻게든 제대로된 올림픽을 개최하겠다고 하는데, 부총리는 "저주받은 올림픽"이라면서 취소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지요. 아소 부총리는 '망언 제조기'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총리를 지낸 무게감 있는 인물인데다 아베 총리의 적극적인 지원자라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발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소는 "1940년 삿포로(札幌)에서 열려야 했던 동계 올림픽이 취소됐고, 1980년 모스크바 대회도 서방 국가들의 보이콧으로 날아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1980년에서) 40년이 지나면 올해다. '저주 받은 올림픽'이라고 하면 언론이 좋아할 만한 말이지만 현실이 그렇다. 40년마다 문제가 일어나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올림픽이 취소될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언급했습니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JOC) 내부에서도 "세계적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운데 7월에 개최해도 누가 기뻐하겠는가"라면서 "선수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개최 연기를 주장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결정을 내릴 때가 됐다고 압박하는 분위기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도쿄올림픽을 1년 연기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유감스럽지만 무관중으로 치르는 것보다는 연기하는 편이 낫다"고 말해 연기 의견을 밝혔습니다.

2020 도쿄올림픽 공식 마스코트를 디자인한 료 타니구치(오른쪽)가 마스코트의 3D 모델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사진=EPA/연합뉴스]

2020 도쿄올림픽 공식 마스코트를 디자인한 료 타니구치(오른쪽)가 마스코트의 3D 모델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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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19일에는 "아베 총리에게 큰 결단이 될 것이다. 그가 어떤 결정을 내릴 수는 알 수 없지만 우리는 거기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제는 결정할 때가 됐으니 결정을 하라는 뉘앙스입니다.


이런 가운데 도쿄올림픽의 정상 개최 가능성을 주요 외신과 해외 베팅업체들도 낮게 보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연기나 취소쪽으로 분위기가 급격히 기울고 있습니다. AP통신, 뉴욕타임스 등의 언론은 아베 총리의 "완전한 형태" 발언을 두고 '올림픽 개최 연기'를 위한 포석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외국 베팅업체 윌리엄 힐은 19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올림픽 개회식이 2020년 7월 24일에 열리겠느냐'는 항목의 베팅을 운영 중입니다. 지난 19일까지 '아니오'라는 응답의 배당률이 1/7, '예'에는 4/1의 배당률이 형성됐습니다.


'올림픽 개회식이 7월 24일에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쪽에 1달러를 베팅해 맞히면 1.14달러를 받고, '예정대로 도쿄올림픽이 열릴 것'이라는 쪽에 1달러를 걸었다면 5배인 5달러를 받게 된다는 배당률이지요. 도쿄올림픽이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다른 베팅업체인 패디파워의 배당률도 똑같이 1/7, 4/1로 집계됐습니다.


실제로 올림픽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면 어떻게 될까요? 연기된다면 일정을 모두 재조정해야 합니다. 경기장 시설 운영에 들어가는 관리비와 인건비가 추가로 들어가야 하고, 자원봉사자의 일정 조정, 프레스센터로 쓸 대형전시장도 다시 구해야 합니다. 올림픽이 끝난 뒤 일반 분양 예정인 올림픽 선수촌 5600채도 문제입니다. 이미 계약한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올림픽을 취소할 경우 경제적 손실도 엄청납니다. 올림픽이 열리는 해 그 나라 국내총생산(GDP)은 0.3%포인트 정도 상승합니다. 일본의 경우 3조2000억 엔, 우리 돈으로는 37조 원 정도를 날릴 것으로 추산됩니다. 연기되더라도 손해는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일본 전문가들은 1~2년 늦춰지는 동안 관광산업의 도산 등으로 다시 올림픽이 열려도 기대한 만큼의 효과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일 무역 마찰로 반일감정이 고조되면서 서울 종각역 주변에 내걸렸던 "2020 도쿄올림픽 보이콧"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한일 무역 마찰로 반일감정이 고조되면서 서울 종각역 주변에 내걸렸던 "2020 도쿄올림픽 보이콧"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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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들은 '도쿄올림픽 불참' 의지가 높은 것 같습니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전국 성인 남녀 1097명을 대상으로 한 자동응답(ARS)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5.5%가 '방사능 오염 우려로 도쿄올림픽 불참에 찬성한다'고 답했습니다. '불참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8.5%, '모름' 등 기타 응답은 15.9%로 집계됐습니다.


도쿄올림픽과 관련 '방사능으로 인한 안전 문제가 심각하게 우려된다'는 의견도 전체의 91.6%(매우 심각 69.7%, 심각한 편 21.9%)에 달했습니다.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 등 일본 정부에 대한 우리 국민의 불신이 상당히 높다는 점은 이런 여론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침략과 역사적 부정으로 인한 불신, 그리고 일본 주요 인사들의 끊임없는 망언 덕분에 우리 국민들은 '일본은 믿을 수 없는 나라'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올림픽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일본에 대한 불신을 떠나 올림픽은 정상적으로 개최돼야 합니다. 도쿄올림픽의 연장이나 취소에 대해 '고소하다'는 심정도 있겠지요? 일본 정부와 막말하는 사람들이 미운 것은 인지상정이지만, 일본 국민 전체를 미워하는 것은 잘못된 시각 아닐까요? 올림픽을 위해 고통스러운 훈련을 이겨내면서 일생을 벼려온 선수들에게 활약할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올림픽은 일본의 축제가 아닙니다. 인류의 축제입니다. 아베 총리가 싫지만, 올림픽 개최가 "인류가 코로나19에 승리한다는 증거"가 된다는 그의 말은 옳습니다.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진정돼 정상적으로 올림픽이 개최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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