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사상 최대 규모인 1300만배럴 생산 추진
저유가, 비산유국에 호재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소비 늘기 힘들어
석유관련 산업 전방위적 타격
재생에너지 산업 역시 '저유가'로 위축 우려
저유가 따른 금융시장 혼란 가능성도 커져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사우디아라비아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증산 목표를 밝히면서 '오일전쟁'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전세계가 어려움에 처한 가운데 저유가 역시 경제상황을 짓누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우디發 오일전쟁, '저유가'를 모두 우려하는 까닭은(종합)
AD
원본보기 아이콘

11일(현지시간)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리야드 주식시장(타다울)에 낸 공시를 통해 지속가능한 산유 능력을 하루 1300만배럴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전날 아람코는 하루 생산량을 1230만배럴로 상향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하룻새 증산 목표를 70만배럴 늘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우디의 증산 발표에 더욱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앞서 당초 사우디가 일일 생산량 1230만배럴 계획을 발표했을 때, 사우디의 최대 산유량을 1200만배럴로 보고 30만배럴은 비축했던 원유를 풀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사우디는 1230만배럴도 장기간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을 깨뜨리고 지속 가능한 산유량을 1300만배럴로 제시한 것이다. 더욱이 기존 설비를 최대한 가동해 생산량을 늘리는 게 아니라 아예 석유생산설비를 확충하기로 한 것은 아예 차원이 다른 접근법이라고 본 것이다.


사우디 뿐 아니라 아랍에미리트(UAE)도 100만배럴, 러시아 50만배럴씩 증산 계획을 각각 밝히면서 유가는 다시 급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4.0%(1.38달러) 내린 32.9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산유국들이 유가 하락에 따른 수입 감소에 대비해 경쟁적으로 생산량을 늘릴 경우 시장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경제분석기관들은 이같은 오일전쟁이 '승자 없는 싸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저유가로 인해 한국과 같은 비산유국의 경우 석유를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지만, 반대급부로 치러야 할 대가가 크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낮은 유가가 경제 활동에 기여하는 부분도 크지 않다. 산유국들이 제각각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저유가로 인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증산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소모전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저유가로 산유국과 석유 관련 기업의 설비투자가 불가피하고, 에너지 관련 기업들의 파산 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회사채 시장 등에 위기가 고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소비자가 저유가 혜택을 볼 수 있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단기간 소비 증대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옥스포드이코노믹스는 "저유가로 가계 실질 소득이 향상되면 이는 소비 증가로 이어져야 하지만 현시점에서는 먼 이야기"라면서 "코로나19와 이에 따른 경기 신뢰 상실로 실질소득이 개선되더라도 소비로 연결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다만 옥스포드이코노믹스는 저유가가 내년가지 유지될 경우 전세계 국내총생산(GDP)는 0.3% 가량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각국의 물가 상승률을 끌어내리는 효과 역시 가능하다고 봤다. 저유가에 따른 실질 소득 증가가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위축 효과를 넘어서는지가 관건이다.


석유 수출에 의존하지만 가난한 나라의 경우에는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파티히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알제리나 이라크, 나이지리아 등의 경우 이번 주 유가가 25% 떨어지면서 막대한 예산 부족 상태에 직면할 것"이라면서 "이 경우 이들은 코로나19 위협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석유관련 산업 전체의 위기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저유가로 인해 에너지 관련 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면서 "사태가 몇 달만 장기화하더라도 신용등급 B1이하이거나, 부채가 많은 기업은 타격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봤다. 무디스는 원유 탐사에서부터, 운송, 관련 산업 모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외에도 전문가들은 저유가가 전력 효율화나 재생에너지 산업 등에도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봤다. 성장세를 보였던 전기차 산업 등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유가 부담이 클 때 각국 정부 역시 전기차 등에 보다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하지만, 저유가가 유지될 경우에는 화석연료에 의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 등에 대한 대응의 필요성도 크지만, 역시 저유가는 이같은 에너지 전환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AD

SK제주가시리풍력발전소

SK제주가시리풍력발전소

원본보기 아이콘

다만 재생에너지가 오히려 각광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BNP파이바의 기후변화 투자 연구소 소장 마크 루이스는 "재생에너지의 경우 석탄이나 가스 탐사 등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가격 안정성을 가진다"면서 "현재 시장에서는 이런 점에 오히려 더 (재생에너지 투자를) 매력적이게 만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