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정수 기자] 감사보고서 제출 시기는 그 자체로 중요한 투자 정보다.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정상적이고 건실할 기업이라면 적기에 또는 기한보다 빨리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는 게 일반적이다.


감사보고서 제출을 미루고 주주총회를 연기하는 기업들은 보통 투자 기피 기업으로 인식된다. 투자자들은 해당 기업이 회계감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거나, 계속기업으로서 존속 여부가 불확실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하지만 올해는 감사보고서 제출 시기가 유용한 투자 정보로 활용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기업에 감사보고서와 사업보고서 제출 기한을 연장해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사업보고서는 주주총회를 거쳐 확정되기 때문에 사실상 주주총회도 연기할 수 있게 됐다.


코로나 사태로 감사보고서 적기 제출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많아진 상황에서 나온 불가피한 대책이다. 중국에 자회사가 있거나 회사가 주요 감염 지역에 위치해 출근이 제한된 기업들은 달리 방도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부 기업이 이를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시간을 끌 유인이 있는 기업들은 불가피한 사정을 내세워 의도적으로 감사자료 제출과 주주총회를 미룰 수 있다.

특히 4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거나, 이미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상황에서 감사 결과 등에 따라 상장폐지 여부가 엇갈릴 수 있는 기업들이다. 또 기업공개(IPO)나 대규모 자금 조달을 앞두고 회계감사에 문제가 생긴 기업들도 감사보고서 제출을 미룰 유인이 크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KOSPI) 상장사 17곳과 코스닥 상장사 48개사가 감사보고서 제출을 늦게 했다. 대부분 외부감사법(신외감법) 강화로 제출이 지연된 것이지만, 비적정 감사의견(한정, 부적정, 의견거절)을 받은 상장사도 24곳이나 된다. 올해 이들 기업은 감사의견 등에 따라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된다.

AD

실제 악용 사례가 늘어나면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기업의 불가피한 사정을 봐 주는 것과 동시에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감사보고서 제출이 늦어지는 구체적인 배경, 감사의견이나 기업 실적에 따른 경영상황의 심대한 변화 가능성 등을 구체적이고 투명하게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