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초희 금융부장]타산지석(他山之石)과 반면교사(反面敎師). 생활 속에서 자주 쓰는 사자성어다. 둘 다 어떤 경험으로 부터 앞으로의 일에 교훈을 얻는다는 것에서 비슷하다. 하지만 각각의 의미와 쓰임새는 엄연히 다르다. 타산지석은 작고 하찮은 별개의 일이라도 자신의 수양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반면교사는 다른 사람의 흠을 통해 나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거울'로 삼는다는 의미다. 같은 듯, 다르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대한민국 일상이 멈춰버렸다. 전염병 하나가 국가 사회 전체를 마비시켰다. 이미 그로기 상태인 한국경제를 쇼크에 빠트렸다.

코로나19는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이나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당시 정부나 정치권은 너나 할 것 없이 반면교사를 외쳤다. 감염병 방역에 구멍이 뚫려 국민과 국가를 위기 몰아넣은만큼 국가 전염병 대응 체계를 대대적으로 손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후로 5년. 정부의 무능에 날선 비판을 했던 지금 정권은 반면교사 했을까.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되기 직전, 많은 의심 환자들이 선별진료소를 찾았지만 검사받지 못하는 일이 속출했다. 중국이나 해외 방문 기록이 없고, 확진자와 접촉한 일이 없으면 돌려 보냈다. 이들 중 일부는 결국 몇 일 후 확진자로 판명됐다.

2015년 메르스가 유행하기 직전, 당시 3번째 확진자의 딸은 발열 증상을 이유로 보건당국에 격리 치료를 요구했다. 당시 당국은 열이 '충분히' 높지 않다는 이유로 집으로 돌려 보냈다. 이 환자는 얼마 뒤 국내 4호 메르스 확진로 판명났다. 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까지 코로나19의 사람 간 감염율이 높지 않다고 강조했다. 2015년 문형표 당시 복지부 장관도 메르스 발생 초기 이와 똑같은 말로 훗날 냉혹한 비판을 받았다. 데자뷔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2일 0시 기준 4000명을 넘어섰다. 신천지예수교가 감염 확산의 기폭제가 됐다. 그러나 최초 신천지 감염자가 누군지, 또 어떤 경로로 그들에게 바이러스가 전염됐는지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신천지와는 별개로 정부의 방역망에 구멍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지금 정부는 사스ㆍ메르스 사태 이후 무엇을 배웠나.


반면교사하면 떠오르는 곳이 금융권이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해 글로벌 금융위기, 가계대출 부실, 키코 사태 등 지난 십수 년 간 수많은 부침을 겪어왔다. 역대 금융감독당국 수장들은 대형 금융사고가 터질 때마다 통렬한 반면교사를 외쳤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책임은 민간 금융사들의 몫이었다. 감독당국은 마무리 멘트를 담당했다.


해외금리 연계파생결합펀드(DLF), 라임펀드 사태로 인한 충격은 여전히 금융권을 뒤흔들고 있다. DLFㆍ라임 사태도 '금융사의 잘못'만이 아닌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지 못한 '금융당국의 잘못'도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다. 오는 4일 열리는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DLF 사태를 일으킨 기관들에 대한 제재 수위가 확정된다. 기관 제재가 확정되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의 중징계 결과도 함께 통보된다. 사실상 마무리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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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강한 권력을 지닌 금감원은 이번에도 감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이슈에 파묻혀 '금융사만의 문제'로 어물쩍 귀결되서는 안된다. 이번에도 남의 잘못에서 배우기만 할건가. 금융당국의 자기반성과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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